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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PD Nov 01. 2019

구글플레이는 진화가 필요하다 #1

게이머 중심의 게임 큐레이션이 필요한 이유

"구글플레이는 진화가 필요하다."라는 주제로 4개의 글을 써보는 중입니다.

부족함이 많지만 16년간 이 업을 이어온 애정을 가지고 온전한 저의 생각을 정리해보려 노력했습니다.

다른 작성글을 보시려면 아래 목록에 링크를 걸어두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 게이머 중심의 게임 큐레이션이 필요한 이유

#2 구글플레이 게이머 중심 큐레이팅 강화 제안

#3 플랫폼사업자의 오해와 진실

#4 개발자와 게이머의 동상이몽




#1 게이머 중심의 게임 큐레이션이 필요한 이유


며칠 전 페이스북에서 중국 게임 소싱 관련 기사를 하나 읽게 되었다. 헤드라인을 보면서 모바일 게임 시장의 마녀사냥이 시작된 건 아닌지 심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헤드라인은 이렇게 뽑혀 있었다.


누가 중국 게임만 가져오나 살펴보니... 웹젠·썸 에이지 앞장


기사의 내용은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상위권을 중국 모바일 게임이 장악하고 있지만 우리는 판호 문제로 중국 시장에 진출이 어렵다는 내용과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굵직한 게임업체들이 중국 게임 소싱에 앞장서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중국 게임의 규제가 정치권에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접근이었다.



매출 순위에 목매는 모바일 게임 시장


이런 단편적인 접근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을 분석하는 건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모바일 게임 시장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이 결과적으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마녀사냥일 뿐이다. 국내 개발사, 인디 개발자들이 성과를 못 내는 게 돈만 바라보고 중국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업체들 때문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건 불합리하다. 중국 게임을 서비스하는 대부분의 업체들은 국내에 지사를 설립하여 인력 창출에 기여하고 있고 대부분의 수익도 중국이 아닌 국내 지사나 마케팅, 로컬라이제이션 업체들에게 돌아간다. 이러한 긍정적인 요인을 부정하고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를 보고 단편적인 판단을 하는 것보다는 좀 더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물론 게임업계의 선구자나 큰 형님으로 불리는 회사의 도의적 책임이라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매출을 내지 못하는 회사는 그런 도의적 책임보다 회사 구성원의 생존이 더 중요한 것이 국내 게임업계의 현실이다. 웹젠에 대한 애정 담긴 쓴소리는 이후 다른 글을 통해 해 보도록 하겠다. 사실 이런 쓴소리를 하게 되는 이유는 게임업계에서 웹젠이라는 회사의 상징성을 높게 평가하고 이러한 위상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가길 바라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웹젠은 국내 개발 스튜디오 지분투자나 퍼블리싱으로 국내 게임업계를 인큐베이팅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중국 게임 소싱에만 앞장섰다는 오명을 뒤집어쓸 이유가 없다. 그리고 만약 정치권에서 중국 게임의 규제를 강화할 제도를 만들 경우 결국 다른 해외 게임, 국내 게임까지 규제의 범위에 들어가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다시 사전 심의라는 늪으로 빠지게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사실 매출 순위 상위권에서 정작 우리가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부분은 '현금화를 중심으로 하는 매출 순환 구조'다. 얼마 전 서비스를 시작한 엑스엘게임즈(송재경 대표)가 개발하고 카카오 게임즈에서 퍼블리싱한 '달빛조각사'는 이러한 매출 순위에 목매는 게임 시장의 현실을 잔혹하게 검증한 사례다.


개발 철학을 고집하기보다는 대중성에 중점을 뒀다.


송재경 대표 "달빛조각사, 직접 코딩…대중적 레트로 감성"

결국 송재경 대표도 현금화를 중심으로 하는 매출 순환구조로 회귀를 하게 되었다. 기사에서도 밝혔듯이 원작의 자유도를 그대로 구현하는 것은 기술적인 한계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핑계라는 걸 모두 알고 있다. 어차피 리니지도 원작에 충실한 게임이 아니었단 걸 이미 알고 있다. 결국 매출을 내야 하는 압박이 작용했다고 보인다. 대중적 레트로 감성은 리니지+디아블로+와우를 섞은 혼종을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초반 개발 방향은 온전한 리니지 형태였을 것으로 생각되고 그것을 퍼블리셔인 카카오 게임즈가 블리자드의 옛날 감성을 섞자고 제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엑스엘게임즈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공급자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초심으로 돌아가 유저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수요자 마인드를 택했다"


대한민국 게임업계를 대표하고 선망의 대상이던 영웅의 변절은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런 혼란 속에 업계 관계자들은 서로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지게 되었다. 과연 수요자들이 원하는 게임은 뭘까? 우린 최근 와우 클래식을 보며 어떤 고민들을 해야 할까? 결국 '완전히 개방된, 적절히 큐레이팅 되지 않은 시장의 필연적인 결말'이라는 공포가 모바일 게임업계 전체를 엄습하고 있다. 이제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이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제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모바일 게임 시장을 다시 바라보자. 모바일 게임 시장을 구성하는 3축은 플랫폼사업자, 개발자, 게이머다.


