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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Sep 12. 2024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최근에 정지우 작가가 쓴 책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를 읽었다. 제목을 보고 순간 뜨끔한 책은 많았지만 고민을 길게 가져다준 책은 드물었는데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음 보자.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 2024년도 중위소득 100%는 1인 가구 기준 222만 8,445원이다. 중위소득 100%는 우리나라 가구를 1번부터 100번까지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50번째 서있는 사람의 소득 수준을 의미한다.


딱 중앙에 위치한 중간값이라고 하지만 이를 있는 그대로 중간에 위치한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본인을 하층민이라고 인식하지. 절대 스스로 잘 산다고 믿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본인보다 못 사는 사람들은 '비교 대상'이 아니며, 본인을 기준으로 잘 사는 사람들하고만 비교하기 때문에 전체 인구에서 괜찮은 소득, 자산 수준을 가지고 있어도 스스로를 낮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청년도약계좌 가입 기준이 가구소득 중위 180%에서 250% 이하로 개선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2023년도 기준으로 중위소득 250%는 1인가구 연 기준 약 6,200만 원 정도이며, 4인가구 기준으로는 약 1억 6천 정도 된다. 즉 웬만한 고소득이 아니고서야 모두 받아주는 쪽으로 지원 정책을 강화했다.


청년도약계좌 같은 경우 자유적금이라 월 1천 원에서 70만 원까지 자유롭게 납입이 가능한데 70만 원을 넣는 사람보다 10만 원을 넣는 사람들의 해지율이 훨씬 높다는 소식을 들었다. 월 10만 원 저축도 쉽지 않다는 뜻이다.


소비는 결과가 바로 나타나고 저축은 아주 천천히 드러난다. 저축해야 한다는 사실은 금융지식이 없는 아주 어린 친구들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소비를 쉽게 줄이지 않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되려 나는 정지우 작가가 쓴 책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라는 제목에 대한 대답으로 돈부터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돈을 추구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돈을 추구해야 한다. 돈이 없으면 걸림돌이 많다. 단순히 욕망을 위한, 소유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싶을 때 필요한 수단으로써 작동해야 한다.


소득이 높은 친구들이 돈을 모으긴 유리한 지점에 서있지만 소비 수준도 높다면 소비를 위한 소득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나쁜 건 당장의 소득이 낮은데 소비 수준을 쉽게 높여버리는 짓이다. 무엇을 사지 않아 오는 불안은 그것을 산다고 해서 잠시 사라질 뿐 다시 더 큰 소비를 부추기는 불안으로 다가온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나는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대답을 해보자면 '시간과 공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출퇴근이 없고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세팅하게 되면서 이 환경을 일하는 동안 오랜 시간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에 돈부터 일단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부터 찾아왔다. (시간과 공간이 자유로울 뿐 현재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다.)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이 생기면 나중에 '시간과 공간의 자유'와 '돈'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돈이 아쉬운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 일단 돈부터 많이 벌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서 돈에 대한 지식도 많이 늘리면 더 좋다. 돈은 버는 것도 있지만 굴리고 아끼는 기술도 필요하다.


오랜만에 좋은 질문을 던져주는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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