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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정복 중인 알리바바

중국빅테크의 정복전쟁이 시작됐다

by 김태민 Mar 19. 2025

 신세계와 알리바바의 통합 행보는 현재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두 기업의 결합에 관한 추가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가 천하삼분지계로 재편되는 빅딜이므로 신중할 수밖에 없다. 당장 두 기업의 합병이 이커머스 업계의 지각변동을 몰고 올 가능성은 낮다. 신세계의 SSG 닷컴은 매출과 점유율은 업계 최하위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해외 직구 점유율이 50%에 달하지만 네이버와 쿠팡을 상대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합병해도 G마켓과 알리익스는 개별 운영된다. 극적인 시너지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두 기업 모두 각자도생보다 더 나은 돌파구를 찾았다. 신세계와 알리익스의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스는 출범과 동시에 국내 이커머스 점유율 3위에 등극할 예정이다. 둘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합하면 약 1500만이다.


 3300만에 달하는 쿠팡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덩치는 확실하게 커진다. 경쟁자들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도 호재다. 상장과 매각 전부 실패한 11번가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꼴찌가 됐다.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를 차례로 인수하면서 확장을 벌였던 Qoo10(큐텐)은 사실상 몰락했다. 쿠팡과 네이버라는 시장 지배자와 전면전을 벌이기는 어렵겠지만 삼각구도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성공의 기쁨은 알리바바 혼자 만끽하게 됐다. 합병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상은 알리바바가 G마켓을 헐값에 사들이는 것에 가깝다. 그룹 내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신세계 입장에서 알리바바는 구원투수를 넘어서 구원자다. 합작법인을 통해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 지분과 현금 3천억 원을 출자했다. 3년 내 합작법인의 IPO가 실패하면 알리바바는 신세계의 나머지 지분을 마저 인수하기로 했다.


 이미 천문학적인 손실을 본 신세계는 더운밥 찬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SSG 닷컴 단독 상장이 물 건너 간 데다 지난 2021년 대출까지 받아서 무려 3조 4천억 원에 인수한 G마켓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2024년 기준 SSG 닷컴과 G마켓의 영업적자는 1401억 원이다. 수익은 마이너스인 데다 점유율은 4년째 내리막이다. 보따리를 싸 들고 온 알리바바가 은인으로 보일 만하다.


 신세계는 2024년부터 이커머스를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네 곳의 자체 물류센터를 작년에 CJ대한통운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신세계그룹에 대한통운의 스마트 물류 서비스인 오네(O-NE)를 도입한다고 밝혔지만 매각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커머스 사업은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다. 당장 금고에 돈이 말라가는 신세계는 게임을 계속할 판돈이 없다. G마켓과 이마트는 구조조정과 희망퇴직까지 단행했다.


 인력을 충원하고 투자를 늘려도 모자를 시기에 핵심사업을 줄이는 모양새다. 나락으로 떨어지기 직전에 알리바바가 신세계를 살렸다. 알리바바는 거래에 뛰어들자마자 막대한 이득을 얻었다. 신세계가 이마트 본사를 팔고 금융권에서 차입금까지 끌어다 3조 원을 주고 산 G마켓을 싸게 먹었다. 합병하기로 한 알리익스프레스 지분은 중국본사가 아니라 한국법인 지분이다. 사원수 70명 남짓 되는 유한회사 지분을 가지고 매입가 3조 원이 넘는 G마켓과 옥션을 소유하게 것이다.


 합병과 동시에 출자하는 현금 3천억 원은 어차피 한국 내 사업 운영비로 나갈 비용이다. 신세계 그룹 통장으로 들어갈 없는 눈먼 돈이다. 합작법인의 IPO 성사 가능성도 낮으므로 어차피 나머지 지분도 알리바바가 손에 넣게 될 것이다. 미래에 지불할 인수대금은 지금보다 더 낮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신세계는 이커머스에서 완패했다.


