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민 Dec 07. 2023

유통기한이 있는 인간관계

인연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돌아서라

 인간관계에는 유통기한이 존재한다. 노력해도 관계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흐르는 물은 거스를 수 없고 손으로 연기를 붙잡을 수는 없다. 떠날 사람은 결국 떠난다. 어긋난 인연은 평행선을 달리다 영영 멀어진다. 서로 다른 차이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관계는 지속될 수 없다. 옳고 그름을 따지면서 책임소재를 밝히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둘이 너무 많이 다른 것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많다. 성장환경과 정서적인 배경이 비슷하다고 해도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훨씬 더 크다. 함께 공감하고 이해하더라도 다르다는 현실적인 간극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심리적인 친밀감은 공감에서 비롯된다. 서로 닮았다는 생각은 마음이 잘 통한다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비슷한 공감대와 성장환경을 가진 사람들은 빠르게 가까워진다. 그러나 공통점이 많다고 해도 남은 결국 남이다. 친하다고 생각하고 닮았다고 느낄수록 차이점은 더 쉽게 눈에 띈다. 남남인 두 사람이 쌍둥이처럼 꼭 닮았다고 해서 쌍둥이가 될 수는 없다. 비슷한 것이지 같은 것은 아니다. 성격과 취향 그리고 살면서 얻은 경험이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한다. 성격은 사람마다 다르고 취향 역시 천차만별이다. 똑같은 사람은 없다. 그래서 대인관계는 어렵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잘못된 것도 아니다. 차이점을 통해서 인간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공감과 교감은 나란히 뻗어있는 평행선에 새로운 접점을 만든다. 거리를 조금씩 좁히다 보면 마음이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게 된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인간관계 역시 예외가 존재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개선되지 않는 사이도 있다. 특별한 원인은 없다. 한쪽이 일방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안 맞는 것뿐이다. 너무 달라서 접점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끝내야 한다. 한쪽이 떠나거나 다른 한쪽이 단념해야 한다. 하지만 쉽게 끝내지 못한다. 질질 끌면서 너무 많은 감정을 소모하게 된다.


 유통기한이 있는 관계도 있다. 모든 관계가 인연은 아니다. 지속적으로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관계는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리 칼이 예뻐도 손에 쥐고 놀다 보면 결국 손을 베이게 된다. 미련을 가지고 억지로 유지하려고 하면 결국 비참해질 뿐이다. 풀 수 없는 문제는 손을 떼야한다. 극복할 수 없다면 크게 상처 입기 전에 포기해야 한다. 고집을 부릴수록 초라해지고 집착할수록 추해진다. 유통기한은 연장할 수 없다. 끝이 보이면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이 진짜 어른이다. 결말이 정해져 있다면 붙잡고 늘어져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미련한 사람일수록 미련에 집착한다. 생떼 쓰는 어린아이처럼 억지를 부려도 결말은 변하지 않는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인간관계로 인해 고통받을 필요는 없다. 사람에게 집착하는 것만큼 몸과 마음에 해로운 것은 없다. 상대를 미워하거나 자신을 자책할 이유는 없다. 갈등을 만드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효과적인 해법도 없다. 그래서 마음이 엇갈리는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시간과 감정을 소모하면서 관계를 지속하면 결국 상처만 남는다. 인연은 사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현실을 자각했다면 인정해야 한다. 살다 보면 이해할 수 없지만 납득해야 할 때도 있다.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은 하나다. 사람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의무감으로 붙잡고 잇는 손을 놓고 차분하게 마무리할 준비를 해야 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지만 관계는 필연적으로 기쁨과 고통을 동시에 가져온다. 좋은 것만 주는 인간관계는 없다. 말로 서로를 상처 입히기도 하고 뜻하지 않은 일로 실망시킬 때도 있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누구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관계는 서로 노력하고 함께 문제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좋은 인연은 마음이 열려있는 좋은 사람이 만든다. 감정을 내세워서 비난하거나 힐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수는 없다. 남이 아니라 먼저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자.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버겁고 힘들다면  역량을 벗어난 것이다. 억지로 인연을 끌어안고 사람 때문에 고통받지 말자. 잡은 손을 놓으면 처음에는 힘들지만  마음이 놓일 것이다. 시간은 되돌릴  없지만 끝내고 나면 혼자였던 나로 돌아갈  있다.

이전 08화 진리에서 벗어나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