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퍼블리싱의 시대
원망의 칼은 거꾸로 쥔 칼날이고,
변명의 아궁이는 꽉 막힌 굴뚝에 불을 지피는 것이다.
- 주 PD -
이 글은 특정업체나 개인을 비난하려고 쓰는 글이 아니다. 그리고 게임 산업은 복합적이고 유기적인 산업으로 '생태계'라는 표현을 쓴다. 이런 게임산업 생태계의 '젠가'가 한번 더 무너지는 시점이 온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젠가'를 쌓아 올리고 새 게임을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모멘텀이라고 부른다. 많은 게임업체들이 이러한 모멘텀에 사라지거나 변화하였고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기도 했다. 어찌 보면 이번 '젠가'게임은 모멘텀이라기보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사자성어가 더 잘 어울리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러한 현실이 다가온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뭘까?
콘텐츠 생산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수익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PC 게이밍 ESD 시장과 모바일 게임 오픈마켓 시장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전 세계 게이머들은 쉽게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고 즐기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성장한 게임 시장은 세계인들과 교감하며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게임은 SNS(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동화되는 거대한 게임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로컬이라는 제한적인 문화의 벽을 넘어 전 세계 게이머들은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며 즐거워하고 슬퍼하기도 하면서 공감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실시간 동화의 시대
게임 문화는 이제 어릴 적 부모님에게 혼나며 몰래 오락실에서 하던 일탈 같은 서브컬처가 아닌 메인스트림이 된 지 오래다. 게임 키즈들은 성장해서 게임 개발자가 되었고 개발자가 된 게임 키즈가 만든 게임을 우리는 아들과 같이 즐기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게임 키즈였던 아빠가 하던 게임을 아들은 뉴트로라는 트렌드로 새롭게 받아들이는 시대가 2020년 지금이다. 게임 산업은 이렇게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는 엄청난 잠재력을 품게 된 시장이 되었다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게임 시장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도 않는 것이다.
자막의 장벽, 한 1인치 정도 되는 그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은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전 세계 영화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작품성, 상업성, 전문성 이 모든 영역에서 엄청난 찬사를 받으며 많은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정말 독보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독보적인 인물은 세상을 바꾼다. 이것은 “왜 그렇게 해야만 하지?”라는 관행에 대한 반항과 카르텔을 정면으로 부정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난 봉준호 감독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에서 언급된 '1인치 자막의 장벽'은 전 세계 영화인들의 가슴속에 오랜 울림을 남겼다.
하지만 '1인치 자막의 장벽'은 굉장히 높은 장벽이었다. 영화에서 자막은 단순 텍스트의 영역이 아닌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의 이해'가 있어야 해석되는 영역이다. 만약 구글 번역기로 번역된 자막이 들어간 영화를 보게 된다면 우리는 영화가 가진 맛의 60%도 다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요즘엔 번역기들이 굉장히 고도화되어 나은 편이다. 그리고 이미 이런 자막의 장벽은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유튜브를 통해 해외 영상들을 보는 영어권 사람들은 자막 기능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넷플릭스'같은 글로벌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시청 시간 이 비교적 긴 다른 나라에서 제작된 영화나 TV시리즈를 본다는 것은 자막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이런 자막이 없다고 감동을 전달할 수 없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우리는 이미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 공유를 통해 언어를 초월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픽사의 애니메이션 중 볼 때마다 눈물샘을 통제하지 못하는 장면이 하나 있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도 남아있을 그 장면은 'UP'에서 초반 4분 분량의 엘리와 칼의 삶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대사나 자막이 전혀 없다. 만약 자막이나 대사가 있었다면 영상으로만 전달되는 감정의 공유가 100% 연결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장면이 더욱 강렬하게 머릿속에 남아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언어를 초월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 공유
이런 영화의 감정 전달 방식은 이미 무성영화 때부터 언어뿐 아니라 소리가 없는 오직 시각적 표현만으로 전달되었었다. 찰리 채플린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환희를 느낀 경험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이런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우리나라 대표 애니메이션이 있다. 바로 투바 엔터테인먼트의 '라바'다. 정말 '라바'를 보고 있으면 제작진들의 엄청난 저력이 느껴진다. 이미 넷플릭스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런 언어의 장벽을 넘어 감정의 이입과 선택을 통해 전달을 극대화할 수 있는 콘텐츠가 바로 게임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누가 뭐라 해도 댓게임컴퍼니 제노바 첸 대표의 '저니'일 것이다.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 하는 '외로움'은 수많은 게이머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했다.
