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하게 듣는 법

by 김태민
말을 가려서 잘 듣는 것이
말을 잘하는 것보다 낫다


말은 씨앗이다. 생각이나 감정을 담은 언어의 씨앗은 마음에 뿌리를 내린다. 한 번 박힌 뿌리는 쉽사리 뽑을 수 없다. 한 번 쏟은 물을 담을 수 없듯이 가슴 깊은 곳에 뿌리내린 말도 걷어낼 수 없다. 생각이 자라면 관점이 되고 감정은 가치관으로 변모한다. 말 한마디가 인생을 변화시킬 수도 있고 족쇄처럼 삶을 지배할 수도 있다. 그래서 늘 이야기를 들을 때는 가려서 들어야 한다. 항상 맞는 말은 없다. 모든 것은 변한다. 상황도 사람도 그때 맞았던 것들이 지금은 오답이 될 수도 있다. 말도 마찬가지다. 늘 옳은 말을 하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가깝고 신뢰하는 사람의 말이라도 가려서 듣고 걸러서 이해해야 한다.


대화할 때 좋은 것만 쏙쏙 뽑아서 듣는 방법은 없다. 의미와 의도가 뒤섞인 말속에서 가치 있는 것을 따로 골라내야 한다. 건초 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익숙해지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정말 좋은 말은 귀에 쓰고 듣다 보면 거슬린다. 까끌거리는 껍데기만 보고 쓰레기로 치부하면 안 된다. 속을 열어보려면 일단 제대로 들어야 한다. 대충 흘려들으면 삶의 양분이 되는 좋은 배움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양질의 거름일수록 냄새가 심하다. 가치를 발견하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물론 일방적인 비난이나 인격을 비하하는 표현은 걸러야 한다. 냄새가 난다고 해서 다 같은 것은 아니다. 하나는 발효된 것이지만 다른 하나는 그냥 썩은 것일 뿐이다.


잘 듣는다는 것은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을 잘 걸러가며 듣는 것이다. 그러려면 비판적으로 듣는 능력이 필요하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본질을 이해하는 분별력이 비판적인 듣기의 핵심이다. 좋은 말만 듣는 것은 편식과 같다. 입에 달다고 몸에 좋은 것은 아니다. 입에서 쓰지만 건강 좋은 음식은 일부러 찾아서 먹어야 한다. 허울만 좋은 칭찬보다 날카로운 직언이 낫다. 날 선 표현이지만 객관적으로 현실을 보게 해주는 말을 새겨 들어야 한다. 모든 말은 온도와 질감을 가지고 있다. 직언을 가장한 비난과 걱정을 가장한 힐난은 비판적으로 들으면서 거르면 된다. 그러므로 거슬리는 말이라도 일단 들으면서 좋은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말은 듣는 사람의 가슴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천천히 자란다. 그래서 말할 때는 늘 조심해야 한다. 듣는 사람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고 내용이 왜곡되면 관계까지 틀어질 수 있다. 신중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말은 오해를 낳는 원흉이 된다. 신중함은 들을 때 더 중요하다. 감정적인 단어만 듣고 곧바로 반응하는 태도는 위험하다. 잘 듣는 것은 끝까지 듣는 것이다. 대화가 부분적으로 거슬린다고 해서 섣부르게 대응하면 후회하게 된다.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나서 질문을 통해 사실을 확인하면 된다. 행동은 빠를수록 좋지만 말은 느릴수록 좋다. 말을 할 때나 들을 때나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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