 무리한 인수와 전문성이 결여된 경영으로 그룹이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 인수자도 없고 사업을 지속할 여력이 없으므로 회사를 싼값에 넘기게 됐다. 거래라고 포장했지만 전손처리에 가까운 경영실패다. 결국 알리바바만 혼자 웃게 됐다. 알리바바는 이번 거래로 한국 진출의 교두보를 넘어 안정적인 거점을 마련했다. 반쿠팡연대로 뭉친 신세계와 이마트 그리고 대한통운의 물류망을 손에 넣었다.


 머지않아 자체 물류센터를 완공하고 알리바바 계열사인 물류기업 차이냐오를 통해 독립적인 수출입 채널까지 갖게 될 예정이다. 중국 상품을 직수입하고 한국 상품은 중국으로 곧바로 수출할 수 있다. 쿠팡이나 SSG 닷컴은 시도하지 못했던 일이다. 알리익스는 한국 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K베뉴 서비스를 통해 이미 한국 기업과 온라인 셀러들을 확보했다. 물류망 이외에도 국내 유통망도 알리바바 손에 넘어간다.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하지만 협력을 통해 신세계는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알리바바를 등에 업고 이마트와 신세계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상품도 공급할 수 있다. 거대한 중국 시장은 놓칠 수 없는 블루오션이다. 문을 두드리려면 알리바바의 도움이 필수다. 그 대가로 신세계는 국내 유통망을 알리바바에게 오픈해야 한다. 대문 열쇠를 건네받기 위해서 안방 열쇠를 내주게 됐다.


 공급망과 유통망을 손에 쥔 알리바바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한국 시장에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마트와 신세계는 알리바바가 갖고 있는 심리적 저항감을 희석시키는 역할을 한다. 중국 IT기업에 따라붙는 프라이버시 문제, 백도어, 불법감시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는 진입장벽이다. 실제로 테무나 틱톡을 두고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을 하는 여론이 거세다. 이미지 개선에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을 감안하면 맞손을 잡은 알리바바의 전략은 탁월했다.

 동시에 성장 가능성이 있는 소상공인, 소기업을 플랫폼 내 입점시키거나 셀러로 스카우트할 수도 있다. 현지화 전략에서 매우 유리한 패를 쥐게 됐다. 중국 내 서비스 중인 다양한 서비스를 한국 시장에 맞춰서 도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신선식품 전문 마트인 허마셴성, 통합솔루션을 제공하는 알리헬스케어, 3자 물류유통 기업인 챠이냐오가 한국 시장을 겨냥할지도 모를 일이다.


 최적화된 시장분석을 통해서 진출하고 사업 데이터가 누적되면 국내 기업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알리바바는 물류유통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 지출과 투자가 계속되는 치킨게임을 지속할 여력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가격경쟁력까지 압도적이다. 실탄이 부족한 국내 유통기업과 이커머스 기업들에게 쉽지 않은 상대다. 한국 시장은 AI 딥러닝에 먹이가 되는 데이터까지 제공하게 됐다.


 알리바바클라우드는 2022년 서울 한복판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했다. IT솔루션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합작법인은 알리클라우드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알리바바는 안정적으로 이용자 데이터를 얻게 됐다. 핀테크와 페이먼트 결제 시장에서 알리바바는 이미 카카오페이와 토스의 대주주가 되면서 지배력을 손에 넣었다.  데이터센터, 페이먼트, 이커머스까지. 시장 공략의 핵심 삼각편대가 전부 알리바바의 발아래 놓이게 됐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알리바바에게 한국으로 들어가는 가장 큰 관문을 열어주게 됐다. 명나라 말 산해관을 지키는 명장이었던 오삼계는 청나라에 투항하면서 성문을 열어줬다. 어제의 적이 오늘 같은 편이 됐다. 예친왕 도르곤이 이끄는 청군과 오삼계가 함께 산해관을 넘던 날 명나라의 멸망은 결정됐다. 밀려오는 대군을 상대로 한국 기업들은 어떤 생존전략을 펼치게 될까? 대전쟁이 펼쳐질 시장은 비장한 긴장감이 감도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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