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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ul 27. 2022

<매트릭스>의 네오와 제갈공명 그리고 부처

대몽수선각(大夢誰先覺)

첫 번째 장면: <매트릭스>의 네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에게 두 개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사진 출처: 영화 <매트릭스>


1) 파란약을 먹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는 거짓의 세계에서 그대로 사는 것

2) 빨간약을 먹고 거짓의 세계에서 깨어나 불편한 진실의 세계로 가는 것



대부분이 알다시피 네오는 빨간약을 먹는다. 그리고 그는 거짓의 세계에서 깨어나 진실의 세계로 가게 된다.



두 번째 장면: <삼국지>의 제갈공명


유비는 천하제일의 지략가(요새 말로 브레인)인 제갈공명을 본인의 군사(軍師)로 삼기 위해 그의 집을 직접 찾아간다. 그런데 갈 때마다 번번이 우회적으로 퇴짜를 맞게 된다. 이에 굴하지 않고 그는 세 번이나 제갈공명의 초가집에 찾아가서 진실된 마음을 전하였고 마침내 그의 마음을 사서 제갈공명을 본인의 사람으로 만들게 된다. 이를 가리켜 초가집을 세 번 방문한다는 뜻의 '삼고초려'라는 말이 탄생했다.


그런데 제갈공명은 당시 무엇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유비의 제안을 번번이 거절했던 것일까? 그것을 알 수 있는 힌트는 바로 제갈공명의 방문 앞에 붙여놓은 편액(건물이나 문루 중앙 윗부분에 거는 액자)에 쓰인 글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인생이라는 큰 꿈을 누가 먼저 깨달을 것인가'라는 뜻의 '대몽수선각(大夢誰先覺)'이었다.

사진 출처: https://wukong.toutiao.com/question/6702985236692599052/


세 번째 장면: 보리수나무 아래 부처



보리수나무 아래 싯다르타가 앉아있다.


그는 왕족 출신으로 어린 시절 부족함 없이 자랐다. 그 어떤 고통도 모른 채.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고통의 존재를 발견하게 되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출가를 하게 된다. 온갖 고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려고 하였으나 번번이 실패를 했다. 고행을 한다는 것은 부족함 없이 자랐던 어린 시절과 마찬가지로 육체에 집착하는 행위라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된다. 그는 수행방법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육체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보리수나무 아래 앉아 깨달음을 얻기까지 자리를 뜨지 않겠다고. 7일째 되는 날 그는 번뇌와 집착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싯다르타는 '깨어난 자' 부처(Buddha)라고 불리게 되었다.


사진 출처: amazon.com



<매트릭스>의 네오는 빨간약을 먹고 깨어났고, 제갈공명은 깨어나는 것이 목표였으며, 부처는 이름 그대로 깨어난 자였다. 이들은 모두 깨어났거나 깨어나려고 한 존재들이다. 바로 대몽으로부터.


대몽(大夢)은 인생 전체를 하나의 꿈으로 보는 것입니다. 산다는 것이 다 꿈속 일이라는 것이죠. 지나간 세월을 생각해 보세요. 다 꿈 아닙니까?

중몽(中夢)은 그날 하루의 일과가 꿈이라는 것입니다. 그날 하루 낮에 일어난 일이 모두 꿈이라는 말이죠.

소몽(小夢)은 보통 말하는 꿈입니다. 밤에 잘 때 꾸는 꿈이죠.

- <조용헌의 도사열전> 중 -


우리는 커다란 꿈인 대몽을 꾸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런 생각조차 또 하나의 대몽인 것인가?


깨어난 사람만이 그 답을 알 것이다. 




Photo by Илья Мельниченко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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