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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sh Jan 16. 2024

3분 소설: 광어와 K

광어에 대한 단상


잠시 담배를 피우고 돌아온 K는 가게 앞 수족관 속 누워 있는 광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광어는 치어 시기에 다른 물고기처럼 수중을 유영한다. 그러나 자라면서 눈이 한쪽으로 쏠리고 모래 바닥에 누워서 산다.


K는 광어의 삶을 생각했다. 성체가 되어 더욱 힘차게 돌아다니는 다른 생선들. 반면 성체가 되면 힘을 잃게 되는 광어. 마침내 수족관 신세로 전락한 광어.


"오히려 힘을 빼야, 물에 뜰 수 있어. 힘주면 가라앉아."


K는 유년시절 수영 교습을 받았을 때가 떠올랐다.


'힘차게 팔다리를 흔들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K는 힘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끝내 이해할 수 없었다. K는 힘을 주지 않으면 침몰한다고 생각했다. 학비와 고시원 월세, 식비, 교통비, 통신비, 술값... K는 잠시라도 힘을 내지 않으면 이것들을 감당할 수 없었다. 힘을 주지 않는 것은 곧 무너짐과 도태, 하강을 의미했다.


고시원으로 돌아온 K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광어는?...'


광어는 바닥으로 추락할 때 힘을 주었을까. 눈이 한 곳으로 모아지기 시작할 때, 그것을 순리라고 받아들였을까. 아니면 악으로 깡으로 버티려고 했을까.


자유롭게 넓은 바다를 헤엄치는 친구들과 바닥으로 추락하는 광어. 수족관에 갇혀, 칼의 심판을 기다리는 광어.


K의 휴대폰에 알람이 울렸다. S가 올린 피드를 보았다. S대, S전자, S사의 아파트 등 여느 한국의 S급들과 S는 잘 어울렸다. S는 Special한 Superman이어서, S자로 넓은 세상을 향해 자유롭게 날아가고 있었다.


K는 문득 광어와 자신이 닮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닥으로 추락하는 K. 수족관에 갇힌 K. 갑자기 뜰채가 들어와 K를 건진다. 숨이 막힌 K의 온몸에는 힘이 들어갔다. 유년시절 물속에서 아등바등거렸던 K는 이제 물 밖에서 아등바등 거린다. K는 도마 위에서 파닥거리고 있다. K에게 심판이 내려진다.


퍽!...


"학생!... 나 주인인데, 문 좀 열어봐!"


K의 방은 힘을 뺐다. 방 안은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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