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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un 12. 2022

온라인이 따라잡기 힘든 오프라인의 힘

세런디피티(Serendipity)


최근에 다녀온 속초에서 보물을 발견했다.


동해 어딘가에 가라앉은 보물선을 발견한 것도 아니고 속초에만 있는 그 무언가를 찾은 것도 아니다. 전국 어느 곳에서라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심지어 핸드폰을 통해서도 구매할 수 있는 보물을 발견했다. 바로 '책'이다.


여행을 가면 그 지역 독립서점에는 무조건 들려서 책 한 권을 사는 나만의 습관(?)이 있다. 여행을 추억하는 의미일 수도 있고 독립서점을 응원하는 나만의 방식일 수도 있으나 어찌 되었건 일종의 의무처럼 책 한 권은 꼭 구매하곤 한다. 이번 속초여행에서는 '동아서점'과 '문우당서림'을 들렀고 각 서점에서 고른 책 중 나에게 보물이 된 책은 야스토미 아유미의 <단단한 경제학 공부>였다.


사진 출처: 네이버


대학에서 경제학을 부전공했고 한때 경제학 책만 연이어 100권 이상 읽다 보니 '경제학'이라는 글자가 제목에 들어간 책은 어느 순간부터 흥미롭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은 평소라면 구매하지 않을 책이었는데 표지 때문인지 아니면 서점에서  책이 자리한 위치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여행이 주는 설렘이 나의 판단력을 흐려놓았는지 무언가에 홀린 듯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이렇게 올해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책 중 하나를 만나게 되었다. (책에 대한 소개는 나중에 해보도록 하겠다)


즉 온라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오프라인의 '세런디피티'를 경험한 것이다.

'세런디피티(serendipity)'는 '행운'의 다른 말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18세기 문필가였던 호레이스 월폴이 만든 이 단어는 우연히 예기치 않게, 운수 좋게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는 능력을 가리킬 때 쓰인다.

- 위키백과 중 -



온라인은 오프라인보다 훨씬 더 빠르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채널이다. 다만 온라인에서 획득하는 정보들은 '우리가 안다는 것을 아는 것'과 '우리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과 같이 '우리가 아는 영역'에 해당하는 정보에 기초한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은 크게 '검색'이라는 의도적인 방식과 '알고리즘'이라는 관심사 기반의 자동적인 방식에 기반하는데 이 둘 다 우리가 '(지식적으로나 관심사적으로) 아는' 영역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우리가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을 우연히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현저하게 줄어든다. 알고리즘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더 심화되고 있다.


오프라인은 온라인에 비해 정보를 획득하는 시간적 효율은 떨어지나 '세렌디피티'라는 강력한 한방을 갖고 있다. 내가 모른다는 것조차 몰랐던 영역, 내가 좋아하는지도 몰랐던 영역을 만날 수 있는 우연의 장으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여행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음에도 우리가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여행을 가는 것은 직접 나의 오감으로 그곳을 체험하려는 것도 있겠지만 오프라인만이 주는 이러한 우연적 발견과 만남, 즉 세런디피티를 기대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온라인의 효율성이 고도화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내고 있고 그로 인해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온라인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세런디피티'를 구현할 수 있는 장은 오프라인이라는 것을. 그곳에 엄청난 보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Photo by David Clod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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