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굿초이스 Jan 10. 2021

왜 하필 브런치에 글 쓰세요?

Next Step. 2021년엔 내 브런치 북을 발간해보자!

브러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작년 3월이었습니다. 남들은 한 번 만에도 작가 승인이 난다던데 나만 자꾸 거절당하는 것 같은 창피함과 분노, 오기와 집념의 시간을 자그마치 열 번하고도 다섯 번 정도 더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제 글을 발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땐 꽤 간절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 글을 쓰고 싶단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는데 작가 승인이 난 게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세상에나. 지금도 누군가 제 글을 읽고 '♡'를 눌러줄 때마다 무척이나 신기하고 기쁩니다. 저도 제 글을 발행한 이후부터는 꼬박꼬박 제가 읽는 글에 좋아요를 누르게 된달까요? 제 오랜 작가 신청 도전기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전 글에 자세히 적어두었습니다.





작가 신청이 승인되고 들뜬 마음에 어떤 글을 쓰면 좋을지 하루 종일 고민했습니다. 자려고 누웠다가도, 샤워를 하다가도, 퇴근길 지옥철 안에서도 이런 걸 써볼까, 저런 걸 써보면 어떨까 머릿속이 꽤나 바빴습니다. 대충 생각나는 대로 쓴 글 같아 보이겠지만 많은 고민과 여러 번 고치고 나서야 발행하고 있습니다. 글을 등록하거나 게시하는 게 아니라 '발행'이라고 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제 글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언제든 발행을 할 수도, 취소할 수도 있지만 그 한 단어 때문에 종이책에 비할 만큼의 신중함이 생겼습니다. 물론 완벽하게 제 맘에 쏙 드는 글은 한 편도 없지만 그런 순간이 올 때까지 기다리다간 영영 글을 발행할 수 없을 것 같아 어느 정도 됐다 싶으면 눈을 질끈 감고 발행을 누릅니다. 그다음엔 ♡를 누르면 뜨는 브런치 푸시가 오나 안 오나 진동이 올 때마다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합니다. 그런 면에서 브런치는 아주 밀당의 고수입니다.




작년 한 해는 글 쓰는 재미를 깨달은 것만으로도 제게 충분히 가치 있는 한 해였습니다. 대학교 필수 교양이라 마지못해 들은 글쓰기 수업 때마다 배가 살살 아팠던 저로써는 상상조차 못 할 새로운 즐거움이었습니다. 글을 쓰며 누구보다 제가 많이 위로받았고, 있는 그대로 저를 표현하기 위해 용기 내는 연습을 했으며, 정확한 표현을 위한 단어를 찾아 이것저것 뒤져보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또 마음에 드는 표현이나 문장을 보면 메모도 해두면서요. 아마 글을 쓰고 계신 분들은 다들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다 잠시 브태기(브런치 권태기)가 찾아왔습니다. 어쩌면 예견된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글 쓰는 건 쓴다는 행위 자체만으로 제게 너무 큰 기쁨과 재미를 가져다주지만 그것이 읽는 사람에게도 같은 의미를 가지진 않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서만 썼지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 




브런치 글은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다른 의견을 가지신 분들도 많겠지만 저는 3가지로 나눠볼게요.



 첫 번째는 개인적인 경험에 대한 입니다.


책이나 영화, 전시회 혹은 일상 속에서 경험한 여러 사건들에 대한 감상이나 의견을 표현하는 글이죠. 사람마다 겪는 사건이 모두 다르고, 그에 대한 반응도 각양각색이니 그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쓰는 사람에 따라서 문체도, 감상도, 관점도 모두 다르니까 다양한 글이 나옵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선 공감을, 나와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에서는 새로운 시각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런 글도 깔끔하고 명료하게 쓰기 위해선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주제를 고르는 어려움은 크지 않아요. 다만, 이런 글은 꼭 브런치가 아니더라도 접할 수 있죠. 심지어 유튜브로는 힘을 덜 들이고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주로 정보를 전달하는 글입니다.


주로 홍보성 글이나 방법(how-to), 정보를 다루는 글인데 브랜디드 콘텐츠도 여기에 속합니다. 간헐적 단식으로 체중 관리하는 법, 2021년 10가지 새로운 트렌드, 디자인에 참고하면 좋은 사이트와 같이 유용한 정보를 한데 모아 전달하죠. 아니면 특정 기업에서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유용한 정보와 함께 녹여 만든 글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런 글은 조금 부지런하면 여러 검색 결과를 짜깁기해 작성할 수 있습니다. 티 나게 홍보하지 않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독창성을 끄집어낼 때에 비해선 난이도가 낮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글입니다.


