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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이 아닌데 직장인이 줄을 선다고?

by 캡선생


매주 목요일 아침 6시, TBN 교통방송 굿모닝코리아 ‘귀로 읽는 아침독서’ 코너에 패널로 출연 중이다.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책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방송이다. 새벽 방송이다 보니, 그날은 좀처럼 깊이 잠들기 어렵다. 게다가 사업을 병행하다 보니 일찍 퇴근하기도 힘들고, 평소처럼 밤 10시에서 11시까지는 일정이 이어진다. 수면 부족 상태로 업무를 보면 확실히 집중도와 효율이 떨어진다. 그래서 점심시간 틈을 내어 30분에서 1시간 정도 깊게 자기 위해 수면카페를 찾는다.


강남역 근처에 종종 들르는 수면카페가 하나 있다. 침대형 수면실이 있어서 비교적 편히 잘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최근에 방문했을 때 평일 점심시간 시작 즈음인 11시 30분에 갔음에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침대석은 이미 매진이었고, 남아 있는 건 라운지형 좌석뿐이라 결국 다른 수면카페로 발길을 돌렸다.


새로 찾은 곳은 캡슐호텔 형태의 수면카페였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듯 내부는 깔끔했고, 시설도 최신식이었다. 그만큼 가격도 셌다. 기존 단골 카페의 거의 두 배 수준. 하지만 일정이 빡빡했던 날이라 어떻게든 피로를 회복해야 했고, 일단 눕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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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 수면실은 잠들기에 충분히 어두웠고, 수면실에 설치된 산소 발생기의 백색소음은 적당히 시끄러워 오히려 도움이 됐다. 추가 요금을 피하기 위해 알람을 맞춰 두고 최선을 다해 잠들었다.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나 급하게 문을 열자마자 사장님이 보였다. 리뷰를 남기면 30분 연장 혜택을 준다는 안내를 받았다. 생존 본능처럼 "30분 더 자고 후기 남기겠습니다"라고 답하고 30분을 더 잤다. 덕분에 그날의 일정을 잘 해낼 수 있었다.


요즘 같은 불황에도 수면카페마다 사람이 많은 걸 보면, 생각보다 수요가 꽤 있는 비즈니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보니 ‘슬립퍼노믹스(Sleeponomics)’라는 용어도 있었다. 잠(sleep)과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다. 수면 관련 시장이 꽤 크고, 특히 수면 부족이 만성화된 선진국형 산업으로 분류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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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산업통상자원부


다시 ‘낮잠’ 산업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수면 부족이나 수면 불안으로 밤에 충분히 자지 못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낮잠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도심 오피스 밀집 지역일수록 이 수요는 뚜렷하다. 실제로 일본, 미국, 독일 등에서는 ‘파워냅(power nap: 낮 시간대에 약 10~30분 정도 짧게 자면서 피로를 해소하고 집중력과 인지 기능을 높이는 방법)’을 위한 공간 제공이 보편화되고 있다. 구글이나 나이키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업무 중 짧은 수면을 장려하는데, 이는 생산성과 직결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다수 있다. 100m 달리기 세계 신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도 올림픽 경기 전 낮잠을 잤던 것으로 유명하다. MLB를 투타로 지배한 오타니 쇼헤이 역시 낮잠을 생활화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산업이 계속 성장할지는 조금 더 냉정하게 봐야 한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수면 공간을 마련하거나, 복지 차원에서 캡슐형 휴식 공간을 제공하기 시작하면 외부 수면카페에 대한 수요는 일부 줄어들 수 있다. 이 경우 수혜는 매트리스, 수면 기기, 방음 설비 등을 공급하는 업체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사무실 내 휴식 공간을 갖추기 어려운 중소기업, 1인 사업자, 이동이 잦은 프리랜서들에게는 여전히 수면카페가 현실적인 대안이다.


결국 이 시장의 지속 가능성은 ‘누가, 어디서 자야 하는가’에 달려 있다. 개인 공간 확보가 어려운 도시 직장인, 업무 일정이 유동적인 사람들, 출퇴근 중 짧은 수면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분명한 니즈가 존재한다. 수면의 질이 곧 생산성과 직결된다는 흐름이 이어지는 한, 슬립퍼노믹스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확실한 수요를 가진 산업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렇다면 개인은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처럼 인력을 최소화해 운영하는 무인 수면카페는 현실 가능한 모델일까? 수익성과 관리 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수면은 생명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는 본질적인 수요다. 아직 이 시장의 파이도 충분히 남아 있다. 지금이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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