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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어떤날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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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id Mar 30. 2016

Turning Point

“야 휴직계 낸다면서? 괜찮겠냐?”


동기가 지나가면서 나에게 던진 말이다.


“단 1주일만 쉬어도 소원이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3개월을 쉬려고. 6개월까지 쉬면 생계가 안될 것 같아서.. 사내 병원에서도 3개월만 쉬고 돌아와서 다시 3개월 연장하던가 복귀하던가 하자고 하네”


동기들은 내가 아픈 건 눈에 안 보이고 다들 부러워만 하는 눈치였다.

사원증을 반납하고 나오는 회사 버스 안, 하고 있던 업무를 한 순간에 윗사람에 넘기고 떠나야 하는 짜릿하고 소심한 복수의 쾌감도 3개월의 휴식이 주어졌다라는 점도 모두 나의 마음을 너무 기쁘게 하였다.


대학교 졸업 후 회사라는 곳에 들어온 이후 2일 이상을 쉬어 본 적이 없던 나 이였기에 3개월은 거의 로또 수준의 행복이었다.

너무 좋았다.

이게 몇 년 만에 얻는 휴가 아니 휴식인가.

회사에 대한 부담감. 남편에 대한 책임감. 자식에 대한 도리. 이 딴 거 내 어깨 위에서 내려놓고 당당히 쉴 수 있는 나만의 시간.

3개월 동안 나는 너무나 많은 것을 얻었다.


그렇게 지독하게 괴롭혔던 과민성 대장 증세가 없어지고

아무리 먹어도 소화가 잘 되지 않아 항상 삐쩍 마른 체형인 내가 10kg가 찌고

아내와 소홀했던 관계도 매주 금요일은 영화 보는 날로 정해 데이트도 다시 하고

가족과 같이 못했던 여행도 여러 번 가고.

이렇게 사는 게 사람 사는 거 다 라는걸 새삼 깨닫게 된 기간이었다.


비록 안면장애는 바로 완치가 안돼 지금도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만화 연금술사에 나오는 대사처럼

등가교환의 법칙이라고..

1을 얻기 위해서는 1에 해당하는 무언가를 잃어야 된다는.


한쪽 얼굴을 잃은 대신 3개월에 휴식과 나만의 사업을 꿈꾸는 계기가 되었다.


이 기간에 스타트업을 준비할 수 있었던 충분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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