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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어떤날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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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id Mar 30. 2016

안드로이드 앱 마켓(HADSTORE)

“이거 괜찮지 않아?”


약간 업 된 마음으로 아내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었다.


“국내 T Store가 안드로이드 앱 마켓 1위고 월 100억을 넘어섰다네? 이 시장에서 1%로만 내가 가지고 와도 월 1억이야” 


2012년도 당시 이야기이다.


아내는 어이없다는 말투로.


“그걸 누가 개인이 해? 통신사나 제조사나 하지?”


“어.. 그래서 분석을 해봤어. 


구글, 삼성, LG, KT, SK 그다음이 HADSTORE 6위야.. 승산 있지 않을까? 다들 개발자 수수료를 30%나 먹고 있다는 거야..

HADSTORE는 10%만 먹게 하고 광고랑 연동해서 유료 앱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차별화를 하는 거야? 어때?”


“그걸 누가 만들 수 있어?”


“서버 장비, 데이터베이스, IDC 준비랑 Back-end, Front-End, 그리고 앱 화면 설계랑 디자인은 내가 다 했어.. 그런데.. 돈이 필요해.. 한 5천만 원.. 서버 장비도 최고 사양으로 하고 DB는 Oracle에 트래픽도 빵빵하게 견딜 수 있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설픈 설계에 어설픈 기안이었다.

하지만 열정 하나로 하나부터 열끝 까지 다 챙겼다.

어쩌면 그 순간은 하늘에서 내려온 나의 유일한 동아줄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드웨어 사양부터 모든 시장분석까지 다 했지만 단 한 가지만 빼놓고 하지 못한 게 있었다.

단기간에 개발을 해줄 수 있는 개발 팀이 필요했다. 

서버랑 앱이랑..

이곳저곳 수소문을 해봤지만 프로젝트 개발 팀들은 하나같이 홈페이지만 만들 줄 알지 이렇게 커스터마이즈 된 건 개발도 안 하려 하고 할 줄도 이해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학교랑 산학을 하고 싶어서 카이스트, 서울대 교수님들에게 산악 제의 메일을 돌렸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하나도 없었다.

지금은 흔하디 흔한 외주 개발 연계 사이트가 있지만 그 당시에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안드로이드 개발 의뢰 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관련 내용을 올리자 할 수 있겠다고 하는 팀들이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뭔가 돼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중에 한 팀이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하여 결국엔 그 팀에 서버랑 안드로이드 개발을 통으로 맡기게 되었다.


나중에 지나고 나서 느낀 거지만 대표는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서 모든 걸 희생하면서 적극적으로 회사의 목적과 같은 방향을 같으면 하는걸 바라고 있고 직원은 돈을 받은만큼만 일하고 나머진 기여를 하고 싶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결국 스타트업은 목적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야지 최고의 Performance를 낸다는 점을 그때는 몰랐었다. 

단지 맡기면 되는 줄 알고..

결과는 그림이 표현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구현된 기능은 구글의 앱스토어 못지않았다.


앱 업데이트 기능.

외부 결제 시스템과 연동이 가능한 In-App 결제 기능

보유한 포인트로 결제할 수 있는 기능.

광고 연동을 통한 유료 앱, 무료 다운로드 기능.

앱 배포를 위한 개발자 화면 제공 등등..


이를 위해 제1회 HADSTORE 개발자 대회를 열었지만 한두 명만 참석할 뿐. 

결론적으로 폭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총알을 계속 부어 넣을 수밖에 없었다. 

꺼져가는 불씨를 어떻게 서든지 살려보려고...

기사를 의뢰하고 HADSTORE의 탄생을 보도하는 기사와 블로거 들의 추천들... 

그렇게 해도 개발자들과 사용자들을 움직이게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홍보도 문제였지만 지금에 와서 실패 요인을 찾자면 외주를 맡긴 게 가장 큰 실수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이를 통해 시장이.. 고객이.. 뭘 원하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비싼 광고도 필요 없고 멋진 화면이나 고 사양에 서버가 아니어도 되는 분야.

뜻 밖에도 어둠에 분야였다.

공교롭게도 HADSTORE에 올라온 90%가 불법 도박 게임 배포 앱이었고 제일 문의가 많은 쪽도 깍두기 형님들이었다.


예를 들자면 불법 게임 도박 앱을 만들고 본인들 업소에 동시 배포를 하고 싶은데 기존 구글 플레이에 올려서 배포하기도 모호하고

HADSTORE에서는 심사도 안 하고 회원가입을 안 해도 다운로드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니 어둠에 분들이 제일 열성적으로 배포에 일조를 하셨다.


결국, 사이버 수사대 고발로 인해 불법 도박 앱 배포를 막았고 그러자 더 이상 앱을 배포하려는 자가 없어졌고 그나마 남아 있던 작은 불씨마저도 없어졌다.


이 비즈니스를 구축을 하게 된 계기가 나 같은 개발자들이 30%나 되는 수수료를 갈취(?) 당하지 않게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 주요 목적이었기에 최대한 문을 닫지 않고 버티고 싶었지만.. 물론 깍두기 형님들을 위해 서버를 해외로 돌렸으면 지금은 번창해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결국, 문을 닫았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스타트업이 뭐라는 점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된 시간들이었다.

외주라는 실패의 쓴 맞을 맛보았기에 이제는 외주보다는 팀원들과 같이 해야 된다는 점을 알았지만 막상 마음에 맞는 팀원들을 만나기는 힘들고,

결국 개발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모든 걸 혼자서 할 방도를 찾다 보니 나도 모르게 풀스텍 개발자가 되어 있었다.


마케팅이 혼자서 하기에는 역부족이라 아직도 헤매고 있는 건 지금도 매한가지만

하루에 수십 번 변경되는 디자인도.

밤 새 가며 떠오른 각종 아이디어에 대한 구현도 

맘 편하게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 아닌 강점이 아닌가 싶다.


스타트업을 조금이나마 맞본 입장에서 몇 가지 Tip을 주자면

스타트업에 강점은 빠른 고객 대응과 판단력인데, CEO 가 초창기 마인드를 잊고 회사의 덩치만 키우고 실적을 내는데 급급한 나머지 가장 최전방에 있는 고객과의 소통을 누군가에게 그 누군가가 이전에 말한 회사의 목적이 단순이 돈을 받는 목적으로 다니는 누군가라면 그 사람의 말 한마디로 덩치가 커진 스타트업이 고객으로부터 외면받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될 것이다.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거인은 본인이 건물을 부시고 싶어서 부시는 게 아니다.

덩치가 커져서 어쩔 수 없이..

건물을 신경 쓰지 못하고 부술뿐...

그걸 피하려면 팔다리를 자르고 아주 잘게 나뉜 사업부로 고객과 대응할 수 있는 작은 CEO 들을 키워야 될 것 같다.


A small startup is a smart start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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