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회사에서 진행한 것까지 포함하면 '인사이트 토크'를 매주 고민한 지 어느덧 6년이 넘었다. MBTI로 따지면 J 성향에 가까운 사람이긴 하지만, 정신없이 바쁜 한 주를 보내다 보면 결국 일요일 즈음에야 부랴부랴 글감을 정리하게 되는 일이 많았다. 말하자면, 벼락치기를 일정한 리듬을 갖고 6년을 이어온 셈이다.
어떤 날은 생각이 스르륵 연결되며 영감이 자연스레 떠오르기도 하고, 어떤 주는 일상 속에서 감지된 인사이트의 조각을 메모해 두었다가 주말에 정리하는 식이다. 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주도 있다. (사실 이번 주가 그렇다는 건 우리만의 비밀이다) 그러다 보면 일요일 저녁, 각 잡고 억지로라도 짜내려고 애쓰게 된다. 하지만 마른 수건도 요령 있게 짜야 물이 나오지, 무작정 비틀면 손목만 아프다. 영감도 마찬가지다. 비틀어내는 요령이 필요하다. 오늘은 그 요령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가장 먼저 인정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크레아티오 엑스 니힐로(creatio ex nihilo)", 즉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철학자 칸트가 말한 ‘아 프리오리(a priori)’까지 깊게 들어갈 필요는 없지만, 인간의 사고에는 기본적인 인지 구조가 있고, 거기에 무언가를 경험하거나 관찰하면서 생각이 형성된다. 즉, 0에서 1로의 완전한 도약은 없다. 프란츠 브렌타노의 말처럼 "모든 의식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식이다." 우리의 영감은 늘 어떤 ‘무엇’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그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찾을 것인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훔쳐야 한다. 흔히 피카소의 말로 알려진 "좋은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말을 떠올려보자. 중요한 건 있는 것을 그대로 복제하는 게 아니라, 나만의 문법과 맥락으로 재해석해 훔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요령으로는 ‘시간축’과 ‘공간축’에서 가장 멀리 있는 것을 훔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다.
시간축의 훔치기란, 동시대의 것을 베끼는 게 아니라 아주 오래전 것에서 인사이트를 가져오는 방식이다. 박찬욱 감독도 비슷한 말을 했다. 요즘 영화를 베끼면 도둑놈이라 욕먹지만, 본인처럼 히치콕 같은 고전에서 차용하면 오히려 평단의 호평을 받는다는 것이다. 영감이 막힐 때면 30년 전 신문을 펼쳐보면 좋다. 그 안에서 사라진 관점, 잊힌 논쟁, 오래된 통찰을 분석하고 재조합하면 오히려 더 신선한 콘텐츠가 탄생한다.
공간축의 훔치기란, 내가 속한 업계와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 통찰을 가져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의 정액제 모델은 피트니스 클럽의 구독형 멤버십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고, 맥도날드의 패스트푸드 조리 시스템은 자동차 산업의 포드 컨베이어 시스템에서 차용한 것이다. 이렇게 업계를 뛰어넘는 '카피'는 단순한 차용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창조적 전용이다. 실제로 혁신이라 불리는 많은 사례들은 이미 존재하던 것을 전혀 다른 맥락에서 재배치한 것에 가깝다.
결국, 전혀 다른 시간, 전혀 다른 공간에 우리가 찾는 영감이 묻혀 있다. 중요한 건, 그것을 발견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끌어오는 요령 있는 태도와 관찰력이다. 영감에 대한 영감을 위해 시공간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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