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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현 Oct 20. 2021

여행은 타이밍이다.

에필로그

 유럽을 다녀온 우리를 보고 다들 하늘이 도왔다고 입 모아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로마 아웃으로 귀국한 일주일 뒤, 코로나19로 이탈리아의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유럽발 한국행 입국자는 2주간 격리생활을 했으며 하늘길이 막혀 어쩌면 무기한 돌아올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처음 예비초2, 초5학년의 두 딸아이들과 유럽 미술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다들 너무 이르다. 둘째가 어려서 힘들 것이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쌓였을 때 떠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만류했지만 만약 그때 비행기 티켓을 과감하게 끊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얼마나 깊은 후회를 하고 있었을까요? 단언컨대, 여행을 고민하던 시기에 내년이라는 미련 섞인 기약을 두고 계획을 미뤘다면 우리는 무기한 미뤄진 여행을 두고두고 후회했을지 모릅니다. 우리네 인생이 그렇듯,



사랑도 여행도 타이밍인가 봅니다.

 불과 일 년 전 사진첩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찡한 느낌이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으로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마치 한여름 밤의 꿈을 꾼 것처럼 말이죠. 그날 마스크 없이 자지러지게 웃으며 사진을 찍던 우리가 낯설기까지 합니다. 일 년 사이 너무나도 달라진 가슴을 조여 오는 답답한 생활과 끝을 모르는 불안감은 우리를 지치게 만듭니다. 문득 딸아이의 그림에서 아롱진 런던의 노을이 더 슬프고 아련하게 보이는 건 그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여행을 다녀온 직후 엄마 사람의 몸무게는 4kg나 빠졌습니다. 큰아이의 키는 무려 5센티나 자랐네요. 작은 아이는 1센티가 더 자랐습니다. 물리적인 수치 말고도 아마도 우리는 진심을 다해 마음의 그릇을 더 키웠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우리만의 이야깃거리가 넘쳐나고 우리가 보는 스펙트럼의 한계는 더 넓어졌을 테니깐요. 이 여행으로 말미암아 브런치 작가로 선정이 되고 제 인생의 꿈인 내 책 쓰기에 도전할 수 있음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합니다.


 우리의 소소한 이야기가 코로나 시국에 그 누군가에게는 방구석 여행을 한 듯 대리만족이 되고, 언젠가 여러분의 여행을 꿈꿀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부디 두 딸아이에게는 엄마표 유럽 워크북과 함께 유럽 미술여행을 함께하고자 한 엄마 사람의 깊은 마음이 닿기를 바라며 글을 쓰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남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이전 21화 살아 숨 쉬는 엄마표 유럽 워크북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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