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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후레쉬맨 웨딩, 우리는?

by 캡선생


"인생에 단 한 번뿐이니까"


결혼과 관련해서는 이 말 한마디로 많은 것이 합리화된다. 평소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을 결심하게 되고, 과감한 지출도 마다하지 않는다. “인생에 단 한 번뿐이니까”라는 무적의 명분 덕분이다.


결혼을 앞두면 누구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일상의 나와는 다른, 조금 더 특별한 내가 되고 싶은 마음. 그래서 ‘남들과는 다르게’ 보이고 싶다는 욕망이 결혼이라는 이벤트에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특별해지고 싶으면서도 결국 비슷한 틀을 따른다. 웨딩 사진, 결혼식, 신혼집 꾸미기까지. 특별함을 추구하지만 결국은 트렌드 안으로 들어간다. 남들과 달라 보이기 위한 방식이 또 하나의 유행이 되는 것. <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처음북스, 2024)에서 언급한 바대로 '모방'과 '개성'이라는 상반된 속성이 시소처럼 움직이면서 유행이 생기고 사라진다.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이게 기회다. 트렌드의 흐름을 먼저 읽고 초기 수용자를 공략하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버렛 로저스의 《Diffusion of Innovation》에 따르면, 혁신은 소수의 ‘혁신자(innovator)’로부터 시작해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초기 다수(early majority)’, ‘후기 다수(late majority)’, ‘지각 수용자(laggard)’ 순으로 확산된다. 결혼 문화도 예외는 아니다. 결국 ‘혁신자’를 누가 먼저 움직이게 하느냐가 핵심이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본 웨딩 사진이 그런 시작점처럼 느껴졌다. 지구방위대 후레쉬맨이나 벡터맨 같은 특촬물 속 결투 장면이 떠오르는 암석지대에서, 거대한 폭발을 배경으로 신랑 신부가 서 있었다. 마치 특촬물의 주인공 같은 표정으로. 상상도 못 한 조합인데, 묘하게 멋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강렬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일본 특촬 웨딩.jpg

사실 이 촬영은 처음부터 웨딩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일본의 특촬물 전문가들로 구성된 BOSS팀은 일반인도 폭발 장면을 체험할 수 있도록 ‘폭파 체험 이벤트’를 기획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큰 인기를 끌면서 코스프레 팬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퍼져나갔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한 참가자가 “웨딩 사진도 찍을 수 있느냐”고 물었고, 그게 화제가 되면서 새로운 촬영 서비스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리를 잡은 ‘제주 웨딩 스냅’도 비슷한 흐름이다. 예전에는 실내 스튜디오, 많아야 그 주변 야외에서 찍던 웨딩 사진이 이제는 제주도까지 확장됐다. 풍경 하나를 얻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불편을 감수하며 촬영하러 간다. 웨딩 사진을 특별하게 남기고 싶다는 욕구에서 시작된 흐름이 지금은 하나의 산업이 되었다.


일본의 특촬 웨딩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그들의 문화도 있다. 서브컬처(주류 문화와는 다른 가치관이나 스타일을 지닌 소수 집단의 문화)에 대한 관용, 그리고 특촬물을 함께 보며 자란 세대의 향수. 이 모든 게 결혼을 앞둔 성인들의 ‘특별해지고 싶은 욕망’과 정확히 맞닿아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떤 방식이 가능할까? 한국적인 문화, 그리고 결혼 적령기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유년의 기억들. 이걸 잘 짚어낸다면 우리만의 새로운 웨딩 트렌드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트렌드는 또 하나의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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