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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Oct 31. 2023

나는 끝까지 내 편이다

누구나 약점이 있고 모두가 상처를 품고 산다

 겉으로 강해 보이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내면이 단단한 사람은 드물다. 정신적으로 강한 인간은 살면서 정말 만나기 힘들다. 그래서 연기를 한다. 아무렇지 않은  괜찮은 척하면서 의연하고 어른스럽게 행동한다.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주변 사람들은 캐릭터로 받아들인다. 힘든 일을 만나고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였을  괜찮은 사람은 없다. 가까스로 버티고 있거나 괜찮은  연기하고 있을 뿐이다. 있는 , 잘난 , 아는  수많은  중에서 제일 힘든 것은 괜찮은 척하는 것이다. 오래 견디다 보면 버틸  있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아니다. 조금  늘어나는 고무줄일  끊어진다는 결말은 똑같다.


 자리와 환경이 사람을 괜찮은 척해야 하는 상황으로 만든다. 어려운 시대를 꿋꿋하게 이겨낸 부모님들은 강해서 당당했던 것이 아니다. 가정을 책임지고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것이다. 노년이 되어 지난날을 힘들었다고 하는 말은 진심이다. 괜찮은 척하면서 가까스로 버틴 것이다. 사람들을 이끄는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내면은 여리다. 어디 하나 건드리면 금세 눈물을 보일만큼 마음이 약하다. 드러내지 않고 내색하지 않을 뿐 그만큼 견디고 버티느라 지친 상태인 것이다. 강한 사람은 없다. 이미지라는 가면을 쓰고 사력을 다해 본인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뿐이다. 그들은 책임감과 중압감을 짊어지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그 무게를 감당하면서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어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강하고 어른스럽고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원했던 적도 없다. 나약한 내면을 드러내기 싫어서 긍정적으로 행동하고 쉽게 떨어지는 자존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씩씩하게 굴었다. 사람들의 믿음과 관심은 고맙지만 때때로 부담스럽다. 기대와 응원이 진심인걸 알지만 가끔씩 버겁다. 부응하지 못하고 성공하지 못하면 나답지 않다는 소리가 실망으로 이어질까 봐 두렵다. 진짜 내 모습을 아는 사람들은 실망하지 않을까? 부족한 내면을 초라한 민낯을 드러내면 돌아설까 봐 무섭다. 그래서 마음이 힘들 때마다 혼자만의 방식으로 달래고 감정을 숨긴다.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의연하다고 말하지만 아니다. 정말 힘들고 피곤하다. 이런 날들이 계속되다 보면 나를 잃어버리게 된다.


 사람들이 아는 내 모습과 내가 아는 나는 다른 사람이다. 누구나 여러 가지 가면을 쓰고 산다. 좋은 면도 부족한 면도 있다. 어른스럽지만 유치한 부분도 있고 현명한 사람이라도 한심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누구나 약점이 있고 모두가 상처를 품고 산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은 있지만 완벽한 사람은 없다. 사람들이 실망할까 봐 걱정하는 것도 이해한다. 인간은 누구나 내면에 연약한 심지를 갖고 있다. 여린 속살을 물어뜯으려고 노리는 맹수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감싸주는 사람도 있다. 당장 내 주변에 없다고 느껴져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내가 나를 먼저 인정해 주면 된다. 큰 성과를 낸 자신에게 주는 비싸고 화려한 보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리고 나약한 진짜 나를 인정하라는 의미다.


 나는 내 편이다. 삶이 끝날 때까지 나만은 내편이어야 한다. 스스로를 미워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잘못도 저지르고 후회도 하면서 사람은 성장한다. 타인에게 너그럽고 자신에게 엄격한 것은 좋지만 나를 몰아세우거나 다그칠 필요는 없다. 부족하거나 못난 것이 아니다. 배우고 익히고 연습할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 잘났든 못났든 나는 늘 내 편이어야만 한다. 그래도 된다. 내가 나를 버리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 줘도 슬플 것이다. 모두가 내게서 등을 돌려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기회는 내부에서 발견할 수 있다. 좋은 사람은 타인에게 친절하고 나에게도 친절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나를 인정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은 혼자살 수 없다. 혼자서 모든 것을 책임지려고 하지 말자. 힘들면 손을 내밀고 지칠 때는 기대도 괜찮다. 자신을 받아들이고 나면 작은 용기도 생긴다.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아 자주 말했던 용기 내라는 격려를 나에게 해줄 차례다. 누구나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다. 그래서 익숙한 것보다 어색하고 서툰 것들이 훨씬 더 많다.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다. 이제 좀 알겠다 싶을 때 삶의 황혼이 찾아온다. 평생 배워도 끝은 없고 일생동안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 나중에 멋진 사람이 되었을 때 나를 인정해 주겠다는 생각은 버리자. 지금부터 나를 존중해 주자. 괜찮은 척하지 말고 솔직함을 조금씩 표현해 보자. 그럴 자격이 있다. 그래도 괜찮다. 천천히 하나씩 혼자 지고 있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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