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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Oct 22. 2024

목적지보다 중요한 목적

'나중에 뭐 하고 싶어요?'


여전히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운이 좋게도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같아서 재밌게 일을 하고 있지만 3년 혹은 5년, 길게는 10년 뒤까지 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그때도 좋아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자신이 없다.


10월 초에 책 <시대예보:호명사회> 북토크에 참석해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 작가의 강연을 들었는데 Q&A 시간에 청중 한 분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실 건가요?'라고 물었다. 송길영 작가의 대답은 "NO"였다. 돌아가서 다시 똑같은 길을 걷는다고 해도 중간중간 만난 운은 되풀이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더 잘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모인다고 지금의 모습이 되긴 쉽지 않을 것 같아 돌아가기 싫다고 말했다.


내 대답도 비슷하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남들이 알만한 좋은 기업에 취직했다면 더 좋은 보수를 받을 확률이 높겠지만 과연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인 시간과 공간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까? 어쩌면 과거의 '더 나은' 선택지들이 현재의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한다. 분명 더 나은 것을 가졌다면 리스크를 지는 것보다 줄이는 쪽을 많이 선택했을 텐데 그렇다면 지금처럼 자유를 누리지 못할 테니까.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너무 몰두하다 보면, 종종 거기로 가고자 했던 본래 목적을 잃어버린다. 운이 좋아서 목적지에 도착한다면 이게 내가 원했던 것인지 그렇지 않았던 것인지 알아차릴 기회라도 있지만, 도달하지 못한다면 '거기에 도착했더라면 내 삶은 달랐을 텐데'라고 아쉬워하거나 '내가 중간에 포기한 거야' 식으로 합리화해버리고야 만다.


과거에는 앞으로 뭐 하고 싶은지 누군가 물어봤을 때 법인 창업, 아파트 구매, 해외 한 달 살기, 좋은 차 구입 등 명확한 목적지에 도달하는데 집중했다면, 현재는 '시간과 공간의 자유'와 같은 목적(가치)에 초점을 맞춘 삶으로 전환되었다. 아무래도 일에만 하루종일 매달리지 않고 많은 시간을 들여 스스로 탐구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다 보니 변화된 지점이다.


어디에 도착하는 게 중요하기보다 내가 가진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향이나 기준만 충족될 수 있다면 그게 언제 도착하든 어디에 있든 크게 상관없을 것 같다.


물론 앞으로 나를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한다면 정립한 ‘가치'도 그에 따라 변화할 수 있겠지만 더 이상 과거의 목적지 중심의 사고로 돌아가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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