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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 Apr 15. 2021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해외 이민을 앞두고 아이와 시간 보내기

터키 이주가 몇 주 남지 않은 지금. 요즘 한국의 날씨는 어찌나 아름다운지, 떠나기가 너무나 아쉬울 지경이다.


출국이 한 달도 채 남지 않다 보니 할 일은 산더미이지만 그 와중에

어린 딸에게 고국에서의 추억(어차피 기억은 못하겠지만)을 가득가득 남겨주고 싶어 날이 좋으면 바깥으로, 날이 좋지 않으면 실내에서라도  꽉 찬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라고 쓰지만 사실 23개월 아기의 에너지를 최대한 방출하여 성공적인 낮잠과 밤잠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4월의 올림픽공원


오늘 오후엔 집 앞에 있는 오금공원에 다녀왔는데 아이와 함께 한 23개월의 시간 동안 손에 꼽을 정도로 아름다워서 벅찬 순간을 보냈다. 공원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어 휴대폰 배터리가 나갔는데, 그 아름다움을 못 담은 게 아쉽지만 어쩌면 휴대폰이 없어서, 온전히 딸과 나의 순간에 집중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아이보다는 내 중심적인 사람이어서) 아이가 크는 순간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큼 값진 것이 있나 싶기도 하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시간이 아닐까. 5세 딸을 가진 한 아빠의 sns에서 이런 글을 본 기억이 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엔 아이는 아이의 시간을, 나는 나의 시간을 사는 것이라 여겼다. 누구나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면 되는 줄 알았던 내 상식과는 달리 아이의 시간은 부모의 시간을 쪼개어 기꺼이 나눠주어야만 흘러간다 (중략) 한참 오른 집값을 확인하며 '그때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 집을 샀어야 했는데'와 같은 류의 후회를 아이에게 하고 싶진 않다. 이젠 정말로 있는 시간 없는 시간, 있는 사랑 없는 사랑 영끌해서 아이에게 때려박아야겠다... (중략)
(출처: https://www.instagram.com/p/CGTk5zWJcnvgHPSZY6nCsPxRlPkPF_Lay4BF4U0/?igshid=1lgebab5er0sr)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게 시간이라면 주어진 시간 안에서 아이와 온전한 '지금의 계절'을 함께 보내는 것이 가장 값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터키 페티예로 가는 이유 중 하나도 사실 아이와 좋은 공기를 마시고 아름다운 자연을 누리며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을 더 깊이 진하게 보내는 것이다.

물론 아이와 매일같이 아름답기만 한 날을 보낼 수는 없을 것이다. 매일은 고사하고 하루에도  번씩 울화가 터질 때도 있으니까.  뿐인가, 글은 이렇게 써도 내 시간이 없어 죽겠다고,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신세한탄을 하는 게 나란 엄마다.


그럼에도 기대해본다. 시간이 흘러 언젠가 2021년을 돌아봤을 때 아이의 반짝이는 순간을 놓치지 않길 정말 잘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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