두 번째에서 언급한 정보와 지식의 차이를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앤디 헌트의 『실용주의 사고와 학습』에 적힌 정보와 지식의 정의를 가져와봤습니다.



정보는 주어진 맥락에서의 원시 데이터입니다. 예를 들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어떤 회사를 10억 달러에 샀다고 하는 사실은 정보입니다. 그리고 오늘날에 이런 정보는 전혀 부족하지 않습니다. 지식은 그런 정보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정보에 시간을 써서 주의를 기울이고 기술을 적용해서 지식으로 생산해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를 보고 그 사건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지, 다른 회사에 타격을 주는지를 아는 것 등이 지식이 됩니다.             - 『실용주의 사고와 학습』 p.216



요약하자면, 정보는 raw data에 해당하고 지식은 이를 내게 의미가 있도록 편집, 재가공한 것입니다. 누가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같은 정보도 가치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쓴 글은 전부 첫 번째에 해당하는 글입니다. 제 경험을 담은 글로 모든 글마다 진심을 담아 썼지만 사실 읽어도 그만, 읽지 않아도 그만인 글입니다. 글을 쓴 제게는 제 일부를 떼어낸 것처럼 힘든 과정을 거쳐 얻은 값진 결과물이지만 정작 읽는 사람에겐 꼭 읽어야 할 이유가 없는 거죠.


궁극적으로 브런치가 지향하는 방향은 바로 세 번째 유형에 속하는 글, 즉 지식을 전달하는 글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유형의 글이 더 낫거나 못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브런치만의 차별점은 이 세 번째 유형의 글에서 발휘된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의 글을 전달하는 글 가운데 매년 몇 편을 선정해 책 발간 지원을 하는 것이겠죠. 이건 제가 브런치를 이용하는 이유를 떠올려봐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다른 곳이 아닌 브런치를 찾는 이유는 저보다 앞서간 선배들로부터 조언을 구하기 위함입니다. 맛집 후기라던지 이걸 살까 말까 망설이는 제품을 비교한다던지 집에서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식단을 찾을 땐 네이버나 유튜브로 갑니다. 큰 결심을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을 땐 아예 인강을 신청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관심 있는 분야나 잘하고 싶은 부분에 대해 노하우나 조언을 얻고 싶을 땐 브런치를 찾습니다. 저자만의 노하우를 기대하고 전문성을 신뢰하며 말이죠. 선생님보다는 선배님 같은 느낌이랄까요.

 


런 의미에서 제가 쓰는 글은 브런치에 적합하지도, 브런치를 찾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가치를 전달하지도 못한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된 데엔 제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아직은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만큼 뛰어난 전문성이 없는 것 같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한 가지 주제를 고르기도 어렵고, 누군가에게 지식을 나눠주는 그런 막중한 책임을 과연 내가 질 수 있을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파워블로거가 될 것도 아닌 이 곳에서 꾸준하게 글을 쓰는 건, 결국 내 것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제게도 도움이 되어야 하는 거죠. 저처럼 권태기를 겪고 있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작가님들이 세 번째 유형의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읽는 사람에겐 지식을 전달한다면, 쓰는 사람에겐 성장과 브랜딩 기회를 주기 때문이죠. 다른 작가님들 글을 읽다 보면 브런치를 통해 책을 쓰고, 모임을 만들고 강연을 하며 자기 자신을 브랜딩해 나가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저도 그런 모습을 꿈꾸며 시작했습니다.



이래 봬도 저는 한 번도 제가 쓰고 싶은 것이 없는데 억지로 글을 쓴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이대로는 안 되겠단 생각이 들고 나서부턴 더 이상 글을 못 쓰겠더라구요. 그런데 이렇게 다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쓰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기대와 설렘을 위해 어떤 주제인진 조만간 브런치 북으로 찾아뵐게요. 브런치 북을 쓰기로 한 결심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한 보따리입니다. 




참고 도서

앤디 헌트 『실용주의 사고와 학습』

작가의 이전글 까라면 까야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