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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 Mar 15. 2021

터키는 처음인데 어느 도시에 살아야 할까

지난 2월 초, 남편은 우리 가족이 앞으로 살게 될 도시를 정하기 위해 터키 남부 지중해 도시들(안탈리아, 칼칸, 페티예)을 답사하고 돌아왔다.


터키는 입국 시 자가격리가 의무가 아니었다. 한국에서 터키까지 두 번의 경유, 게다가 터키는 코로나 확진자가 적은 나라도 아니다. 불안한 마음이 없을 리 없고, '우리 가족은 괜찮을 거야'라는 안일한 생각도 해서는 안되었다.


그래도 우리에게 터키 이주는 일생에 큰 결정인 만큼 (무엇보다 남편이나 나나 터키를 가본 적이 없다 - 쓰고 보니 가보지도 않은 나라에 이민을 결정한 우린 대체... 할말하않), 답사는 가봐야 할 것 같았다. 아이가 어리다 보니 다 같이 현지에 도착해서 집을 알아보는 건 여러모로 버거운 일일 게 뻔해 보였다.



가장 먼저 우리의 순위권에는 안탈리아가 있었다. 지중해 연안 도시 중 가장 규모가 크면서도 (안정적 인프라) 지나치게 복잡해 보이진 않았다. 물론, 유튜브와 각종 여행 사이트 및 블로그를 통한 글과 영상으로 종합해 본 결과이지만.


안탈리아 유명 관광지


칼칸은 부동산 사이트에서 근사한 빌라가 저렴한 매물로 나온 걸 보며, 단숨에 우리의 후보지로 혜성같이 떠오른 곳이었다.


내 막연한 상상 속 이탈리아 어느 소도시의 모습과 닮아있는 칼칸. 진한 핑크색의 부겐빌레아 꽃들이 벽을 타고 내려오고 돌길을 지나면 그 길 끝에 에머럴드 색 바다가 보이는.


하지만 칼칸은 여름에만 생기가 도는 마을인 모양이었다. 사실 도시라는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작은 마을인데, 특히 영국인들이 여름휴가를 많이 오는 가 보다(터키 지중해 도시들에 대체로 영국인들이 많이 휴양을 오거나 이주를 오는 것 같다). 여름 성수기가 지나면 좀 과장 보태 유령 마을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아름답지만, 나에겐 지나치게 정적인 마을 같아 보였다. 직접 그곳의 분위기와 공기, 정취를 보고 느끼고 온 남편은 칼칸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지 끝까지 칼칸을 가고 싶어 했지만 나는 특히 아이가 매우 어린것을 고려했을 때, 선택지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칼칸은 아이와 같이 할 수 있는 액티비티가 너무 없어 보였다. 한창 에너지로 들끓고 새로운 활동에 호기심을 갖는 2세 아이를 키우는 것이 그림이 안 그려졌다.


그러다 페티예를 알게 되었다. 물라 (Mugla) 주에 위치한 페티예는 안탈리아만큼 큰 도시는 아니면서 온갖 아웃도어 액티비티 거리가 많고 유치원, 어린이집을 비롯하여 아이와 함께 살기에 적합한 인프라를 가진 것 같았다.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자연환경은 더함이 없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터키에 대해 잘 몰랐던 것뿐이지, 안탈리아와 페티예는 꽤 유명한 여행지였다. 페티예는 안탈리아만큼은 아니더라도 한국인 관광객도 상당했던 것 같지만(세계 어디든 안 그럴까 싶다만) 거주를 하는 한국인은 극소수 인걸로 보인다.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페티예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페티예에 거주하는 외국인 페이스북 그룹으로 동향을 살펴보니 아이가 있는 외국인 가족들 (주로 유럽이나 북미권)도 페티예에서 아이와 생활하는 것에 대해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것 같았다. 나는 어느새 선택에 있어 우선순위가 토토와 즐겁게 살 수 있는 도시이냐가 되어버렸다.


아무리 아이가 있는 지인들, 각자의 가족이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와 취향은 다를 수밖에 없다. 나와 남편은 꼭 대도시에 살지 않아도 되는 입장이고, 아이가 최고 (그나저나 최고의 기준이 모다냐.)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누리고 만끽하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좋아하는 일을 해나가는 힘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그리고 어떤 곳이든 완벽한 곳은 없다는 게 진리 아닐까. 그렇다면 결국은 어느 여행사 슬로건처럼, 한 번 살아보는 거다.



[덧붙임] 

터키 페티예 이민 & 정착 과정을 브이로그로 담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방문해주세요 :)
https://www.youtube.com/channel/UCoVEe8eHKqxNPPR34_2i_Uw/featu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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