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되면 말이 많아지는 슬픈 이유

by 김태민

어르신들은 할 이야기가 많다. 모이기만 하면 온갖 주제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살아온 날이 많은 만큼 옛날 일을 하나 둘 꺼내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만나서도 할 말이 많지만 전화를 붙잡으면 두 시간은 거뜬하다. 나이가 들면 말은 점점 더 늘어난다.


낯선 사람을 봐도 개의치 않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게 된다. 예외 없이 노년이 되면 다들 말이 많아진다. 그러다 보면 표현방식이 점점 자기중심적으로 변한다. 상대방의 기분이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말부터 나간다. 그때부터 말은 잔소리로 변질된다.


노인들이 하는 말은 악의가 없다. 하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을 잘 모를 때가 많다. 입장의 차이는 갈등과 오해를 낳는다. 나이가 들어서 다 안다고 살아봐서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지나간 시절과 오늘날은 다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의외로 모르는 것이 더 많다. 분명 의도 자체는 선의에 가깝다.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애정이다. 몇 마디씩 덧붙이는 노파심 역시 가족에 대한 관심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있는 자녀와 가족들은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 선택권은 그들이 가진 고유한 몫이다. 사실 가족이나 자식들이 못 미더워서 무작정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은 아니다.


말을 하다 보면 말이 말을 낳는다. 노년기가 되면 집중력이 줄어든다. 이야기를 하다 방향을 잃어버리고 딴 길로 새거나 중언부언하면서 말은 점점 더 길어진다. 한 마디면 될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잔소리가 된다. 중구난방이라 의도를 가늠하기 힘든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시제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수시로 뒤바뀐다. 가족과 친구 그리고 남의 집 아들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이야기에 명확한 주제가 없으므로 듣는 사람은 혼란스럽다. 상식도 시간이 지나면 변하고 나이가 들면 인식도 달라진다. 아이가 어른이 되는 것처럼 노화 역시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다.


노화는 퇴화가 아니라 변화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도 노년기가 되면 조금 달라진다. 누군가를 이해하려면 먼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노인들이 말이 많아지는 이유나 잔소리가 늘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불안이다. 잔소리는 통제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통제하려는 욕망도 불안에서 나온다. 노인들은 매일 불안과 싸운다. 굳이 내색하지 않을 뿐이다. 무의식적으로 가족들 옆에 자신이 없는 부재 상황을 떠올리면 막막한 기분이 든다. 그때 입 밖으로 말이 튀어나간다. 불안을 진정하려는 목적으로 말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건강 문제로 걱정을 토로하면 노인들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서로 위로한다. 나이가 들면 다 그렇다면서 걱정 말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곁들인다. 말로 마음을 달래고 말로 고통을 이겨낸다. 노인에게 있어서 말은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이자 두려움으로부터 살아남는 비법이다.


악의가 아니라 애처로운 선의에 가깝다. 노인과 대화할 때는 경청하면서 자주 호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맞장구를 치고 추임새를 넣는 것은 일종의 피드백이다. 대화내용을 상기시키게 만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집중력이 분산되지 않도록 한 번씩 맥락을 집어주는 요령이 필요하다.


이야기가 산으로 갈 때는 투덜대기보다 대화주제를 다시 언급하는 것이 좋다. 집중력이 저하되면 기억력도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된다. 그럴 때는 짜증 대신에 좀 전에 들었다고 가볍게 반응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잘 듣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keyword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