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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현 Sep 07. 2021

내가 파리에서 손빨래를 할 줄이야.

고군분투 에어비앤비 파리 숙소 정착기

암스테르담 travel card 48h €29.50

 암스테르담에서 파리로 떠나기 전날, 커피 킬러인 내가 저녁에 마신 아메리카노 한 잔 때문에 잠 한숨을 못 자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을 노릇이었다. 아마도 나라와 나라를 이동하는 것에 대해 부담이 많이 되었겠지.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또 추적추적 내리고 난리. 암스테르담 48시간 트래블카드의 시간이 남은 관계로 런던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우버가 아닌 버스를 택하는 모험을 선택했고 당당하게 비옷을 꺼내 입었다. 짐 지옥과 더불어 비바람을 타고 비옷을 침범하는 빗줄기를 맞아가며 버스에 탑승했고 무사히 암스테르담 역에 도착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대범한 선택이었고, 비옷을 입고 버스를 탔을 때 시선이 집중되었던 그때는 추억이 되었다.

암스테르담 호텔 체크아웃
유레일 글로벌 플렉시 패스 7days1m

 한국에서 미리 예약한 유레일 글로벌 플렉시 패스 (Eurail Flexi Pass)를 암스테르담 역 철도 안내소 직원에게 가서 개시하겠다고 이야기하고 확인 도장을 받았다.


이제 우리는 프랑스 파리로 떠난다!


탈리스 기차

 


 세 시간 반을 달려 소매치기의 성지이자 인종차별의 온상인 파리 북역을 도착했다. 소문은 익히 들어 아이들 단속 및 가방 단속을 하느라 혼이 빠지는 통에도 파리 교통권을 발급해야 하기에 파리 북역 교통권 발급 장소에 도착했다. 우리는 파리에 9일간 머물 예정이라 나비고(Navigo)를 발급받기 위해 한국에서 증명사진까지 챙겨 왔다.

나비고(Navigo)

 우선 영어를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직원에게 나비고 발급을 요청한 것부터 첫 단추는 잘못 끼워졌다 싶었다. 거기에 더 황당했던 것은 3개를 발급받는다고 분명 이야기했는데도 불구하고 교통권 3개의 총금액을 계산해주지 않고 1개에 대한 값을 계산하고 동전으로 잔뜩 거스름돈을 준다. 그리고는 또 1개를 계산하면서 거스름돈 한아름, 마지막 남은 교통권 1개를 계산하면서 거스름돈을 잔뜩 주는 게 아닌가?


이런 융통성 없는 직원을 봤나!!!


 정확하게 얼마인지 파악하기조차 힘든 거스름돈 동전 세례에 당황스러운 틈을 타 거스름돈을 얼렁뚱땅 줬을까 봐 시간을 들여서라도 옆에서 꾸역꾸역 계산하고 확인하는 엄마 사람. 본척만척하는 직원도 얄밉지만 영어로 말하는 것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배려심 없는 태도는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났다.


인종차별을 겪기 1시간 전 메트로입니다만 (인종차별 이야기 참고)

 

 파리 메트로는 십 년 전과 같이 여전히 더러웠고 에어비앤비 파리 숙소가 있는 지하철역은 엘리베이터가 없던 구간이라 짐 지옥인 우리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곳이었다. 큰 캐리어를 지하철역 게이트까지 옮기기는 역부족이었고,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그 누구 하나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장화 신은 고양이의 눈을 하고 지나가던 젊은 여성에게 굽신굽신 부탁을 했고 우리는 드디어 그 메트로 계단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에어비앤비 파리 숙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파리 숙소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모든 게 다 평화롭게 마무리될 줄 알았다. 짐을 풀고 밀린 빨래를 하려고 드럼세탁기의 뚜껑을 여는 순간 느껴지는 쾌쾌한 냄새와 고무패킹 사이로 닦아도 닦아도 나오는 까만곰팡이 때 국물로 인해 여기서 옷을 한번 빨았다가는 온몸이 간지러울 것 같았다.


내가 파리에서 손빨래를 할 줄이야.

 정말 어지간하면 온몸이 피로해서 눈 딱 감고 세탁기를 돌리고 싶었지만 세탁 전이 후보다 더 깨끗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뭔지. 9일간의 파리에서 '살아보는 여행'은 손빨래로 문을 열겠구나 싶었다.

암스테르담에서 활약을 한 비옷이 아련하게 걸려있구나. 코끝 찡.
프랑스 숙소의 인상 깊었던 한 장면

 암스테르담에서 잠 한숨 못 잔 예민한 엄마 사람은 어깨에 곰 네 마리씩 업고 밀린 손빨래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오는데 세상에나! 이쁜 내 아가들이 여행일기를 쓰느라 분주하다. 이 값진 순간의 찰나를 놓칠세라 얼른 카메라에 담는다. 프랑스 파리 숙소에 라따뚜이 ost 가 아련하게 퍼지던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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