모바일 게임 시장을 구성하는 3축
플랫폼사업자, 개발자, 게이머



플레이어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큐레이션


먼저 플랫폼사업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국내 플랫폼사업자 중에 앱스토어보다 비중이 높은 구글플레이를 중점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구글플레이는 2008년 10월 이후 10년이 넘도록 왕좌를 유지하고 있고 지금도 새로운 BM을 찾으며 계속 발전해 나가고 있다. 현재 구글플레이를 구성하는 큐레이션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부문은 최고 매출, 금주의 신규 추천 게임, 신규 인기 게임, 급상승 정도고 최근 추가된 사전등록을 제외하면 나머지 큐레이션은 플레이어들에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마켓에 등록되는 게임들이 늘어날수록 상대적으로 노출 빈도는 현저하게 줄어들게 되었고 마켓 초기에 영향력 있었던 큐레이션들이 과도한 마케팅 경쟁에 의해 힘을 잃어버린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플레이어들의 평가가 아닌 자본의 규모로 큐레이션들이 종속되면서 플레이어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구글플레이 큐레이션의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되던 금주의 신규 추천 게임마저 해가 지날수록 효과가 하락하고 있다. 그나마 피처드의 첫 번째나 두 번째 순위가 아니면 효과를 보기가 힘들 정도가 되었다. 이런 하락세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첫 번째는 플레이어 취향의 다양성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부분.

두 번째는 게임의 독창성과 재미보다는 흥행, IP, 매출에 의존하게 된 피처드 선정 기준.


그리고 최근 구글플레이는 애플의 '아케이드'와 같은 월간 구독 형태의 '구글 플레이 패스'를 미국부터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1인 결제로 가족 구성원 5인까지 즐길 수 있는 구독 모델이다. 하지만 애플 아케이드처럼 독점 게임이 아닌 이미 구글플레이에 서비스 중인 게임들로 구성된다는 부분에서는 좀 실망스럽기도 하다. 애플 아케이드도 마찬가지지만 현재 구글플레이도 너무 안일하게 구독 모델을 적용하는 게 아닐까 걱정되기까지 한다. 이러한 플랫폼사업자들의 '혁신 없는 큐레이션' 지금의 시장 상황을 만든 대표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애플의 경우 파격적으로 매출 순위를 제거함으로써 큰 변화를 시도한 부분은 높게 평가할만하다. 그리고 애플 앱스토어가 구글플레이보다 큐레이션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건 '에디터 파워'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철저하게 게임의 수익성 측면이 아닌 에디터 본인의 재미를 기반으로 한 초이스가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 힘이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의 큐레이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큰 중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구글플레이의 혁신 없는 큐레이션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건이 있었다. 바로 인디게임 개발자 알렉스 슈워츠와 지바 스콧의 실험이었다.


"이 실험은 완전히 개방된, 적절히 큐레이팅 되지 않은 시장의 필연적인 결말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시장이 저질 게임으로 넘쳐나게 만들 다양한 방법을 찾아낼 것이고, 소비자들은 전반적으로 저품질의 경험에 노출될 것입니다. 저의 실험은 지금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그리고 얼마나 더 나빠질 수 있는지 보여준 작은 사례에 불과합니다."
Alex Schwartz, Gameinformer와의 인터뷰 중


지난 2019 GDC에서 실험 내용이 공개되면서 개발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공유된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19 GDC 알렉스 슈워츠와 지바 스콧의 발표 영상
디스이즈게임 앱스토어를 떠도는 쓰레기 게임들의 충격적 정체

이 두 개발자는 양의 법칙으로 수익을 발생시켰고 이것은 구글플레이의 현 상황을 심각하게 고민할 화두를 던지게 되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게이머 중심의 게임 큐레이션의 필요성에 대하여 심도 있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 최고 매출 순위만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무기력한 상황이 연속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제 '#2 구글플레이 게이머 중심 큐레이팅 강화 제안'에서 실질적인 제안을 해보려 한다.




부족함이 많은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2 구글플레이 게이머 중심 큐레이팅 강화 제안'은 최대한 11월 3일(일)까지는 작성해서 올려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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