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별생각 없이 스레드에 글을 올리곤 하는데, 예상 외로 큰 반응을 얻은 글이 하나 있었다. 제목은 "내가 느낀 가짜 성장 vs 진짜 성장"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순도 24k 뇌피셜이었는데, 내용은 이랬다. “오늘도 성장한 것 같아. 뿌듯하다”는 건 가짜 성장이고, “죽어라 했는데 왜 제자리인 것 같지...?”는 게 진짜 성장이라는 이야기.
내 생각일 뿐이었지만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내가 진짜 성장했던 순간은 대부분 '제자리인 것 같은' 시기였다는 걸 깨달았다. 최근의 또 다른 경험을 통해서도 다시 확인했다. 세실님, 나해님과 함께 진행 중인 팟캐스트 ‘책잡힌 사이’의 성장 곡선이 그 경험이었다.
‘책잡힌 사이’는 현재 팟빵, 스포티파이, 유튜브, 애플을 통해 송출되고 있다. 초반에는 열심히 콘텐츠를 올려도 반응은 소소했다. 이 프로그램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나마 팟빵에서는 일주일에 10명 정도씩 구독자가 늘어나서 작은 희망이 됐다.
그런데 어느 날, 애플 팟캐스트에서 구독자가 일주일에 100명, 200명씩 늘기 시작했다. 겉보기엔 제자리였던 채널이, 사실은 점프하려고 잔뜩 웅크리고 있었던 거다. 우리의 경우는 운이 좋았다. 웅크리고 있던 시간이, 다시 말해 도약 전 준비 기간이 한 달 남짓이었으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이보다 훨씬 길다.
예를 들어, Patreon의 창업자 잭 콘티가 운영하는 밴드 ‘Pomplamoose’의 유튜브 채널은 7년 동안이나 조회수가 바닥을 기었다. 그 지난한 시간 동안 잘 버텼기에 지금은 200만 구독자를 가진 채널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를 인터뷰한 크리에이터 전문 채널 ‘Colin & Samir’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그들 역시 5년 가까이 영상 하나당 조회수가 500~2,500 정도에 머물렀고, 성공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15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이 됐다.
이처럼 대부분의 성공은 한참 동안의 ‘제자리걸음’이나 ‘웅크림’ 뒤에 오는 폭발적인 성장 형태를 띈다.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그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계단식 성장’이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제자리걸음 단계에서 포기하고 만다.
어쩌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그래서 결국 ‘기우제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인디언 기우제와 성공은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버틴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 결과와 상관없이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
둘째, 경제적으로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는 것.
셋째, 결국 나는 해내리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
지금 제자리걸음처럼 느껴진다면, 더 높이 뛰기 위해 몸을 낮추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해보자. 곧 도약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