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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Aug 23. 2022

BYOB로 마무리한 책Easy

<자유책> 모임


2022년 8월 21일, 오후 6시 30분, 을지로 20길 12


시간이 무섭도록 빠르네...



<책Easy> 첫 모임을 한 지 벌써 3개월이 지났고 마지막 4회 차 모임만 남았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시간의 쏜살같은 무심함에 놀라게 되었다. 글을 쓸 때마다 이야기하지만 이번 <책easy>모임은 매우 특이한 모임이다. 다른 것은 둘째 치고라도 참여인원에 있어서는 더더욱.


1회 차 모임은 3명, 2회 차와 3회 차는 5명, 그리고 마지막 4회 차는 다른 모임에서 놀러 온 분까지 총 6명으로 회차가 진행될수록 참여인원이 늘어나는 보통의 모임과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마치 우량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상향을 하듯 <책easy>도 횟차가 거듭될수록 참여자의 숫자가 우상향을 그린 것이다. <책easy>는 이렇게 보면 모임계의 우량주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아니라면 pass)


3회 차 때 멤버들이 술과 함께하는 대화를 즐겼던지라 마지막 모임의 콘셉트를 아예 각자 마시고 싶은 술과 음료를 갖고 오는 BYOB(Bring Your Own Bottle)로 잡았다. 그런데 때마침 마지막 모임은 지정책이 아닌 각자 추천하고 싶은 '쉬운 책'을 갖고 오는 콘셉트이라 BYOB를 Bring Your Own Book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BYOB 스러운 4회 차였다.


멤버 두 분이 요새 핫하다는 버터 맥주와 심지어 그 구하기 힘들다는 버터 막걸리까지 갖고 오셔서 모임 시작 전에 엄숙하고도 공식적인 인스타그램 업로드용 사진촬영 시간을 갖었다.



놀러 오기로 처음 우리 모임에 참여 멤버분이 있어서 간단하자기소개를 하고 바로 음주와 대화를 시작했다. 멤버들이 배가 매우 고파 보였다(더 정확히는 음식에 상당히 집중을 했다). 멤버들이 일단 편히 먹을 수 있도록 나부터 책 소개를 시작했다.



내가 가져온 책은 <조용헌의 방외지사 열전 1>이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좋아하는 작가들 중에서 유독 독서모임에서 언급이 안 되는 작가가 바로 조용헌이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독서모임을 가봤지만 조용헌 작가의 책을 읽은 사람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조금 더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작가를 소개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가지고 왔다. 


조용헌 작가는 '강호동양학'을 표방하며 '천지인(天地人, 각각 사주/풍수/한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풀어내는 이야기꾼이다. 이 작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사주명리학'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서 초보자도 쉽게 자신의 사주팔자를 볼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이야기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자신의 사주팔자의 여덟 글자 중에 '양'이 많은지 '음'이 많은지를 확인

2. 자신의 사주팔자에 어떠한 오행이 많고 적은 지 혹은 없는지 확인

3. 자신의 일주(일간과 일지에 나타난 글자)를 확인하고 그것을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해 어떠한 경향인지 확인


생각보다 멤버들이 사주에 관심이 많아서 이야기가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마지막 모임이 <책easy>가 아닌 <사주easy> 될 것 같아서 적절히 끊고 다음 책으로 넘어갔다.


다음 멤버가 소개한 책은 박종기의 <지중해 부자>라는 책이었다.


본인이 멘토로 생각하는 분이 추천한 책이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책에는 다양한 조언이 나오지만 해당 책을 갖고 온 멤버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조언은 "너무 눈치 보지 말고 살아라"였다. 매우 공감을 했다. 여기서 "눈치 보지 말라"는 것을 예의 없이 굴거나 눈치 없이 행동하라는 것이 아닌 "다수가 그렇기 때문에 너도 그래야 한다"는 일종의 사회적 규범에 얽매이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할 경우 꽤나 울림이 있는 말이라 생각했다.


이 책과 관련해서 "만약 책의 주인공처럼 4,000억 원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인상적인 결론은 다음이었다. "4,000억 원을 번다면 아마 지금의 마인드와는 전혀 다를 것이기 때문에 지금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 지금의 '나'와 4,000억 원을 일군 '나'는 꽤나 다른 사람일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책은 홍민지의 <꿈은 없고요, 그냥 성공하고 싶습니다>였다.


