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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든 Oct 27. 2024

위로연습 2 : 우리 모든 존재의 위로

[위로연습 2]

선뜻 누군가를 위로하기가 힘든 날입니다.


특별한 일이 있었는가 하면 그것은 아닙니다. 오늘도 평범한 하루를 보냈을 뿐입니다. 다만 떠오르지 못하는 비행기처럼, 목적 없이 존재하는 듯하여 조금 자신감이 줄었을 뿐입니다.


인생의 즐거운 순간들은 언젠가 어김없이 착륙해야 하여 아쉽습니다. 뜨겁게 달궈졌다가 식어버리며 흘러가는 시간들이 야속하지만 그래도 뭐, 괜찮습니다. 세상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우리 마음은 아팠다가 낫기를 반복하니까요. 


어릴 적 사각거리는 슬러쉬의 단물이 빠지고 남은 살얼음물을 쪽쪽 빨아 마시듯이 우리는 행복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완전하지 못한 제 갈증 섞인 위로가 당신에게 닿지 않음이 당연함을 자각합니다. 역시나 저는 위로에 소질이 없거나, 더 연습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


또다시 어설픈 위로연습을 합니다. 각자가 각자를 위로하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가 평온함에 다다를 것이라 믿습니다. 위로의 단어가, 표정이, 그리고 그 순간에 우리의 마음이 안도에 덮이리라 기대합니다.


얼마 전, 친구 아버지 장례식장에 들렀습니다. 친구의 아버지께서는 오랜 기간 암으로 투병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몰랐던 사실입니다. 친구가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육개장이 나오고, 친구가 테이블 반대쪽에 앉더니 나무젓가락을 뜯어서 건네줍니다. 나는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잠시 침묵했습니다. 친구가 먼저 입을 엽니다. 그동안 틈틈이 불러내 함께 시간을 보내 준 것이 큰 위로가 되었다고 합니다. 부끄럽습니다. 저는 위로할 의도 없이 그저 저의 필요에 따라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는 자리를 제시했을 뿐입니다.


**


아, 그렇네요.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저 함께 존재하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위로하려는 의도가 없었던 많은 순간에 나는 당신을, 당신은 나를 위로하고 있었나 봅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과 나는 같은 시간을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삶은 너무나 변칙적이고 우연의 연속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오며 가며 낙원상가 골목에서 스쳐 지나갔던 인연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긴 우주의 시간에서 지금 이 찰나에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서로의 위로가 됩니다.


우리가 함께 숨을 쉬고 있는 것만으로 우리는 공존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추운 겨울을 함께 인내하고 따뜻한 봄을 반깁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우리가 함께 했던 순간들이 페이지씩 기록되어 위로의 말을 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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