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독서모임을 진행했지만 독서에 진심인 사람의 비율이 가장 높았던 것은 '비행독서'였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독서모임은 독서광들의 모임이 아니다. 오히려 책과 친해지고자 하는 독린이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비행독서'는 이런 면에서 꽤나 특이했던 모임이다. 적게는 수백 권 많게는 수천 권의 책을 읽어온 참여자가 다수를 차지했으니 말이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모임 시간과 진행 방식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일단 일요일 오전 10시에 모임이 시작된다. 제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오전 7시에 일어났다는 분도 있을 정도로 이른 시간이다. 조금이라도 더 쉬고 싶은 일요일 아침에 침대를 박차고 나오기 위해서는 엄청난 의지가 필요하다. '독서'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말이다. 그렇기에 독서광이 아니라면 쉽게 참여하기 힘든 모임이었다.
모임이 시작되면 1시간 30분 동안 핸드폰을 꺼두고 책만 읽어야 한다. '핸드폰은 비행모드, 우리들은 독서모드'라는 비행독서의 슬로건처럼 독서에만 집중을 해야 한다. 누구에게는 고역일 수도 있지만 독서광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환경이다. 개인적으로 해외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고요하고 먹먹한 구름 위 기내에서 책을 읽을 때이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비행기가 만들어내는 적당한 백색소음 속에서 책에 몰입하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비행독서'는 이를 재현해 내기 위해 만든 모임이기도 하다. 독서광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1시간 30분 동안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대화가 시작된다. 각자가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와 그로부터 파생하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깊게 생각을 나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책과 다양한 생각을 접하게 된다. 모임을 통해 타자가 만들어낸 새로운 세상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모임은 15회 연속 매진이 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고 감사한 후기도 이어졌다.
사진 출처: 남의집
참여자뿐만 아니라 모임장인 나도 매우 즐겁게 진행한 모임이었다. 하지만 즐거움은 늘 아쉬움을 동반한다. 즐거움의 크기만큼이나 그 시간이 그냥 휘발된다는 아쉬움이 매번 있었다. 그래서 텍스트로 이러한 시간을 단단히 붙잡고자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비행독서>라는 책이었다.
<비행독서>에서는 모임에서 독서광들이 추천했던 책과 그에 대한 공동진행자 로히와 나의 생각을 매우 짧고 가볍게 담았다. 만약에 독서광들이 자주 읽는 책이 궁금하다면 그리고 그러한 책에 대한 독서광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이 책이 다소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은 작년에 출간하였는데 뜬금없이 지금에서야 이렇게 홍보글을 쓰게 된 이유는 한 독자분 때문이다. 최근에 책을 구입해서 읽은 분이 나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책을 홍보하는 모습을 보며 반성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체면 때문에 혹은 게으름 때문에 내가 쓴 책을 어느 순간부터 홍보를 하지 않았다. 아이를 세상에 내놓은 부모가 책임감을 갖고 아이를 키우듯, 책을 세상에 내놓은 작가 또한 책임감 있게 책을 홍보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첫 책이라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책을 내가 사랑하지 않고 홍보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비행독서>를 어떤 연유에서든 읽어준 모든 분들께 다시금 감사드린다. 덕분에 오늘도 힘을 내서 이렇게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