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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현 Sep 08. 2021

좌충우돌 바르셀로나 첫 정착기

배꼽이 배보다 더 큰 저가항공기 타고 니스에서 바르셀로나 가기

니스 숙소 냉장고 털기

 니스에서 바르셀로나로 떠나는 날 아침이다. 새벽 일찍 일어나 숙소 냉장고에 있는 모든 식재료를 털어 아침을 해 먹었다. 전날 마트에서 쟁여놓은 매그넘 아이스크림 세트를 다 먹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며 니스의 숙소와 안녕을 고했다. 우버를 타고 비행기 출발시간보다 한참을 일찍 도착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짐 지옥으로 나를 옭아매는 캐리어 수하물 무게를 잘 분산해보자는 치밀한 전략이 숨어있었다.

니스 공항 (장안의 화제 니스 교통권 '당근' 장소)
수하물 overcharge €52

 비행기를 탄다는 건 수화물 무게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 저가항공인 이지젯이 허용한 수하물의 무게는 23kg+15kg이었고 우리의 짐은 이미 허용치를 한참이나 넘어섰다. 수하물 담당 직원이 우리의 수하물 무게를 보더니 우리의 셋 항공권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요구했다. 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수하물 초과 요금에 클레임을 제기하였고, 자꾸 알아듣지 못할 불어 및 영어를 섞어서 이야기를 하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입술을 깨물며) 을마면 되니? 을마면 되냐고?!


 나의 일그러진 표정을 한참 살피던 그 직원은 자기가 선심 쓰는듯한 제스처와 표정을 지으며 무지 쪽지 하나를 꺼낸다. 거기에 수기로 막 쓰더니 내가 네 딸들을 봐서 할인을 해준다며 이 쪽지를 짐 옮기는 남자 직원에게 갖다 주면 너희들의 짐을 옮겨줄 거라 한다.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 무슨 권한으로 어떻게 할인을 해주며, 정당한 영수증이 아닌 백지수표에 서명하듯 갈긴 종이쪽지에 적힌 금액을 무슨 근거로 믿고 지불해야 한다는 건지 나는 도통 1도 이해되지 않았다. 심지어 온니 캐시란다. 사실 더 따지듯이 묻고 싶었지만 첫 제시했었던 금액보다는 낮은 금액이었기에 제발 내 짐만 바르셀로나까지 무사히 부쳐주길 간절히 바라며 항공권 금액의 2/3를 지불하며 수하물과 잠시 안녕했다. 니스에서 바르셀로나까지는 1시간 반 남짓 걸렸고, 다행히 수하물은 안전하게 찾았다.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가기 위해 우버택시 앱을 켰다.


바르셀로나는 우버 서비스가 안된다고?



 정말 가지가지하는구나. 여행에서 정말 아무런 대비 없이 닥치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은 그냥 막 헛웃음이 나온다. (2020년 기준) 다양한 앱을 구동시켜 택시 서비스를 이용해보려 했지만 오류가 났고, 가까스로 공항 앞에 대기하고 있는 택시 한 대를 잡아 숙소로 향했다. 도착해서 요금을 지불하려던 찰나 기사는 잔돈이 없고, tax를 지불해야 하니 일정 비용을 더 내라고 강요한다. 정말 오이 오이 한다.


바르셀로나 숙소 도착

 바르셀로나 숙소에 도착하자 무시무시한 계단들이 도사리고 있었는데, 숙소 주인은 끙끙거리며 큰 캐리어를 계단에서 올리는 나를 보고도 눈을 맞추지 않았고, 혼자서 짐을 꾸역꾸역 올릴 때까지 문 앞에서 팔짱을 끼고 대기 중이었다. 숙소 안내는 스페인어로 해주시는 과감함! 니스에서의 데자뷔인 건가? 이제 이런 대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테다. 상처 받지 않을 거라는 뜻이다.

빠에야, 볼로네즈스파게티, 물  €21.80

 한껏 오른 짜증지수를 내리는 데는 탄수화물이지. 닥치는 대로 숙소 근처 음식점으로 들어가 스페인 빠에야를 맛본 순간. 한 달에 가까운 유럽 생활의 느끼함이 쑥 하고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래 오늘 하나는 좋은 일이 있어야지 않겠니?


카탈루냐 광장
바르셀로나 교통권 구매
아아는 없는 슬픈 도시여.

  비둘기 천국인 카탈루냐 광장을 지나 바르셀로나 교통권을 구매하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 카페에 들어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없다고요?

 정말 바르셀로나라는 도시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나중에는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겼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첫인상은 구겨졌지만 기분을 풀어야겠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눈물 나게 반가운 그들이 오고 있거든. 곧 도착할 예정이래.



경배하라! 그들이 우리에게 오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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