이렇게 공간과 시간 그리고 언어를 초월하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게임들이 앞으로 새롭게 펼쳐지는 게임의 전성시대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장담한다. 봉준호 감독의 멋진 수상소감을 인용해 본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합니다. 그 언어는 게임입니다.
I think we use only one language, the GAME.
인터넷이 발달하고 글로벌 콘텐츠 서비스가 많아지면서 세계인은 '실시간 동화의 시대'를 통해 같은 트렌드의 타임라인을 공유하게 되었다. '실시간 동화의 시대' 이전에는 보통 '글로벌 타깃', '글로벌 스타일'이란 말들을 많이 사용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이 들을 수 없는 이유는 이제 어설픈 '원숭이의 흉내 내기' 방식의 전략은 통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싸이의 음악, BTS의 엔터테인먼트가 글로벌에서 성과를 내는 이유는 글로벌 성공 공식을 흉내 내는 어설픈 글로벌 전략이 아닌 그들이 가진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고 밀고 나간 것이다. 이런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독창성'을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이런 성공전략의 정체성을 독창성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보다는 '대체 불가'라는 가치를 가진 독보성 <유니크(Unique)>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전략이 바로 '초격차 전략'이다.
누구도 대체 불가능한 독보성의 초격차
국내 메이저 게임 퍼블리셔들은 이러한 시대를 파악하지 못했고 성공의 표면만 복사하거나 자료 <머트리얼(material)>만을 나열하는 구시대의 '원숭이의 흉내 내기' 방식의 전략만을 고집했고 결과는 보나 마나였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IAP중심의 P2W 모델이 지배하는 모바일 게임이 아닌 페이 투 플레이(Pay-to-play) BM기반의 PC, 콘솔 시장의 진출이 절실한 이유다. 그리고 최근 네오위즈의 행보를 보면 한국 퍼블리싱 사업이 극적 생존의 희망을 아직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콘텐츠 제작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는 게 존재할까? 성경의 창세기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본떠 인간을 창조'했다고 나와 있다. 위에서도 언급된 성공전략의 정체성을 '독창성'이 아닌 '독보성'이리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즉 해당 분야의 경험이 늘어날수록 '독창성'은 창조를 억압하는 프레임이 돼버리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 자신에게 '독창성'이라는 멍에를 올리는 순간 창조의 추진력이 떨어지고 내딛는 한걸음은 진흙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할 것이다. 이러한 멍에를 버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융합 창조'라는 영역이다.
2019년 1월 넷플릭스를 통해 '킹덤'이라는 조선시대 배경의 드라마가 공개되었다. 이 드라마의 콘셉트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조선 시대 배경의 좀비 미스터리 스릴러'다. 할리우드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좀비물을 조선시대로 가져와 결합하며 전혀 새로운 좀비물을 만들어 냈다. 이 오묘한 조합은 미국에서도 인기를 얻으며 2020년 3월에 '킹덤' 시즌2가 공개 예정이다.
그리고 최근 넷플릭스를 핫하게 만든 주인공이 있다. 바로 리비아의 게롤트 '더 위처'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더 위처'는 게임으로 더 유명하다. 게임 산업의 불모지였던 폴란드를 세계에 알린 장본인이다. 폴란드에서 '더 위처'는 게임산업 그 자체이며 국가가 사랑하는 위대한 서사다. 드라마 방영 이후 게임 '위쳐 3'의 동시 접속자가 9만 4,000명으로 출시 당시 9만 2,000명보다 증가했다고 하니 IP 융합, 선순환이 얼마나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추가로 게임 위쳐 1편과 2편 더불어 소설의 판매량도 늘었다고 하니 넷플릭스 방영 이후 마케팅 파급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이 모든 게 원작 IP에 대한 존경과 꾸준한 관리가 기반이 되는 매우 체계적인 선순환이다.
반면 최근 국내 개발사들의 IP 관리나 융합은 정말 형편없다고 보인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달빛조각사, 눈물을 마시는 새는 원작의 세계관 적용보다 홍보를 위한 '튀김옷 묻히기'에서 끝나버린 부분은 굉장히 실망스러운 부분이었다. 이런 원작 훼손은 이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대표적인 게임이 '리니지'다. 신일숙의 만화 원작의 일부 설정을 가져왔을 뿐 대부분의 서사가 원작을 훼손하게 되었고 결국 법적 공방까지 가게 된 일화가 있다. 그리고 '리니지 2'에서 전작의 영향을 벗어나기 위해 세계관 재정립을 하려 했지만 결국 다시 꼬여버린 상황이 되었다. 최종 결정타는 '리니지 M', '리니지 2M'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었다. 자사 핵심 IP를 이렇게 크로스로 훼손해도 되는 걸까? 이 부분은 나중에 별도의 글로 이야기해보겠다.