해당 책을 갖고 온 멤버는 최근 스타트업의 리더 자리로 이직을 해서 90년대 팀원들을 더 이해해야만 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그녀에게 나타난 책이었다. 90년대생에 대한 책은 꽤나 많은데 대부분은 다른 세대가 그들을 보고 판단한 책이 주를 이룬다. 이 책은 그와 다르게 저자가 92년생이다. 90년생이 말하는 90년생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나도 설명을 듣는 내내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과 관련해서 나온 화두는 "꼰대란 무엇인가?"였다. 이에 대해서 각자 다양한 이야기 했지만 BBC가 정의한 꼰대에 대한 정의로 이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오늘의 단어’로 ‘꼰대(Kkondae)’를 선정했다. 이들은 ‘꼰대’를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으로 다른 사람은 늘 잘못됐다고 여긴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나이, 사회적 지위 등에 따라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잡혀있어 생겨난 현상이다.

- hangeul.go.kr 중 -



다음 책은 놀러 온 멤버분이 들고 온 경민선의 <연옥의 수리공>이라는 책이었다.


4회 차 유일한 소설책이었다. '죽음'에 대한 화두를 강력하게 던지는 책이었다. 간단히 말해 인간이 만들어낸 사후세계에 대 다룬 SF 소설이었다. 해당 멤버 분은 최근 '죽음'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관련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읽던 중 해당 책을 읽게 되었다고 말했다.


독서모임 아니고서야 지인들과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는 참 어렵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면 "야 너 왜 그래? 무슨 문제 있어?"라는 걱정 혹은 놀람의 반응을 얻게 될 테니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서는 곰곰이 생각할 기회조차 없다. 그래서 독서모임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이에 대해 조금 깊게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다.


죽음과 관련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책에서도 언급한 '사후세계'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의견을 나누었다. 기독교인 멤버는 명확히 천국과 지옥을 믿었고, 종교는 없지만 환생을 믿는다는 분도 있었고, 마음은 환생을 믿지만 머리로는 그냥 죽으면 아무것도 없는 '끝'이라고 생각는 분도 있었다. 이러한 사후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 '선과 악'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경향이 높다. 왜냐하면 '천국과 지옥' '환생' 모두 현재 삶에서 얼마나 선하게 혹은 악하게 사는가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내 이야기는 "선(善)은 무엇인가?"와 같은 철학적 담론으로 이어졌다.


다음 책은 미즈노 남보쿠의 <절제의 성공학>이었다.


해당 책을 갖고 온 분은 이 책을 5 회독이나 할 정도로 인생책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이제는 책 표지만 봐도 내용을 다 읽은 것 같은 효과까지 생겼다고 했다. 책의 요점은 "음식을 절제하는 사람은 성공한다"였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로 크게 언급되는 것이 '수면욕', '성욕', 그리고 '식욕'이다. 이처럼 '식욕'은 인간이 절제하기 굉장히 어려운 기본적 욕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욕구를 절제했다면 삶의 다양한 부분에서도 절제하면서 살게 되고 이는 성공으로 이루어진다는 주장 같았다.


개인적으로 1일 1식을 한 지 1년이 넘었는데, 나도 식욕을 절제하면서 인생의 많은 부분이 나아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일단 식비가 줄었다. 하루에 한 끼만 먹으니 끼니를 대충 때우지 않게 되었다. 식곤증과 같이 식사 후에 머리가 뿌옇게 되는 시간도 줄어들어서 가용시간이 늘어났다. 또한 기본적인 욕구를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다. (물론 지구 환경에 좋은 것도 있다) 해당 책을 소개한 멤버도 적게 먹으면서 비슷한 장점을 많이 느꼈다고 공감했다.


마지막 책은 오바라 가즈히로의 <프로세스 이코노미>였다.


해당 책을 추천한 멤버는 원래는 마케팅 쪽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최근 들어 해당 분야에 관심이 생기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본인도 퍼스널 브랜딩과 N잡을 위한 활동을 해야겠다는 다짐까지 하게 되었다고.


다른 멤버들도 격하게 공감했다. 한 멤버는 본인의 직업만으로는 미래가 불투명해서 투자에 관심이 생겼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주식 이야기를 했는데, 관련해서는 꽤나 쏠쏠한 주식 추천도 오갔다.


마케팅과 브랜드 컨설팅은 내 본업이기 때문에 더 길게 이야기를 나누며 아는 부분에 한해서 정보도 공유하고 싶었지만 너무나도 즐겁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10시를 넘겼다. 원래 마치는 시간인 9시 30분을 훌쩍 넘겨버린 것이었다. 해당 공간을 관리하는 공간지기님의 퇴근 시간도 고려해야 하는지라 아쉽지만 급히 마무리를 해야만 했다.


마지막으로 돌아가면서 간단히 소감을 나누었는데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면서 감사한 말은 다음이었다.


3개월 동안 모임 날이 늘 기다려졌어요.



나 또한 이 모임은 유독 기다려졌다. 평소에는 잘하지 않던 모임 분들과의 회식과 번개를 적극적으로 했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오래 기억에 남을 모임이다. <책Easy> 모임은 이것으로 끝이지만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멤버 분들과는 인연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Photo by Christopher Alvareng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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