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SMCC라는 모임에 종종 나가고 있다.
"알람보다 강한 약속, 출근 전 건강한 모닝루틴"을 표방하는 이 모임의 이름은 Seoul Morning Coffee Club. 말 그대로, 출근 전에 사람들이 만나 커피 한 잔 하며 가볍게 이야기 나누는 모임이다.
별다른 목적이 있는 모임은 아니다. 엄청난 이야기가 오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만족도는 꽤 높다. 이른 아침,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은 이른 아침(오전 7시 30분에서 8시 정도에 시작)에 모임을 열기에 비슷한 결의 사람들만 모인다는 점이 그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점심시간이나 오후라면 수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인기 카페에서 한적하고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는 SMCC 덕분에 강남역에 있는 ‘알렉산더 커피 위크’를 찾았다. 낮엔 사람들로 붐벼 그저 ‘복잡한 카페’로만 알았는데, 이른 아침에 가보니 완전히 달랐다. 높은 층고, 우드톤 인테리어, 친절한 스태프. 잠깐이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들렀던 힙한 카페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에 띈 게 있었다. 벽 쪽 진열장. 이런 분위기의 카페라면 흔히 매거진 B나 외국 잡지들이 놓여 있을 법한데, 거기엔 ‘한국경제신문’이 줄지어 꽂혀 있었다. 일반적인 분위기와는 조금 다른 결이었지만, 그 반전이 오히려 인상 깊었다. 기억에 남는 공간은 이런 작은 어긋남에서 생기기도 한다. 바로 이런 작은 요소 하나가, 가게의 분위기와 브랜딩에 의외로 큰 영향을 준다.
수제 맥주 전문점을 운영하는 지인도 비슷한 얘기를 한 적 있다. 술을 파는 가게에서 책을 보기란 어려운 편이다. 있다 하더라도 ‘술’과 관련된 책 정도. 하지만 그가 운영하는 가게는 달랐다.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뒀다. 손님들은 자연스레 그 책에 관심을 가졌고, 그와 관련한 대화를 많이 나누게 됐다고 한다. 러너(runner) 친화적인 공간. 누군가에겐 그런 인상으로 남았다고 한다.
이처럼, 다른 가게에서 보기 어려운 책 한 권만으로도 공간의 인상이 달라진다. 위 두 공간이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의도를 갖고 구성한다면, 손님이 느끼는 브랜드 이미지를 분명하게 만들 수 있다. 그 좋은 예가 ‘청기와타운’이다.
보통 고깃집 하면 먼저 떠오르는 술은 소주, 맥주다. 하지만 청기와타운의 양지삼 대표는 타깃부터 달랐다.
『일 잘하는 사장의 생각』(북스톤, 2025)에 따르면, 그가 떠올린 고객은 이렇다.
“구매력 있는 30대 후반~40대 초반 부부. 다섯 살, 여덟 살 자녀가 있고, 와인 아울렛에서 쇼핑하거나 가성비좋은 데일리 와인을 즐길 여유가 있는 사람. 가끔 소갈비로 외식을 하며 아내를 집밥 스트레스에서 풀어주는 남편. 주말엔 함께 와인을 마시며 일주일을 정리하는 부부.”
이 고객에게 맞추려면, 당연히 소주나 맥주 대신 와인을 팔 수 있어야 한다. 청기와타운은 콜키지 프리는 물론, 와인 동호회에서 타깃 나이 고객들이 자주 언급하는 와인을 마트 가격과 크게 차이 나지 않게 구성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고깃집 = 소주’라는 인식이 워낙 강하니까. 그래서 그가 한 마지막 한 수가 중요했다. 매장 전면에 와인을 진열한 것.
이 비주얼 하나로,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가 분명해졌다. 오프라인 가게에서 브랜딩의 핵심은 ‘공간’이다. 공간은 눈에 보이고, 분위기를 만들고,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그 공간에 무엇을 채울지, 무엇을 제일 먼저 보여줄지에 따라 그 가게의 이미지가 달라진다.
만약 여러분이 가게를 차린다면, 어떤 책을 둘 것인가? 가장 먼저 손님에게 어떤 장면을 보여줄 것인가? 작은 디테일이 기억을 만든다.그리고 그 기억이 브랜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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