나는 셀프 퍼블리싱의 시대에 폭발력을 만들어낼 발화용 뇌관은 '콘텐츠 IP'라고 본다. 그리고 '콘텐츠 IP'가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런 스토리텔링 기반의 '콘텐츠 IP'중에서 현재 가장 핫한 IP는 '네이버 웹툰 IP'라고 본다. 최근 네이버 웹툰이 북미 월간 방문자 1천만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지표다. 한국의 콘텐츠가 북미에서 팔리고 있고 많은 세계인들이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스토리텔링이 세계인들의 문화로 스며들 것이고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우리를 가로막았던 울타리는 낮아지고 결국에는 손을 맞잡고 서로를 더 알아가기 위한 노력들을 할 것이다.
올해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글로벌 게임 제작지원(웹툰 IP 부분) 모집 공고가 시작될 것이다. 올해 분명 글로벌에서 성과를 내는 웹툰 IP가 나올 것으로 본다. 예전에 IP 홀더와 같이 웹툰 IP 사업을 컨설팅하시던 대표님과 짧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웹툰 IP의 활용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OSMU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OSMU)>를 말씀드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다들 비슷한 생각일 것이다. 대부분 IP 홀더들도 내가 OSMU를 얘기한다면 그런 표정일 것이다.
웹툰 IP의 핵심 전략은 OSMU 양적 확대
사실 웹툰 IP를 게임과 접목하여 성공한 사례가 그렇게 많지 않다. 실패 사례들의 가장 큰 이유는 보통 스토리텔링을 배제하면서 발생한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홍보를 위한 '튀김옷 묻히기', 콜라보 수준의 커스터마이징, 다수의 웹툰 IP를 하나의 게임에 적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부분들은 IP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출시 몇 달 전에 이미 제작된 게임에 끼워 맞춰지면서 발생하게 된다. 결과는 어마어마한 팬들의 역풍을 맞이한다.
초반 개발 단계에서부터 스토리텔링에 집중하여 공을 들이지 않는다면 스토리텔링 기반의 콘텐츠 IP 활용은 손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OSMU를 통해 동일한 웹툰을 동시에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과 결합하여 파급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같은 웹툰 IP를 활용했다고 직렬 진행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양적 확대를 기반으로 인디게임이나 소규모 개발사들의 독창성 있는 게임들과 융합되어야 글로벌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병렬 진행으로 크로스 프로모션을 통해 이득을 보는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 리스크를 관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네이버 웹툰 관계자분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제발 게임 콘셉트 디자이너가 컨설팅을 하거나 실무에 직접 투입될 수 있게 프로세스를 마련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웹툰 IP의 성패를 만들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인디 개발사들이 투자와는 거리가 있다. 물론 인디게임의 불확실성과 상품성 때문에 VC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부분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인디 개발사들 또한 투자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1인 개발이나 2~5인의 오너십을 가진 파트너들이 모여서 만든 인디게임도 상업적 성공을 기대하며 제작된다. 물론 인디게임의 목표가 상업적 성공은 아니지만 상업적 성과가 없다면 온전히 게임 개발에 몰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많은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주창하는 '자본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인디게임 개발'은 가능한 것일까?
인디게임과 건강한 자본의 공생
나는 인디게임이 자본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건강한 면역체계를 가지려면 모든 세균을 기피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모든 세균이 나쁜 세균이 아니다. 그리고 인간이 지금까지 지구의 생태계에 생존해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런 좋은 세균들과의 공생이었다. 결국 무지가 만든 '멸균이라는 강박'은 무균상태를 만들게 되고 이런 무균상태에서 악균은 기회를 잡고 숙주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최근 이런 건강한 자본에 대한 소식들이 많이 들리고 있다. 나는 이런 흐름에 국내 게임 대기업들과 퍼블리셔들이 참여하기를 원한다. 게임 산업 불황을 두려워하며 현금 보유고를 늘리는 대기업들을 보면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몇백억이 투입되어 '출항도 하기 전에 가라앉기 시작하는 포경선'보다는 '보물섬을 꿈꾸는 모험가들이 만드는 인디게임의 의외성'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리지널 IP를 가진 인디게임 개발사들을 좋아한다. 그중 나의 엄지가 모자랄 정도의 좋아요 IP는 키위웍스의 '마녀의 샘'이다. 국내 게임 역사를 통틀어 과연 4편까지의 시리즈를 만든 게임 IP가 있기는 한 걸까? 나의 기억으로는 핸드메이드게임의 '룸즈'를 제외하고는 생각나는 게임이 없다. 특히 국내 인디게임 씬에서는 이런 오리지널 IP가 나오거나 유지되는 것이 더욱 힘든 게 현실이다. 거기에 상업적인 성과까지 만들어 내어 흐뭇하게 후속작을 기대하는 팬덤을 만들어 낸다는 건 더욱더 어려운 일이다. 정말 '방망이 깎는 노인'이 아니고서야 그런 인고의 시간을 버티고 게임을 벼려낸다는 것에 대한 경외심마저 들게 한다.
