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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Nov 28. 2023

그리핀도르의 칼

나를 강하게 만드는 고통

 미국에 스타워즈가 있다면 영국에는 해리포터가 있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데다 미디어믹스가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점에서 둘은 많이 닮았다.  작품 모두 좋아하지만 해리포터 쪽의 선호도가 조금  높은 편이다. 매년 겨울이 되면 해리포터 영화를 몰아서 본다. 나는 해리가 그리핀도르의 칼로 거대한 괴물 바실리스크를 무찌르는 장면을 좋아한다. 마지막 편에서 같은 검으로 네빌이 커다란 뱀 내기니를 멋지게 베는 장면 역시 인상적이다. 그리핀도르의 칼은 진정한 용기를 가진 자만   있는 무기다. 선택받은 인물을 상징하는 멋진 부과효과가 걸려있지만 가장 매력적인 점은 검의 고유한 특성이다.


 그리핀도르의 칼은 해로운 것들을 밀어내고 자신을 강하게 하는 것들만 받아들인다. 영화에서도 바실리스크의 치명적인 독을 흡수해서 호크룩스를 파괴한다. 괴물이 뿜어내는 독을 자신을 강화하는데 활용한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나를 죽일 수 없는 고통은 오히려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소년만화의 클리셰 같았다. 직설적인 화법이 마음에 들었다. 살면서 맛보는 커다란 좌절과 상실은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자양분이 된다. 경험은 누적되다 보면 지혜가 되고 체험을 통해 인간은 성장한다. 죽을 만큼 괴롭고 죽을 것처럼 힘들어도 살아남는다면 그 속에서 깨달음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의 삶은 그리핀도르의 칼과 닮았다.


 달리기를 하다 넘어졌을 때를 생각해 보자. 다시 일어나기만 한다면 넘어졌다는 사실은 부끄럽지 않다. 무릎의 상처는 쓰라리고 욱신거리겠지만 괜찮다. 고통은 순간이다. 견디다 보면 피가 멎고 아픔은 사라진다. 일어설 수 있다면 걷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느리더라도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어느새 괜찮아진다. 넘어진 채로 포기해 버리면 낙오자가 된다. 그러나 조금 늦어도 계속해서 걸어가면 당당하게 완주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아물고 딱지가 앉으면 곧 새살이 돋는다. 포기하지 않으면 패배하지 않는다. 빠르고 늦는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끝까지 가는 것이 중요하다.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도 변한다. 지독한 폭염은 9월의 문턱을 넘어갈 수 없고 살을 에는 혹한의 추위는 꽃이 피기 전에 전부 사라진다. 모든 것은 일시적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길고 짧은 기간의 차이가 있을 뿐 결국 다 흘러간다. 이 세상을 관통하는 유일한 법칙은 시간이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때가 되면 사라진다. 삶도 마찬가지다. 나를 집요하게 괴롭히는 문제들 역시 시간이 흐르고 나면 희미해진다. 적지 않은 고통을 감내해야겠지만 버티면 지나가고 견디면 살아남는다. 성장은 생존한 자의 몫이고 성공은 인내한 자의 삶에 깃드는 축복이다. 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고통에 의미와 목적이 생긴다.


 의미 없는 고통은 없다.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 고통은 성장통이 된다. 동일한 기량을 가진  마라토너가 경쟁할  목적지가 있는 쪽이 없는 쪽보다 훨씬   달릴  있다. 고통은 성장에 기여하는 동기를 부여한다. 시련을 이겨내는 원동력은 목적지를 향해서 나아가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멀리까지   있는 힘은 체력이 아니라 정신력에서 나온다. 나를 힘들게 하지만 고통만큼 사람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없다. 이유 없는 난과 시련은 없다. 어둡고  터널을 지나고 나면 찬란한 햇살을 만날  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뜨거운 사막의 끝은 울창한 숲의 입구로 이어져있다.


 영화 속에서 그리핀도르의 칼을 사용한 사람은 모두 강인한 용기를 지니고 있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해리와 네빌처럼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면서 산다.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실망하더라도 그만두지도 않는 저력이 용기다.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무의미한 삶은 없다. 모두가 필사적으로 산다. 살아있다는 말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말과 같다. 고통과 시련을 자양분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모든 인간의 삶은 그리핀도르의 칼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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