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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되는 가게엔 공통점이 있다: 내부 경쟁의 비밀

by 캡선생

프랜차이즈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마땅한 대안이 없을 때를 제외하곤, 되도록이면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별 가게를 찾는다. 새로운 것을 선호하는 기질, 그리고 직업적 특성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좋아하는 프랜차이즈가 있다. 그중 하나가 '생활맥주'다.


일단 음식이 맛있다. 메뉴가 엄청 다양하진 않지만, 어느 지점을 가더라도 음식 퀄리티가 기본 이상은 한다. 특히 치킨은 치킨 전문점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잔재주를 최소화해서 '올드스쿨 찐 치킨맛'을 제대로 내서 좋아한다. 그리고 '맥주'가 맛있다. 맥주를 딱히 즐기는 편은 아닌데, 이상하게 이곳 수제맥주는 맛있다. 이유가 뭘까? 바로 ‘경쟁’ 때문이다.


생활맥주의 창업자 임상진 대표가 쓴 <상권을 이기는 작은 가게 성공 법칙>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생활맥주는 전국 매장에서 똑같은 맥주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점주가 원하는 맥주를 선택해 판매한다. 그래서 매장마다 맥주 라인업이 다르다. 잘 팔리는 맥주는 살아남고, 판매가 저조한 맥주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생활맥주 안에서 자체 생태계가 형성되는 셈이다. 일반적인 프랜차이즈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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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스템은 마치 <프로듀스 101>에서 연습생들이 대중의 픽을 받기 위해 경쟁하는 것과 비슷하다. 생활맥주의 맥주들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하고, 결국 살아남는 건 대중의 입맛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이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방식으로 내부 경쟁을 유도하는 곳이 ‘메르밀진미집’이다.


말차 콩국수로 올 여름 대히트한 메르밀진미집은 매달 ‘이달의 메뉴’를 선보인다. 신메뉴가 아니라, 그 달에만 한정적으로 제공되는 ‘기간 한정 메뉴’다. 6월엔 흑임자 콩국수, 8월엔 말차 콩국수를 내놓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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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략은 몇 가지 면에서 다른 가게들과 차별화된다. 일반적으로 가게들이 신메뉴를 낼 때는 기존의 정체성과는 결이 다른 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부대찌개집이 튀김을 내는 식이다. 반면 메르밀진미집은 코어 재료인 ‘메밀’을 중심으로 변주를 한다. '확장'보다 '코어'를 강조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 한정 메뉴들이 완전한 신메뉴는 아니라는 점이 특징이다. 내부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소비자의 반응을 테스트하며 브랜드를 신선하게 유지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다시 말해, ‘내부 경쟁’을 유도하는 셈이다. 어떤 한정 메뉴가 더 많은 선택을 받았는지를 통해, 기본 메뉴 구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는 흔히 '경쟁'이라고 하면 외부 경쟁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건 내부 경쟁이다. ‘누구보다 낫게’보다 ‘어제의 나보다 낫게’를 기준으로 삼을 때, 브랜드는 더 건강하고 오래갈 수 있다.



퇴근 후 뭐하지?

글쓰기, 전자책, 브랜딩까지

회사 밖에서도 ‘내 이름’으로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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