내가 만약 VC의 투자심사역이라면 마녀의 샘을 만든 키위웍스를 찾아가 IP투자 유치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재미있는 몽상 속 개인 취향으로 'VC의 투자심사역 놀이'를 좀 더 해보자. 최근 독특한 방식과 스토리텔링으로 오리지널 IP의 가능성이 기대되는 인디 개발사를 소개해 보면 '서울 2033: 후원자'를 만든 반지하게임즈와 '언노운 나이츠'를 만든 팀아렉스가 있다. 두 게임이 가진 몰입감은 모바일을 넘어 플랫폼 확장을 통해 글로벌로 진출한다면 충분히 가능성과 확장성이 있는 오리지널 IP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 많은 인디게임 개발사를 포함한 영세한 개발사들이 광고 수익화에 매몰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오리지널 IP의 확보는 체질개선을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IAP중심, P2W 모델이 지배하는 모바일 게임을 부정하는 Z세대가 시장의 핵심으로 전환된다면 모바일앱 광고 수익화 시장도 타격을 받게 되며 결국 체질개선을 하지 못한 영세한 개발사들도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앞으로 인디 게임 개발사가 생존하려면 독보적인 오리지널 IP를 가지고 페이 투 플레이(Pay-to-play) BM기반의 PC, 콘솔 시장의 진출이 절실하다. '던그리드'를 만든 팀호레이, '래트로폴리스'를 만든 카셀게임즈 등 이미 국내 인디게임 개발사들이 스팀을 통해 전 세계 유저들의 인정을 받고 있고 성과를 내고 있다. 그리고 아직 개발 중이지만 나를 플레이어로써 두근거리게 만드는 오리지널 IP 작품들을 몇 개 소개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작품은 21세기덕스가 만들고 있는 '크로노소드'다. 지난 2019 GTR <Global Top Round(글로벌 게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Conference에서 당당하게 top 10안에 들면서 세계 인디게임 씬에서 인정을 받은 게임이다. 다크 판타지의 압도적인 분위기와 스토리 중심의 몰입감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두 번째 작품은 매드캣게임즈의 '드래곤로어'다. 현재는 포즈 앱 '이지포저' 유지보수 때문에 개발이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복셀 형태의 그래픽으로 어릴 적 많이 하던 스토리 기반의 고전 SRPG의 재미를 소환하기에 충분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어서 본격적으로 다시 개발이 진행되어 2020년에는 추가 개발 소식을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세 번째 작품은 다윈스톤의 '킹스 블러드'다. 아직 콘셉트 단계의 아트웍 몇 장만으로 기대감을 가지게 만드는 작품이다. 사이드뷰, 디팬스 등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취향의 조건들을 만족하는 작품으로 어서 개발 영상이나 플레이 데모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개발자분들 모두 안녕하세요.Delthfinder의 개발일지를 연재해보려고 합니다.게임명은Delthfinder(D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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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작품은 사실 개발일지 1회만 공개된 작품으로 픽셀실로의 '델스파인더'라는 작품이다. 던전 메이킹 디펜스 콘셉트로 던전키퍼와 비슷한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픽셀아트, 사이드뷰, 던전 메이킹이라는 소재만으로 기대되는 작품이다.
2020년 위에 소개한 인디게임들을 포함하여 모든 인디게임 개발사들이 오리지널 IP를 통해 더 많은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오리지널 IP들이 좋은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이제 인디게임 개발사나 소규모 개발사들이 퍼블리셔에 의존하거나 자본을 원망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내가 만든 게임을 돌아보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스스로 반성하는 개발자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게임업계에서 내가 존경하는 세 분의 울림 있는 글과 영상을 인용하며 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직접 해서 성공해야 우리 회사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죠.
이제 스스로가 브랜드가 되려고 노력하고 한발 한발 나아가는 사람들이 인정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 온전하게 자신의 힘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고통을 이겨내고 스스로 일어나는 것 그것이 '자립'이다. 이런 '자립'이 셀프 퍼블리싱의 본질이며 '내적으로 자립'한 자만이 모든 '외적인 간섭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다.
