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민 Mar 15. 2024

사람은 사람에게 물든다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 것

 인격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 자주 어울리고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은 나를 드러내는 지표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람을 보려면 친구와 가족을 살펴보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인연을 맺는 일은 한 사람의 인생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행위다. 관계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향이다. 한 번 맺은 인연은 삶에 크고 작은 파급력을 행사하면서 깊이 뿌리내린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사람은 점점 닮아간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인간관계는 서로를 책임지는 사회적인 계약이다. 계약서를 쓸 때 신중해야 하는 것처럼 관계를 맺는 일도 똑같다. 인연을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여러 성현들은 대인관계를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가르침을 남겼다. 유교는 가까이 둘 사람과 멀리해야 할 사람을 구별할 것을 명시했다. 불교는 인연을 함부로 맺지 말라고 종용했다. 사랑을 강조하는 기독교조차 해로운 자를 경계하라는 당부를 남겼다. 인간은 누구나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쉽게 물드는 종이처럼 내면은 가까이하는 사람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사회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삶은 다채로운 모습으로 변화한다. 좋은 사람과 어울리면 성장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인간관계는 삶에 악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사람을 만나고 인연을 만드는 일은 늘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다들 가볍게 만나고 헤어지는 관계에 심각성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관계라는 외부환경이 달라지면 관점과 가치관도 서서히 변한다. 상황이 바뀌면 생각이 변질되는 존재가 인간이다.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거리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울 점이 있더라도 인륜이나 상식에 위배되는 행위를 일삼는 사람은 멀리 해야 한다. 태양 아래 그림자가 붙는 것처럼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면에 어두운 이면이 존재한다. 장점만 가진 사람도 없고 단점만 가득한 사람도 없다. 그러나 대놓고 결점이 드러나는 사람을 곁에 둘만한 이유는 없다.


 음식을 가려먹는 사람은 종종 주위에서 입맛이 까다롭다는 핀잔을 듣는다. 남들이 볼 때는 편식으로 보이겠지만 당사자에게는 이유가 있다. 인간관계도 비슷하다. 주변에서 안 좋은 사람을 멀리하라고 충고와 조언을 해도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 성장기를 지나면 가치관이 정립된다. 가치관을 다른 말로 바꾸면 고집이다. 인간관계에 관해서 고집이 없는 사람은 없다. 머리로는 잘 안다. 안 좋은 면이 있다면 멀리하고 질 나쁜 부류라면 어울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번 몸에 밴 습관은 쉽게 고칠 수 없다. 그래서 내가 만든 내 주변 인간관계는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물감이 밴 도화지를 하얗게 만들 수 없는 것과 같다.


 유유상종은 과학이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가장 많이 연락하고 자주 보는 주변 사람 셋이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불필요한 인맥을 정리하고 몇몇 사람들을 골라 손절하는 것이 완벽한 해법은 아니다. 새로운 인연을 찾아 나서도 결국 이전에 보던 사람들과 비슷한 이들을 만나게 된다. 얼룩덜룩하게 물든 도화지 위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일은 쉽지 않다. 결국 익숙한 사람들을 다시 불러들이면서 내면은  어두운 빛깔로 물들게 된다. 사람은 늘 사람에게 물든다. 옷감은 세탁할 수 있어도 때 묻은 마음은 쉽게 씻어낼 수 없다. 물감은 섞다 보면 결국 마지막에는 검은색이 된다. 마음이 검게 물들어버리면 다시 되돌리는 일은 매우 어렵다. 사람을 가려 사귀는 것만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이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인간관계는 삶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긍정적인 면은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악영향이 발생했을 때가 문제다.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으므로 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같이 어울려 지낸 이상 결국 유유상종으로 엮이게 될 뿐이다. 결국 손해는 오롯이 내가 짊어지게 된다. 지탄을 받는 것도 비난을 받는 것도 모두 내 몫이다. 함부로 맺은 인연은 기회보다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인간관계는 사회적인 계약이다. 신중하게 살펴보고 진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전 21화 남이 아니라 나를 신경 쓰는 마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