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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Aug 05. 2024

동네 한 바퀴, 인사이트 한 움큼


색다른 것을 보며 색다른 생각을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뻔한 것을 보고 색다른 생각을 떠올리는게 어려운 일이다. 다시 말해 뻔한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뷰자데(vujade)'의 눈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처음 보았는데 여러 번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데자뷰(dejavu)'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마케팅 입문서를 쓰면서 제목을 <마케팅 뷰자데>로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케터에게는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이다.


아무튼 요새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색다른 것만을 찾아 헤매는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뷰자데를 생각하게 되었다. 매일 당연하게 생각하는 동네를 새롭게 바라보기로 했다. 바로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세 가지의 인사이트를 얻었다.


1. 내가 하는 일의 본질은?

동네 안경점의 외벽에는 상당히 큰 시력측정표가 붙어있다. 지나갈 때마다 한쪽 눈을 가리고 시력 테스트를 하곤 했다. 엄밀한 시력 테스트로서 의미는 없지만 나 나름의 시력 테스트를 하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사장님은 본인이 하는 업을 명확히 정의하는 듯했다.


'사람들이 더 잘 볼 수 있게 도와준다'


1년 전에 아이웨어(eyewear) 브랜드의 컨설팅을 하면서 업의 본질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결국에는 두 가지로 귀결되었다. Look better, see better. 아이웨어를 착용함으로써 '더 잘 보이고' '더 잘 보는 것'. 이 두 가지가 아이웨어의 본질이었다. 이 둘 중에 'Look better'에 포커스를 맞춘 브랜드가 "안경은 얼굴이다"를 표방한 룩옵티컬과 미술관 같은 매장을 자랑하는 '젠틀몬스터'다. 우리 동네 안경점은 'See better'라는 방향성을 택한 것 처럼 보였다. 그 결과가 외벽에 부착된 시력 측정표인 듯하다.



2. 일상에서 비일상으로의 전환

'소금빵 맛집'으로 잘 알려진 베이커리는 대개 성수동, 연희동과 같은 핫플에 위치해 있다. 잠시의 휴식을 취하기 위해 베이커리 집을 찾아가는 나로서는 가게 앞에 늘어선 인파만 보고도 어질어질해져서 발걸음을 돌리게 된다. 다행히도 이런 나에게 딱 맞는 베이커리가 우리 동네에 있다. '무이'다. 유일무이할 때 그 무이를 의미한다.


이곳은 소금빵도 맛있지만 다른 빵도 맛있다. 주말이면 다른 동네에서 오는 분들도 많지만, 평소에는 슬리퍼를 신은 편안한 차림의 동네주민들이 주로 방문하는 곳이다. 즉 동네주민에게는 일상과 같은 베이커리 집이다. 여기서 한 가지 포인트를 느꼈다. 가게 문을 열 때 들리는 차임벨 소리가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넘어가는 신호 같달까? 신호를 기점으로 뻔한 일상에서 뻔하지 않는 비일상의 세계로 넘어가는듯한 느낌이 든다. '소리'하나로 세계의 분리, 세계의 이동을 만들어내는 듯하다. 동네 주민에게 잠시나마 비일상을 선물하는 곳이다.


3.  고객이 그냥 기다리지 않도록

빨래는 대부분 '런드리고'와 같은 플랫폼에 맡기는 편이다. 돈을 지불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부피가 큰 침구류나 급하게 필요한 옷 등은 동네 코인 세탁방을 이용하곤 한다. 세탁 시간과 건조 시간을 합치면 약 1시간가량 걸리는데,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곤 한다.


다른 사람들은 뭐 하나 지켜보니 집이 가까운 사람들은 다시 집으로 가는 듯 보였고, 나머지는 세탁방에서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했다. 이러나저러나 어떻게든 시간을 그 공간에서 쓰고있는 사람이 많았다. 기존에 자주 가던 코인 세탁방에는 사람들이 많이 머물지 않았으나, 최근에 새롭게 발견한 코인 세탁방에는 사람들이 꽤나 많이 머물렀다. 공간이 깨끗하고 편안한 이유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게 하나 있었다.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유료이긴 하지만 네스프레소 캡슐을 활용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고객이 그냥 기다리지 않도록 하는 배려이자, 추가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비즈니스 마인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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