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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an 09. 2023

독서모임에 대한 오해 (feat. ONW)


연말이면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를 외치곤 한다. 고래가 아닌 영감을 잡으러. 


사람마다 영감의 공간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게다가 같은 사람이라도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영감의 공간이 변하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에 3-4년 전부터 동해바다가 주는 영감에 푹 빠져있다. 그래서 한해를 되돌아보고 새해를 계획하는 공간으로 동해보다 좋은 곳은 현재 기준 없다.


2022년 연말도 동해에서, 더 정확히는 강릉에서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고 강릉에 사는 지인에게 소식을 전했다. 시간 되면 보자고. 지인은 알겠다는 간단한 답변 대신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가게에서 독서모임 해보는 거 어때요?



강릉에서 독서모임이라! 이렇게 낭만적인 제안을 어찌 거절할  있겠는가? 바로 알겠다고 했고 독서모임은 일사천리로 준비가 되었다. 와인과 함께하는 독서모임 '2022 책송년회'는 그렇게 탄생했다.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onw_gn


어떠한 광고나 모임 플랫폼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모객을 해서 과연 사람모일까 걱정으나 처음에 기획했던 4명이 빠르게 찼고 최종적으로 6명 정원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모임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내 입에서 처음으로 나온 말은 "우와"였다. 식상할 수 있는 감탄사가 바로 터져 나올 만큼 멋진 공간이었다. ONW(오뉴월커피와인)는 카페와 와인바를 겸비한 복합공간인데 모임을  장소는 카페로 쓰이는 공간이었다.



2022 책송년회를 진행한 공간


멋진 공간이 무색하지 않게 모임훌륭했다(모임장 입으로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ONW 사장님이 준비한 와인도 기가 막혔고 참여자분들도 서로를 배려하는 태도로 경청하며 대화를 나누어서인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진행했다. 예상종료시간보다 1시간이지나 가게 영업종료 시점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끝낼 수 있을 정도로 대화는 화기애애하고 흥미롭게 이어졌다.


대부분의 참여자는 독서모임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모임에 오기 전에 독서모임에 대한 막연한 고정관념과 그로 인한 두려움이 있다고 다. 대략 다음과 같다.


독서모임은 독서광만 참여할 것 같았어요.



이 부분은 단호하게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경험상 독서모임은 '독서광'보다 '독린이(독서와 어린이의 합성어로 독서가 익숙지 않은 사람을 일컬음)'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독서광은 '모임'과 무관하게 책을 읽는 사람들이고, 독린이는 '모임'이라는 강제성이 있어야만 독서를 할 수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모임은 독린이가 훨씬 많은 편이다. 한 독서모임 대표도 이와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본인이 운영하는 독서모임의 주 타깃은 '독린이'라고 말했다.



책에 대한 이야기만 해야 될 것 같은데 책을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책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하는 모임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독서모임은 '책'은 이야기의 물꼬를 트는 마중물로서 활용되곤 한다. 독서모임은 책이라는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메타 이야기'가 주가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사랑에 대한 책이라면 '사랑'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고, '주식' '부동산'과 같은 실용서적이라면 이에 대해 관심은 있는지, 투자는 하고 있는지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에 아무런 주제 없이 만난 사람들에게 대화를 나눠보라고 하면 다들 멀뚱멀뚱 서로를 쳐다만 보게 될 것이다. '책'이라는 매개는 처음 보는 사이라도 재밌는 대화거리를 제공한다. 친한 친구와도 할 수 없는 '죽음'과 같은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해주는 불쏘시개로 작용을 한다.


모임이 다 끝나고 참여자분들은 합이라도 맞춘 듯 "강릉에서 이런 독서모임 자주 열어주세요"라는 말을 했다. 서울/경기권과 다르게 지방에는 이러한 모임을 경험하기 힘든 듯했다.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서울이 아닌 곳에서도 독서모임을 열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독서와 대화, 책과 사람의 간격혀보겠다는 다짐도 함께.


Photo by Árpád Czapp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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