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남편을 정육점에 혼자 보내면 생기는 일> 그 후
집에 돌아오니 구수한 냄새가 가득했어요. 알피가 그래놀라를 만드느라 곡물을 볶고 있었거든요. 매번 사다 먹는 그래놀라가 아무래도 너무 단 것 같아서 이번에는 직접 만들기로 한 거예요. 주방을 치우고 점심 준비를 하는 동안 치아바타를 따뜻하게 구워서 얼마 전에 만들어놓은 블루베리잼을 얹어서 먹었어요. 사실 블루베리도 그래놀라에 넣으려고 한 건데 오븐에 너무 익혀버려서 어쩔 수 없이 잼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이 잼이 얼마나 맛있는지 다음 주에 블루베리 한 박스를 사다가 몽땅 잼으로 만들어버릴 생각이에요.
요즘 자주 느끼는 건 실패했다고 생각했을 때 더 좋은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거예요. 얼마 전에 썼던 <외국인 남편을 정육점에 혼자 보내면 생기는 일>의 조회수가 자그마치 17만 명을 넘겼거든요. 만약에 알피가 정육점에서 뼈 등심 대신 갈비뼈를 사 오지 않았더라면 저희는 물론 포식을 했겠지만 <외국인 남편을 정육점에 혼자 보내는 생기는 일>과 같은 이야기는 탄생하지 못했을 거예요. 뼈다귀에 조금 붙어있는 살코기를 17만 명과 나누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오병이어의 기적의 현대판이 이런 걸까요.
그 뒷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요. 엊그제 알피와 함께 정육점 앞을 지나가다가 뼈 등심을 살 수 있는지 다시 확인해보려고 들렀어요. 오렌지 소스가 너무 훌륭해서 정말 제대로 다시 먹어보고 싶었거든요. 정육점 주인이 알피를 단번에 알아보며 말했어요.
"아 저번에 갈비뼈 사가신 분" (저번에 그 이상한 외국인이 또 왔다!)
"네. 그런데 사실 저희가 찾던 건 뼈 등심이었거든요"
"돼지 한 마리가 지금 있으면 설명하기가 더 쉬울 텐데. 이리 와봐요"
저희 또래의 정육사가 카운터에서 나와서 돼지고기 부위들이 놓여있는 테이블로 저희를 안내해주셨어요.
"그 돼지고기 등심이라는 게 외국에서는 고급 요리에 속하는데 한국에서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 원하는 부위를 가져가시려면 고기를 여기 이 등뼈랑 같이해서 이렇게.. 아니지.. 그래.. 요렇게 요렇게 잘라야 하는데 그렇게 조금 팔려고 고기를 그렇게 자르면 전체 모양이 망가지거든요. 한국에서는 아마 일반 정육점에서 구하기 힘들 거예요. 호텔이나 레스토랑 같은 데서 아예 그렇게 항상 주문을 하면 모를까요"
정육사는 돼지고기 등뼈와 살을 퍼즐을 맞추듯이 요리조리 움직여가며 친절하게 설명해주었어요. 이제 저희가 왜 그날 갈비뼈를 먹을 수밖에 없었는지가 충분히 설명이 되었지요. 혹시나 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무려 제주 흑돼지 뼈 등심을 쉽게 주문할 수가 있네요. 혹시 저희의 브런치를 읽으시고 이 오렌지 돼지 뼈 등심을 나도 해 먹어 봐야겠다! 하셨던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트레이더스나 코스트코에서도 판다고 합니다.
다시 한번 저희의 뼈다귀 브런치를 즐겁게 드셔주셔서 감사합니다.
요리할 때 가장 행복한 멕시코 남자와 맛있게 먹고 글 쓰는 게 세상 가장 즐거운 한국 여자가 함께 삽니다. 영화 <줄리 앤 줄리아>에서 영감을 얻어 다이애나 할머니의 멕시코 가정식 레시피를 매일 하나씩 만들어 감탄하며 먹고 기록합니다.
Recipes from Diana Kennedy X Alfie cooks & Jay wri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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