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에서 독서모임을 할 때 나만의 작은 의식이 있다. 바로 4회차 모임마다 내가 피자를 쏘는 것이다.
지금은 멤버가 빠질 때마다 새 멤버를 모집하는 온고잉 형식으로 운영되지만, 예전에는 한 시즌을 4회차로 구성해 한 번에 모집했다. 그래서 마지막 4회차는 일종의 미니 졸업식 혹은 책걸이처럼 느껴졌고, 그 기념의 의미로 내가 피자를 쏘곤 했다. 운영 방식이 바뀐 지금도 이 전통은 계속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도 피자를 먹으며 4회차 모임을 진행했는데, 멤버들이 음료와 다과를 하나씩 챙겨왔다. 그중 유독 인상 깊은 것이 있었다. 멤버들이 상자를 보자마자 “오, 그거 줄 서는 소금빵 아니에요?”라고 말한 바로 그 브랜드의 소금빵. 나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지만, 다른 멤버들은 이미 익숙해 보였다. 그 브랜드의 이름은 ‘베통(Beton)’.
첫 눈에 심상치 않았다. 나름 소금빵을 좋아해서 유명하다는 베이커리를 가면 꼭 사먹는 편인데, 이건 생김새부터 달랐다. 가운데가 뻥 뚫린 도넛 모양에, 한쪽 반원이 가느다란 손잡이처럼 붙어 있어서 마치 귀여운 미니백 같은 느낌. 그 자체로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어지는, 전형적인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비주얼이었다. 물론 나도 바로 스토리에 올렸다.
맛은 어땠을까? 한입 베어물자마자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양이 주는 기대치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내가 먹어본 소금빵 중 가장 인상 깊었다. 단순히 ‘다르다’가 아니라, 소금빵이라는 기대 범위 안에서 풍미를 극대화한 느낌. 고소한 빵의 맛과 소금의 짠맛이 균형 있게 어우러져서 ‘또 사먹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얼마 전 신세계백화점에 갔을 때, 지하 식품 매장에서 백 명 가까운 사람들이 세 겹으로 줄을 선 가게를 봤는데, 바로 그곳이 베통이었다. 베통의 매력은 무엇일까? 소비자이자 브랜드 컨설턴트의 시선으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아무리 맛있어도 ‘시각화’되지 않으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어렵다. 모양에 특이점이 없으면 사진도 잘 안 찍고, 찍는다 해도 그 사진이 다른 사람에게 인상 깊게 다가가지 않는다. 다시 말해, 베통의 차별화된 디자인은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자발적인 입소문을 유도했다.
하지만 예쁘기만 해서 성공할 수는 없다. 결국 음식의 본질은 ‘맛’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맛’이 너무 주관적이라는 데 있다. 예전엔 산미 있는 커피를 ‘맛없다’고 여겼지만, 요즘은 “산미 있는 걸로 드릴까요, 아닌 걸로 드릴까요?”라고 물어보는 게 당연해졌을 정도로, 산미도 맛있는 커피의 특징 중 하나로 인식되었다.
그렇다면 음식의 맛은 어떻게 차별화되어야 할까? 내 생각엔 ‘소비자의 기대 범위는 벗어나지 않되’, 그 안에서 특별한 맛을 주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소금빵을 사먹을 때 우리가 기대하는 맛의 범위가 있다. 그런데 차별화를 명분으로 기대치를 완전히 벗어난 극강의 단맛을 준다면 오히려 거부감을 줄 수 있다. 익숙함 안에서 한 끗 다른 차별화, 그게 기억에 남는 맛이고, 다시 찾고 싶은 이유가 되지 않을까.
확연히 ‘다르게 보여야’ 사람들이 모이고, ‘익숙하지만 다르게 맛보여야’ 사람들이 머문다. 그래서 나는, 베통을 또 한 번 사먹으러 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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