신작을 내기까지 고되었던 지난 2년을 돌아봤을 때 확신을 한 게 하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위기가 왔을 때 게임을 만드는 제작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뭔지 돌아보는 것이다. 답은 간단하다. 게임을 열심히 만드는 것이다.
게임 제작이란 게 정말 괴롭고 힘든 일이지만 모든 역경을 뚫고 어렵게 게임을 성공시키면 대기하고 있던 그다음 어려움이 쉴 틈 없이 바로바로 찾아온다. 그런 어려움 중에는 내 실수로 인한 것들이 있을 테고 내 의지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운이 나빠서 어쩔 수 없이 맞이하게 되는 어려움도 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닥치면 이 때다 하고 나를 공격하는 주변 사람들도 많아진다.
힘들게 쌓아 올린 소중한 작품이 무너질 것 같은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정신이 아찔해지고(미치지 않으면 다행) 때로는 이상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제삼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선택이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왜 그런 선택을 했고 다른 최선의 선택이 있을 텐데 왜 그런 선택을 했냐며 강도 높은 비난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게임을 성공시켜 본 적도 없고 그래서 그런 일을 겪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거나 허세 또는 입을 터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인지 말을 너무나도 쉽게 하고 죽어가는 사람에게 더 돌을 던지며 이 때다 하고 상처를 입힌다.
하지만 성공해 본 사람 또는 그런 일을 겪어본 사람들은 이슈에 휘말린 사람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못한다.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은 그러했다. (오히려 무슨 상황인지 알고 위로의 말과 응원을 해주더라)
그런 이슈에 휘말린 상황에서 위기를 넘긴 케이스는 세 가지 정도였다. 아예 외국 회사이거나, 아예 이슈에 대해 대답을 하지 않거나, 아니면 나처럼 내 일의 본질인 게임 제작에 집중하거나.
게임 제작자인 우리는 너무나도 바쁘다. 외적 이슈가 없어도 게임의 본질적인 플레이보다는 개발비 고민, 소셜 기능이나 외부 이슈에 신경 쓰느라 구현하고 싶은 게임을 만들기에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이런 가혹한 조건에서 큰 이슈에까지 휘말려 버리면 회사는 앞으로의 미래를 결정할 만한 큰 기로에 서게 된다. 외부 이슈에 대응할 전문 인사팀을 갖춘 대기업이라면 어느 정도 대응이 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게임 회사에서 발생한 사회적 이슈에 어떤 대처를 하더라도 국내 기업은 그런 어려운 이슈를 대부분 수습하지 못했고 인디 개발사의 경우는 더더욱 이런 일에 대응할 여유가 없다.
여기서 우리는 게임 제작자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면 좋겠다. 게임과 전혀 관계없는 이슈에 대응하며 힘을 빼는 것보다는 그 힘으로 유저들이 원하는 더 좋은 콘텐츠를 고민하고 개발에 힘을 쓰는 것이 게임을 즐겨 주는 유저들에 대한 더 큰 보답이자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의도치 않은 이슈에 휘말리게 되는 건 매우 마음 아픈 일이지만, 어렵게 만든 게임을 지키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더 열심히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난 어려운 시간을 통해 크게 배운 만큼 앞으로는 더 열심히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2020년 새해 다짐을 해본다. 단순한 다짐이지만 회사를 지키고 게임을 지켜줄 가장 중요한 다짐이라고 생각한다.
- '마녀의 샘'을 개발한 키위웍스 장수영 대표의 1월 1일 페이스북 포스팅 -
'자립'이 셀프 퍼블리싱의 본질.
'자립'한 자만이 '독립'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까지 인디게임 씬에서 주창해온 '자본으로부터 독립'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우리는 '자본으로부터 외면'을 '자본으로부터 독립'으로 착각하진 않았을까? 우리는 혼자설 수 있는 연습을 계속 해왔을까?
얼마 전 50이 넘는 나이에 코나미에서 철저하게 외면받고 밀려난 후 데스스트랜딩으로 당당하게 독립에 성공한 천재 '코지마 히데오'의 이야기를 다룬 영상을 끝으로 그의 고난과 열정 그리고 철학적 고뇌에 대한 존경을 전해 본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게임가'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도록 끝까지 '자립'의 의지를 가지고 '독립'을 꿈꿔 본다. 그리고 당당하게 내가 만든 게임을 내 이름을 걸고 내 놓는 날을 '독립기념일'로 지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