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시간을 환각으로 보았다. 더 정확히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물리학을 믿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과거/현재/미래를 구분하는 것이 지독히도 없애기 힘든 환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과거/현재/미래를 구분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일에 대해서 후회도 하고 미래의 일에 대해서 걱정도 한다. 과거/현재/미래를 구분하는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기 때문에 후회도 하고 걱정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이것을 환각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럼 그가 말한 환각(Illusion)이란 정확히 무슨 뜻일까? 옥스퍼드 영영사전을 찾아봤다.
Illusion : 감각기관에 의해 잘못 인지되거나 해석되는 무언가
- Oxford Dictionary 중 - * 본인 번역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우리가 시간이라는 것을 과거/현재/미래로 구분하는 것은 우리의 감각기관에 의해 잘못 인지 및 해석된 오류인 것이다.
말이 어려운 것 같은데 한번 쉽게 생각해 보자.
1) 현재는 존재하는가? 우리가 현재라고 말하는 순간 그것은 과거가 되어 존재하지 않지 않는가?
2) 미래는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기에 미래 아닌가?
3) 과거는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기에 과거 아닌가?(그리고 존재했었다고 믿기에)
이것이 단순한 말장난으로 느껴진다면 크로노스적 시간 개념에 익숙해서일 것이다. 아래 그림과 같이 말이다.
사진 출처: Researchgate.net
하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은 시간을 크로노스로만 보지 않았다. 크로노스를 포함하여 총 세 종류로 나누어서 생각했다. 바로 크로노스, 카이로스 그리고 아이온이다.
1. 크로노스(Chronos)
크로노스는 직선적인 시간이다. 우리 대부분에게 가장 익숙한 시간 개념이다. 시간은 계속 흐르기에 지난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크로노스의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의 구분이 명확하다. 직선으로 계속 흐르기 때문이다.
2. 카이로스(Kairos)
카이로스는 의미적인 시간이다.(정설은 '타이밍'으로 보는 것이 맞으나 나는 '의미적'으로 해석한다) 김용옥 교수는 <도올의 로마서 강해>에서 카이로스를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의미'에 빗대어 설명을 했다. 즉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시점은 크로노스의 시간에서는아주 먼 옛날이지만 그것의 의미를 깨달은 누군가에게 현재 큰 영향을 끼친다면 카이로스적으로는 현재인 것이다.
3. 아이온 (Aion)
아이온은 순환적인 시간이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또 봄으로 순환되듯이 시간이 원형으로 영원히 흐르는 것이다. 이를 슬라보예 지젝은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에서 입으로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의 모습으로 현신한 영원한 회귀(반복)의 신으로 비유했다. 나는 아이온이 힌두 철학의 윤회(Samsara: 업보에 의해서 영원히 반복되는 생로병사) 혹은 주역의 기본정신을 잘 보여주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An ouroboros in a 1478 drawing in an alchemical tract, 사진 출처: wikipedia
그러면 현재 이 글을 쓰는 시점(다분히 크로노스적인 표현이다)에서 나는 시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