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툐툐 May 14. 2021

이송과 체포는 종이 한 장 차이

코로나19확진자 일기 03

꾸역꾸역. 요즘 나의 시간은 꾸역꾸역 흐른다. 

이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표현하지 않으면 숨이 막힐 것 같아,

‘이 문장은 공개하지 않을 테니, 자유롭게 써보자’라는 마음으로 키보드를 두드린다.


이송과 체포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이송되었지만 체포되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이 국가와 사회는 나를 환자로 체포해서 꼼짝달싹 하지 못하게, 

시민들과의 일상에서 분리된 곳으로 데리고 가서 가둬 버렸다. 
 

첫 날인 일요일은 실려 가느라 하루를 다 보냈다. 

다음 날, 또 다음날은 마냥 멍하니 누워 있었다.

‘이게 제발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도무지 현실 같지가 않아. 


목이 살짝 부었고 코도 맹맹했고 기침도 했기 때문에,

월요일과 화요일은 잠만 잤다. 

증상이 심하진 않았지만 살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자고 먹고 자고 먹었다. 변비는 덤이다.


서양 의학은 대단하다. 변비약을 처방받은 날, 바로 화장실에 갔다

코로나19 증상 중 하나라는 설사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그 후엔 1일 1똥을 실천하고 있다.
 

드디어 링거 주사기를 뺄 수 있게 됐을 때, 말끔하게 샤워를 했다.

그러고 나니 실감이 좀 났다. 내가 어디에 있고, 어떤 상태인지.


코로나19를 검사받던 날부터 퇴원까지 약 12일은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나는 이 경험을 어떻게 편집해두는 게 좋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