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노력하는 게
부끄러울 때가 있다.
Yes, I am the crazy bxxch around here.
남들보다 더 기를 쓰며 애쓰고 노력하는 게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간절함이 클수록 부끄러운 마음도 그만큼 더 커지는데요. 하나에 꽂히면 무식하게 돌진하는 스타일인 저를 보며 '뭘 그렇게까지 해, 난 못해'라고 하는 말들이 때로는 칭찬보다는 수치로 느껴집니다. 남들은 적당히 해도 이뤄내는 것들을 저 혼자만 아등바등 대며 해내는 것처럼 느껴진달까요.
어릴 땐 크게 뭔가를 노력하지도 않더라도 원하는 것을 모두 다 이루었던 것 같은데, 고등학교를 들어가면서부터 쯤인가 더 이상 그렇지가 않더라구요. 아무리 애써도 주변 친구들만큼 안 되는 것 같고, 애쓰면 애쓸수록 도리어 초라해지는 느낌이 종종 들었습니다. 그럴수록 오히려 노력하는 모습을 감추고 싶고, 남들보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어요. 자격지심일까요?
지금도 종종 그런 말을 듣습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 나 같으면 그냥 안 하고 말지.
이런 말을 들으면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게 되더라구요. 매사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 쿨해 보이고, 여유 있게 적당히 하는 모습이 어른스럽게 느껴져서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늘 저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컸지만, 정작 제가 경험한 사회는 그 반대였습니다.
오늘만 해도 직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여기서 열심히 안 하는 사람이 어딨어. 결과가 중요하지'.
예전에 모 예능에서 지상렬 씨가 염경환 씨의 학창 시절 생활에 대해 이야기했던 에피소드가 생각나네요. 아마 MSG가 많이 쳐진 내용이겠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이랬습니다. 염경환 씨가 학창 시절에 누구보다 일찍 등교를 하고, 수업시간 내내 칠판만 보고 심지어 국어 교과서도 달달 외울 정도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렬 씨보다 등수가 낮았다는 겁니다. 보상받지 못한 염경환 씨의 노력을 희화화한 것이었죠. 물론 저도 그때 그 에피소드를 보며 배꼽이 빠져라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과 노력하는 모습을 점점 더 들키고 싶지 않아 집니다. 그게 사랑이든, 일이든 말이죠. 그런 마음과 모습이 클수록 초라해지는 것처럼 느껴져요. 무엇보다 예뻐해 주고 응원해줘야 하는 마음인데 말이죠.
여전히 누가 저를 보면서 그런 말을 하면 살짝 움츠러들긴 합니다만 적어도 이젠 나까지 합세해 창피하다고 느끼게 만들진 않아요. 열심히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 노력하기 귀찮은 사람들의 핑계라고 생각하고 말아 버립니다. 정신 승리라고 해도 뭐, 어쩔 수 없네요.
그러니까 혹시라도 저처럼, 애쓰고 있는데 원하는 대로 결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거나 차라리 남들처럼 적당히 해서 적당한 결과를 얻더라도 억울할 게 없는 쿨해 보이는 길을 택하고 싶더라도 그 마음에 지지 말자구요. 그건 포기한 자들의 변명일 뿐이니깐요. 아직도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온 마음을 다 주고 애쓰는 나의 마음 가짐이, 그런 나의 에너지가 부러운가 보다 하고 말아요, 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