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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자연 Feb 14. 2019

No 니하오! Say 안녕!

한국인이 외국에서 일하면 생기는 일




“I didn’t know Japanese likes Russian soup!”

(일본인도 러시안 수프를 좋아하는지는 몰랐네!)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러시안 보르쉬 수프가 크루 식당에 있길래 반색을 하며 한 국자 떠서 담아내는 중이었다. 혹시 잘 못 들은 것인가 싶어서 쳐다보니 키가 큰 러시안 크루 한 명이 내 옆에 성큼 다가와 내가 수프를 담는걸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다.


그러니까 사건을 정리하자면 처음 보는 인간이 내가 일본인인지 물어보는 것도 아니고, 나를 그냥 일본인이라고 부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내가 고개를 돌려 쳐다보고 대꾸를 하지 않자 그는 머쓱했는지 아니면 내가 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한 톤을 높여서 다시 말한다.


“I’ve never seen Japanese eating Russian soup!”

(일본인이 러시안 수프 먹는 건 처음 본다고!)


함께 온 내 친구들이 접시에 음식을 뜨며 킥킥거린다. 그들은 안다. 말 걸어보겠답시고 나한테 다짜고짜 "니하오"하고 인사했다가는 어떻게 되는지를. 이번엔 조금 업그레이드된 버전이긴 하지만 비슷한 레퍼토리의 상황을 매번 겪다 보니 나도 생글생글 웃어지진 않는다.



너 지금 나한테 뭐랬냥?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Yeah.. I am not Japanese by the way”

(어 근데 나 일본인 아니야)


그는 매우 당황하며 말한다.


“Oh sorry, then where are you from?”

(미안해, 그럼 넌 어느 나라 사람이야?)


한국인이라고 말하며 돌아서는 내 뒤통수에 대고 그는 외친다.

“I am Sorry! ughhh.. wait..!!! Nihao!”

(미안해!!!! 어.. 기다려봐.. 니하오!!!)



This is a war .. (출처 Unsplash.com)




이런 경험도 있다.


라운지에서 만난 게스트가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걸 알고서는 "우리 손주가 너희 나라말을 얼마나 열심히 배운다고! 한 번 데려와도 돼?" 하고 반색을 했다. 나도 꼭 만나보고 싶다고 했더니 그다음 날 아침에 아홉 살짜리 꼬마를 데리고 라운지를 찾아왔다.

"어서 Jay한테 학교에서 배운 말 해봐!"

그녀의 목소리에는 기대와 자랑스러움이 가득 배어있었다. 머리가 밤톨 같고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아홉 살 호주 소년은 나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큰 소리로 외친다.


"니하오!"



이걸 어쩌지..  중국말로 대답해야 하나..?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그러니까 나는 소수민족의 설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 일 년이 지나니 천 명이 넘는 크루 중에 한국인은 나 홀로인 배 안에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해주는 크루들이 점점 늘어나긴 했다. 물론 "북한 사람이냐 남한 사람이냐" "김정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한국은 삼성폰이 싸지 않니?" "차는 현대냐" "강남스타일 춤을 춰보아라" 등의 질문들에 대답해야 하는 일도 예사가 되었지만.


또 하루에도 몇 번씩 "코리아라고?? 잠깐! 북한에서 온 건 물론 아니겠지? 하하하하하하"하고 농담(?)을 하는 외국인들이 하도 많아서 난감할 때도 있다. 이건 전쟁으로 인한 우리의 아픈 역사라 웃을 일이 아니라고 조곤조곤 설명해주곤 한다.






인도는 왜 그렇게 더럽니?


얼마 전에 한 호주 손님으로부터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아 인도와 브라질에서 온 동료와 함께 넷이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분위기가 참 괜찮았는데 이 호주 손님이 이렇게 말을 꺼내는 걸 보고 참 난감했다.


“인도에 크루즈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인도 사람들은 왜 그렇게 쓰레기를 아무 데나 함부로 버리는 거니? 한 번 가보고 다시는 안 가기로 마음먹었잖아. 온 도시가 완전히 쓰레기 천국이던데 이런 건 국가에서 규제 안 하나?”


나라면 굉장히 불편했을 텐데 인도 출신의 동료는 크게 기분 상해하지 않고 워낙에 인구비율이 높고 국가 차원에서 법이 엄격하지 않아서 그렇다며 멋쩍게 웃었다. 민망했던 나와 브라질 동료는 서둘러 다른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인도에 대해서 다른 이색적이고 흥미로운 할 말이 얼마나 많은가. 굳이 인도는 왜 그렇게 더럽냐라는 말을 굳이 식사자리에서 인도 사람 앞에서 했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우리도 한국을 방문하거나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보다 세련된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는 듯하다.


일단은 그 나라의 좋은 점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내가 보기에 가장 쉽고 무난한 주제는 그 나라 음식인 것 같다. 아니면 솔직하게 잘 모른다고 말하고 상대방이 자신의 문화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서로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단, 만나자마자 몇 살이냐고 묻는 질문만큼은 한국인에게도 외국인에게도 하지 말 것을 권한다.

(귀국하자마자 한국 나이로 계산해야 해서 심기 불편한 서른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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