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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현 Aug 26. 2021

아이와 함께 암스테르담에 꼭 와야 할 이유

반 고흐 미술관, 안네의 집,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유럽 미술여행을 계획하면서 여행루트를 짜는 데 있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애초에 계획되지 않았다. 이미 4개국 9개 도시에 달하는 루트였고, 딸아이가 좋아하는 빈센트 반 고흐 작품은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나 다른 미술관에서도 충분히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빈센트 반 고흐 미술관을 가지 않으면 너무 후회할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혔고, 숙소 및 이동수단을 다시 조정하면서까지 반 고흐 미술관을 계획에 담고야 말았다. 아마도 이렇게 수고로움을 감수한 것은 우리가 처음 만났던 빈센트 반 고흐의 인상이 강렬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처음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난 건 130년을 넘어 '고흐'가 2019년의 '우리'를 만나러 우정아트센터로 왔었던 날이었다.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 전시는 인상파 화가였던 고흐의 거친 붓터치와 원색을 활용한 다양한 색감을 마음껏 보고 듣고 만져볼 수 있는 체험형 전시였고 워크북과 오디오북까지 무료로 제공하여 작가별 전시 중에서 유독 후한 인상을 받았다. 둘째 딸아이에게 빈센트 반 고흐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로 손꼽을 만큼의 임팩트 있는 전시였기도했다.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_우정아트센터 2019. 08




반 고흐 미술관 (Van Gogh Museum_Museumplein 6, 1071 DJ Amsterdam, Netherlands)

반 고흐 미술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빈센트 반 고흐 미술관은 워낙 유명한 미술관이므로 미리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해서 반 고흐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을 했고, 예약 시 한국어 지원되는 오디오북은 필수로 포함시켰다.



+빈센트 반 고흐 미술관 https://www.vangoghmuseum.nl/en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을 지나 살짝 내려오다 보면, 모던하고 현대적인 외관의 반 고흐 미술관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한국에서 미리 예약하고 출력해온 전자티켓으로 예약시간에 맞춰 대기 없이 관람이 가능했다. 그리고 예매 시 추가했던 한국어판 오디오북은 고흐의 작품 하나하나에 깃든 사연들을 아이들 또한 충분히 이해할 정도의 수준으로 잘 설명해주는 도슨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또한 cloakroom에 무거운 코트와 가방을 맡겨놓을 수 있어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이 겨울 미술관 관람에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반 고흐 미술관은 사진 촬영이 불가해서 그의 작품을 카메라로 담지 못한다는 것이 다소 아쉬웠는데, 생각해보면 고흐의 끓어오르는 예술의 절절함과 암울하고 어두운 아픔이 카메라에 감히 담길 수 있으랴? 

  

 나는 반 고흐의 작품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가짜 그림'에 너무 익숙한 '진짜 그림'의 '해바라기'를 보고 눈을 뗄 수 없었다. (앞서 만났던 런던 내셔널 갤러리의 '해바라기'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거친 붓터치와 과감한 노란 해바라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황금빛 에너지를 오롯이 받고 있자니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의 충만함이 느껴졌다. 그림을 계속 보고 있자니 나의 미술에 대한 비루한 천박함에서 나온 생각은 '그래서 해바라기가 사업하는 집에 많이 걸려있는 거구나'싶을 정도였다. 

 

엄마표 유럽 워크북_반 고흐 미술관


엄마표 워크북을 하는 모습을 부러운 듯 지켜보는 유럽 아이

 딸아이들은 오디오북의 설명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귀를 못 떼며 엄마표 유럽 워크북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채워갔다. 온통 한글로 적혀있는 엄마표 유럽 워크북을 열심히도 하는 딸아이를 지켜보는 유럽 꼬마 아이는 부러운 듯 계속 쫓아다니면서 워크북을 구경하였고, 이 또한 엄마표 유럽 워크북이 국위 선양하는 듯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반 고흐의 거친 붓터치에 섞여있던 모래알까지 낱낱이 살펴보고 감상하던 둘째 딸아이가 나에게 말했다.



엄마, 고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요. 머리가 아프고 슬퍼요.



