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홍대병이란 말이 유행했다. 나만 아는 것 같은, 나만 알고 싶은 가수가 갑자기 유명해져서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 그 가수에 대한 애정이 빠르게 식어버리는 증상(?)이 그 대표적인 예다.
취향의 문제 외에도 '투자'와 같이 경제적인 이유로 나만 알고 싶은 뉴스도 있을 것이고, 다른 사람이 몰라야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남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맛집'도 있을 것이다. 이유와 분야 그리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나만 알고 싶은'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소비자의 이러한 심리는 공급자에게는 참으로 난감한 문제다. 소비자가 본인이 제공하는 제품/서비스에 만족한다는 보람된 증거인데, 더 많은 고객에게 알리는 데는 장애가 될 수 있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마냥 좋아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불평하기도 애매하다. 나도 모임을 진행하면서 이를 여러 번 경험했다. '나만 알고 싶은 모임'이라는 평을 직간접적으로 들으면서 감사함과 동시에 아쉬움을 느끼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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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남의집, <북 도슨트> 후기. 오른쪽: 아그레아블, <난독해독클럽> 후기
위 이미지처럼 후기를 남겨주신다면야 너무나도 감사하다다. 이보다 더 좋은 마케팅은 없을 테니 말이다. '나만 알고 싶은 모임'이라는 평은 모임장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자 다른 사람들도 참여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말로 나만 알고 싶어서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는 분들이다.
매회 참여자가 많아야 20명 남짓한 오프라인 모임을 진행하다 보니 확장성에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거기에다 모임에 만족한 분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라서, 내 모임은 그야말로 아는 사람들만 아는 모임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만큼 새로운 분들이 참여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여러 가지 감정이 피어오른다. 먼저 지속해서 내 모임에 참여하는 분들에 대한 감사함과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든다. 비싼 돈과 소중한 시간을 들여 모임에 지속적으로 오시는 분들에게는 감사함을 넘어 묘한 미안함이 든다. 그분들을 볼 때마다 내가 받는 가치보다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나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다음으로는 새로운 분들이 점점 더 참여하기 힘들어지는데 따른 아쉬움도 한편 있다. 모임을 통해 더 많은 분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명확한 한계가 느껴진다. 사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간단하다. 참여자 수의 한계가 없는 유튜브와 같은 공간으로 확장하면 된다. 나도 알고 많은 사람들도 아는 정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모임을 고집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나를 불특정 다수에게 드러내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여전히 있다.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불특정 다수에게 의견을 전했을 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오해, 그리고 알려짐에 따른 부자유가 불편한 것이다(물론 죽어라 노력해도 유명해지기란 어려운 것은 잘 알고 있다. 김칫국을 양동이채 마시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두 번째로 오프라인 모임만이 주는 매력이 있다. 같은 공간에 있음으로써 확보되는 사람과 사람 간의
온기와 에너지의 공유. 이러한 상황에서만 주고받을 수 있는 영감, 신체성이 주는 영감을 포기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나만 알고 싶은 모임'이라는 어찌 보면 감사한 한계 속에서 모임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글쓰기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활동인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건 불특정 다수에게 내 생각을 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의 두서없는 글쓰기는 어쩌면 투정반 부탁반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정도까지 써보니 뒤늦게 나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
여러분이 혹시라도 제 글에 만족했다면 더 많은 분들에게 알려주시고, '캡선생'이라는 이름도 여러분의 글에서 많이 인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쓰기에 있어서는 '나만 알고 싶은 작가'보다는 '모두가 아는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더 큰가 봅니다. 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