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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 전에 파는 시대’가 온다 (feat. 하지원)

by 캡선생

스레드를 보다가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배우 하지원이었다. 혹시 하지원 씨의 개인 계정인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그러하듯, 개봉 예정인 영화나 드라마를 홍보하는 채널인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게시물 속 글쓴이는 하지원 씨를 '대표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하지원 씨가 대표로 있는 뷰티 브랜드, 파우치24의 공식 스레드 계정이었다.

계정의 콘셉트는 '막내가 컨펌 없이 올리는 이것저것'이었다. 실제로 회의, 회식, 제품 개발 등 브랜드의 일상을 올리는 비하인드 콘텐츠가 대부분이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콘텐츠지만, 이는 브랜드의 과정을 파는 전략이다. 오늘 이야기해보고 싶은 주제, 바로 ‘프로세스 이코노미(Process Economy)’다.


많은 스몰 브랜드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다 만든 뒤에야 '이제 어떻게 팔지?'를 고민한다. “그럼 만들고 팔지, 그 전에 어떻게 파냐?”는 반문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만들기 전에 팔아야’ 한다. 여기서 ‘팔아야 한다’는 말은 돈을 주고 판다는 협소한 의미라기보다, 고객의 관심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넓은 범주의 뜻이다.


상품을 다 만든 뒤에야 판매 전략을 고민하면 늦다. 특히 고객의 니즈와 어긋났을 경우, 시간과 돈이 부족한 스몰 브랜드는 쉽게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손해를 입는다. 그래서 스몰 브랜드에게는 '만들기 전부터 고객과 소통하며 함께 만드는 전략'이 정말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다음 세 가지 접근 방식을 소개하고 싶다.


1. 과정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기


앞서 언급한 하지원 씨의 파우치24는 제품을 만드는 직원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공유한다. 회의 장면, 회식 자리, 간식 시간까지. 특별한 콘텐츠는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안에 ‘노력’과 ‘사람’이 보인다. 상품 그 자체보다, 그것을 만드는 사람과 이야기에 애정이 생기기 쉽다. 고객은 브랜드의 완성된 결과보다, 그 과정을 보며 신뢰를 쌓는다.

2. 고객과 함께 만들기


여러 사람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에서 우리는 누구를 먼저 볼까? 내가 사진 속에 있다면 당연히 나를, 내가 없다면 아는 사람을, 그마저도 없다면 가장 튀는 사람을 보게 된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올리브영에 갔다고 생각해보자. 내가 만든 브랜드가 있다면 그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내가 자주 쓰는 브랜드가 있다면 그다음이다. 마지막으로는 가장 독특하거나 튀는 브랜드가 눈에 띈다.


나는 이를 『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처음북스, 2024)에서 ‘단체사진 효과’라고 표현했다. 스몰 브랜드는 인지도가 약하므로, ‘가장 튀는 브랜드’가 되거나, 고객이 ‘내가 함께 만든 브랜드’라고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 핵심은 ‘고객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것을 반영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프로듀스101에서 데뷔한 아이돌 그룹이 사랑받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팬들이 직접 멤버를 뽑았기 때문에,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함께 만든 사람’이라는 소속감을 느낀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고객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묻고, 피드백을 솔직히 받아들이며, 그것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콘텐츠로 알리는 것. 이것이 ‘고객과 함께 만드는 전략’이다.


3. 잠재고객을 대표하는 인물과 함께 만들기


우리는 간접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모든 국민이 법안을 만드는 대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의견을 전한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모든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기에, 고객이 신뢰하는 사람, 즉 인플루언서와 함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이 전략은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참여시키는 것이다. 이들은 브랜드의 고객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으며, 팬들과의 밀접한 관계를 통해 더욱 진정성 있는 피드백을 제공한다. 또한 출시 이후 그들의 채널을 통해 초기 판매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내가 브랜딩/마케팅 어드바이저로 있는 브랜드에서도 진행 중인 작업이다.


주의할 점은 ‘유명세’가 아니라 ‘신뢰도’다. 수많은 브랜드 중 하나로만 여기는 메가 인플루언서보다, 스몰 브랜드에 애정을 갖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훨씬 낫다.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대충 하는 메가 인플루언서보다 낫다.


#결론

스몰 브랜드는 항상 자원이 부족하다. 그래서 더더욱 고객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모든 브랜드가 모두에게 알려져야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아주 잘 알려진 브랜드’가 되는 것, 즉 찐팬을 확보하는 것이 생존의 열쇠다.


프로세스를 공유하고, 고객과 함께 만들고, 대표 인물과 콜라보하는 것. 이 세 가지 전략이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고, 팬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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