 딸아이는 고흐의 어떤 마음을 읽은 것일까? 아프고 슬프다는 감정이 어디에서 연유해서 온 것일까? 그런 감정이 가슴 쩌릿하게 느껴졌다면, 암스테르담에 온 이유는 이미 나에게 충분했다. 





안네의 집 (Anne Frank Huis_Westermarkt 20, 1016 GV Amsterdam, Netherlands)


안네 프랑크의 집

 안네의 집은 우리가 암스테르담을 경유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였다. 첫째 아이가 마르고 닳도록 읽었던 안네의 일기 속 주인공을 만나기 위한 이 여정은 첫째 아이가 너무 설레어서 전날 밤을 설쳤을 정도 기대감과 설렘이 벅찬 일정이었다. 암스테르담 숙소에서 그다지 멀지 않았던 안네의 집은 사람들의 행렬이 없었더라면 하마터면 지나칠 뻔했다. 우리 상상 속의 안네의 집은 빨간 머리 앤이 살 것만 같은 삐걱대는 나무마루에 빈티지한 커튼이 살랑거리는 낡디 낡은 공간일 것 같았는데 웬걸, 리모델링으로 모던한 모습을 풍기는 안네 프랑크의 집은 상상과 너무 괴리감이 커서 딸아이의 얼굴에서 이미 입장도 하기 전에 실망감이 묻어났다. 미리 한국에서 예약을 하고 온터라 대기하는 시간 없이 들어선 안네 프랑크의 집은 한국 오디오북이 없어 대신 영어 오디오북을 무료로 대여하여 입장하였다. 


+안네 프랑크의 집    https://www.annefrank.org/nl/

사전 예약은 필수!
한국어 오디오북은 없어 영어 오디오북을 대여했다


  내부 사진 촬영이 금지된 터라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을 이 시간에 오롯이 전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고 아이들 또한 다 이해하지는 못할 영어 오디오북에 미간을 찌푸려가며 진심을 다해 듣는 모양새가 너무 기특했다. 


 좁은 통로를 따라 가파른 계단을 올라 도착한 은밀한 안네의 방은 우리의 상상 속의 방과 흡사했고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고 몰입해서 관람을 마친 첫째 아이는


뭐라고 정확하게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마음이 너무 아파요


라며 자신만의 짧은 소회를 밝혔다. 마음이 아팠다는 건 안네와 마음이 통한 거였겠지. 이렇게 어둑어둑해진 밤거리를 향해 안네 프랑크의 집을 나섰다. 수다스럽던 셋은 이 표현할 수 없는 아픔으로 다소 진지하게 걸었고 그 밤거리의 분위기는 눈을 감아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아이는 한국으로 돌아와서 제일 먼저 꺼내 든 책은 안네의 일기였다. 안네 프랑크의 집을 다녀온 후 읽어본 안네의 일기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지 감히 상상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전의 안네보다 더 아련하고 마음이 아프지 않았을까?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Rijksmuseum_Museumstraat 1, 1071 XX Amsterdam, Netherlands)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은 고딕 양식과 르네상스 양식이 조화를 이룬 디자인에 조각을 비롯해 스테인드글라스 등으로 장식되어 건물 외관이 화려하다 못해 빼어났다. 특이한 미술관 외관에 매료되어 입장하였으나 폐관 시간에 임박하게 도착하여 미술관 내부의 작품을 구경하지 못했다.  우유를 따르는 하녀_페르메이르 작품을 꼭 아이들 두 눈에 담아주고 싶었던 나의 생각과는 달리 여유롭지 못한 여행 일정으로 매끄럽지는 못했지만 기념품샵에서 엽서 및 다양한 굿즈를 구경하면서 대리 만족하였다.

엄마표 유럽 워크북_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 내부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 기념품샵

 암스테르담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 만나지 못했던 작품의 엽서를 보며 워크북 하나하나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추억을 하나하나 채워나가듯 말이다. 암스테르담은 이렇게 우리에게 안네의 집, 반 고흐 미술관, 국립미술관으로 가슴 시리고 아련하게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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