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는 방법
며칠 사이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아침 일찍 일어나 찬바람을 맞으며 헬스장을 가는 일이 귀찮아진걸 보면 이제 정말 겨울이 제대로 찾아왔나보다. 두꺼운 이불을 턱밑까지 끌어 올려 덮고 있으면 ‘오늘은 해가 아예 뜨질 않았으면’ 하는 어린 아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학생 때나 지금이나 추운 아침에 일어나는 건 정말 힘들다. 따뜻한 국물이 있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와 옷장을 연다. 그리고 올 봄에 입었던 롱 코트를 꺼낸다.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자 느껴지는 포근한 촉감. 하얀 눈꽃과 뿔 달린 사슴이 그려진 털장갑 한쪽을 발견한다.
달력으로 확인하는 계절의 변화보다 물건 그리고 거기에 얽힌 기억들로 나는 더 민감하게 겨울에 반응한다. 가을에 입던 옷들을 세탁해서 햇볕에 말려 하나 둘 곱게 갠다. 촘촘한 짜임의 니트와 스웨터를 꺼내 보풀을 떼어내고. 편한 캔버스화는 신발장 안으로 두꺼운 가죽 로퍼는 이제 신발장 밖으로.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의 월동준비와는 반대로 나는 이제 겨울나기를 준비한다. 다가올 3월의 봄날까지 따뜻하게 겨울을 살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겨울은 따뜻함이 간절해지는 계절이다. 추위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기 때문이다. 추위를 덜 타는 사람은 있어도 안타는 사람은 없기에 하얀 입김이 짙어지는 저녁이면 카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모두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고 의자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어제 본 드라마 내용부터 요즘 한창 잘 되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까지. 포근한 촉감의 겨울옷을 입고 사람들은 마주 앉아 차가운 저녁이 까만 밤이 될 때까지 대화를 이어나간다.
누군가를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겨울을 살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서로의 얼굴을 보기 위해 분주하게 발길을 움직이는 일. 서로를 이어주는 인연의 끈을 잡아당겨 더 가깝게 마주하는 일.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이야기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겨울저녁의 대화가 즐거운 것은 추위를 뚫고 나를 만나러 온 마음이 참 고맙기 때문일 것이다.
야생의 동물들은 추운 겨울 서로 한데모여 체온을 나눈다. 새까만 어둠 속 살을 맞대고 서로를 의지하며 아침을 기다린다. 차가운 겨울, 사람들은 마음의 온기를 확인하며 서로를 의지한다. 날씨가 더 추워질수록 사는 일이 더 힘겨울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며 겨울의 저녁시간을 카페에서 보낼 것이다.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 속에서 발견하는 공감은 밥벌이와 반복된 일상에 굳은 마음을 풀어지게 만든다. 얼어붙은 듯 갑갑하던 마음이 녹아내리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 웃음이 피어난다. 그렇게 대화 속에서 또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고 지루한 일상을 견뎌낼 위로를 받는다.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언제나 따뜻함을 동반한다. 마음의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한 겨울이다. 춥지만 가슴은 언제나 따뜻한 계절이다. 내 겨울나기의 시작은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다. 따뜻한 3월의 봄날을 맞이하기까지 나를 반겨주는 이들을 만나 커피가 있는 저녁을 자주자주 함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