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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Oct 03. 2022

철학자가 생각하는 철학자란?

철학자(Philosopher)


책을 읽다가 인상적인 '철학자'의 정의를 보았다. (정확히 어떤 책인지 기억이 나진 않는데 아마도 아즈마 히로키의 책이었던 것 같다)


철학자는 개념을 창출해내는 사람이다.

- 질 들뢰즈 -



'좋은 마케터의 세 가지 유형'이라는 글에서 철학자 유형의 마케터를 창조적 파괴를 마케팅에서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이것과 맞닿아 있는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명확한 개념 창출면 그와 인접한 모호한 개념모두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썸 타다'의 '썸'이라는 개념이 탄생하면서 친구도 연인도 아닌 애매한 관계를 지칭했던 모호한 개념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다. 철학자는 철학자라는 개념을 어떻게 정의했는지. 본인을 지칭하는 개념을 스스로 어떻게 이해했는지.


먼저 서양 철학의 근간을 세운 플라톤은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모든 종류의 지식에 흥미와 호기심이 있으며 그것을 지속적으로 배우려 하고 절대 만족함이 없는 사람을 정확히 철학자라고 부를 수 있다.

- 플라톤 -



<논어>의 첫 문장인 "배우고 제때 그것을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 학이시습지불역열호)"가 연상되는 정의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철학자는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아보자.


유교, 불교, 선교(도교) 뿐만 아니라 기독교까지 섭렵했던 세계적인 석학이자 승려인 탄허 선사는 그가 했던 말에 비추어 보았을 때 아마도 다음과 같이 철학자를 정의했을 것 같다.

탄허는 1978년 오대산 월정사에서 열린 '유/불/선/화엄 동양 사상 특강'에서 '철학'이라는 술어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근대 일본인들이 '지혜에 대한 사랑'을 어원으로 하는 '필로소피'에 대한 역어로 '철학'이라는 술어를 사용하였는데 서양철학에서 말하는 애지(愛知)의 '지(知)'는 시공이 끊어지고 분별이 사라진 '진지(眞知)'가 아니라 분멸 망상이 붙어 있는 '망지(妄知)'이므로 동양학 혹은 동양 사상을 동양철학이라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 문광의 <탄허 선사의 사교 회통 사상>(민족사, 2020) 중 -


분멸 망상이 붙어있는 지식을 사랑하는 사람을 철학자라고 한다.

- 탄허 선사 -



이 정의에 따르면 탄허 선사는 아마도 스스로를 철학자가 아닌 사상가로 여기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게 위대한 철학자와 사상가의 생각을 보다 보니 문득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졌다. 지금까지 언급한 이들과 나를 동일선상에 두고자 함도 아니고, 스스로를 철학자나 사상가로 지칭하지도 않지만 이번 기회에 한 번 개념을 정의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다. 


대중이 한나절 생각할 질문을 한평생 고민하는 사람이 철학자다.

- 캡선생 -



내가 정의한 바와 같이 수많은 철학자들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혹은 생업에 몰두하느라 깊게 생각하지 못하는 본질적인 문제에 삶 전체를 바쳤다. 모든 사람에게 철학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신이 무엇을 고민하건 그에 대해 목숨 바쳐 고민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으니 말이다.


당신은 철학자를 어떻게 정의하고 싶은가?



Photo by Giammarc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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