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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May 22. 2022

대인배는 없다

대인(大人)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인배는 없다. 오직 소인배만 있을 뿐.


대인배는 없지만 대인배 저그는 있다. 사진 출처: 유튜브 'OGN'


우리는 흔히 '소인배'에 대비하여 그릇이 큰 훌륭한 사람을 '대인배'라고 부르는데 여기에서 '배'는 '무리 (輩)'다. 즉 소인배는 소인들의 무리이고 대인배는 대인들의 무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소인과는 다르게 대인에게는 배를 붙이지 않는다. 대인은 무리로서만 설 수 있는 소인배들과는 다르게 홀로 설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 글을 보고 대인은 무리에 섞이지 못하는 까다로운 존재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오해를 풀기 위해 공자의 말을 빌려볼까 한다.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군자는 조화롭되 동일해지지 않고
소인은 동일해지되 조화롭지 않다



여기서 군자를 대인으로 생각해보자. 대인은 주체적인 판단을 하고 나와 다른 남을 존중하고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화롭되 동일해지지 않는다. 반면에 소인은 주체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다 보니 무비판적으로 대세나 유행을 따르게 되고 또한 나와 '다름'을 '틀림'이라 규정한다. 그 결과 동일해지되 조화롭지 못하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화(和)'가 결여된 '동(同)'은 결국 언제 폭발하지 모를 불안정성을 낳게 된다.


'동(同)'은 확실히, 누구와도 잘 지내는 것이다. 이에 비해서 '화(和)'는 서로의 다양성이 부딪히면서 그 안에서 조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화'는 사전에 보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후에 맞추어 달성되는 상태이다. '동'은 그것을 인간의 힘에 의하지 않고 '규칙'과 '사전 약속'과 '사전 합의' 그리고 '분위기'에 의해서 사전에 보장하려고 하는 잘못된 방법이다. 그것은 각자에게 자기기만을 강요함으로써 표면적인 안정을 만들어 내지만, 역으로 본질적인 불안정성을 낳게 된다.

- 아스토미 아유미의 <단단한 경제학 공부> 중 -



학생들이 자신들과 다른 친구들을 따돌리고 괴롭히는 것은 이러한 소인배적인 모습이 극단적으로 발현이 된 것이다. 이는 비단 어린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모습이기도 하다. (정치와 종교에서 이러한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일은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소인배가 아닌 대인으로 산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알고리즘 기술이 발달한 요즘은 더더욱 말이다.


알고리즘 기술의 영향력으로 인해 점점 더 나와 다른 생각을 접하기는 힘들어지고(반향실 효과),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기보다는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방향을 무비판적으로 따르게 된다. 극단적으로는 기사의 내용을 읽지도 않고 기사에 달린 첫 댓글을 그대로 따라서 나의 의견을 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의식하지 않으면 동일해지되 조화롭지 못한 소인배의 길로 쉽게 빠져버리는 세상인 것이다.


반향실 효과(Echo Chamber Effect)

: 나의 목소리만 메아리치는 방에 갇힌 것 같이 나의 생각과 같은 콘텐츠만이 계속 나에게 노출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신념과 생각이 더욱 강화되는 현상이다. 주로 알고리즘 기반의 인터넷 매체와 플랫폼을 통해 이러한 현상이 강화된다.

- 참조문헌: en.wikipedia.org - 



이러한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인의 길을 갈 수 있을까?


일론 머스크가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로 뽑은 사람이자 <TIMES>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에 꼽힌 이 사람의 말을 참고해봐도 좋을 것 같다. 바로 카니예 웨스트의 말이다.


친구가 '너의 힘(power)은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력(influence)'이라고 했는데, 나는 이에 대해 '나의 힘은 타인에게 영향(influence) 받지 않는 능력(ability)이다'라고 답했다.

사진 출처: Netflix


아마 당신은 이 글에 대해서 무비판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틀렸다고도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은 주체적으로 생각하되 '다름'을 '틀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대인일 테니 말이다.



Photo by Zhenzhi Ma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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