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아이언맨1>이 개봉한 이후 약 1억667만명이 영화를 관람했다고 한다. 뉴스에 따르면 북미와 중국 다음으로 많으로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고 한다. 사실 인구의 사이즈를 같게 환산하고 계산을 해보면 어쩌면 미국과 중국보다도 많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유독 한국에서 마블 현상을 설명하는데 쏠림현상이 있다고 설명하는 사람도 있고, 한국에서 SF영화 장르가 없기 때문에 마블이 흥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러한 설명이 일정부분 맞다고 생각하지만 근본적인 설명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어벤저스 : 엔드게임>을 보기 위해 그동안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다시 보았다. 예전에는 생각없이 마블 영화를 보았다면 이번에는 미국인의 관점에서 마블이 영화를 바라보니 그동안 놓이고 있던 많은 것을 발견했다.
미국인이 느끼는 사회적 불안
아이언맨1부터 시작해서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까지 <앤트맨>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제외하고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미국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이다. 2000년대 초반 뉴욕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빈 라덴에 의해 무너졌었다. 이때까지 미국인들은 미국 영토는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뉴욕이라는 미국의 심장부가 테러를 당했을 때 미국인들의 불안감은 고조되었고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후유증은 가시지 않는다. 2003년 뉴욕에 블랙 아웃이 일어났을 때의 혼란을 보면 미국인들의 불안감을 잘 보여준다. 전기가 나가자 뉴욕은 어둠의 도시가 되었다. 헬리콥터가 뜨고 각자 집에서 기계에 의존하던 환자들이 전기 공급이 끊기자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신호등이 기능하지 못해 수많은 사람들이 브루클린 브릿지를 걸어서 움직였다. 전기로 작동하는 문이 열리지 않자 모두가 외부에서 잠을 청하고 그로서리 스토어들은 보관을 할 수 없기에 공짜로 물건을 나눠주었다. 그때 뉴욕커들의 얼굴은 정전 사태가 제2의 테러가 아닌가 하고 불안에 떨었다. 많은 마블의 영화에서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무너지는 장면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저>에서 레드 스컬이 비행선을 뉴욕에 들이 박으려는 장면, <어벤저스>에서 미국 정부가 핵 미사일을 뉴욕에 쏘아 버리는 장면, <어벤저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헐크와 아이언맨의 싸움에서 빌딩이 수직으로 붕괴되는 장면 등 미국인들에게 9.11테러는 끝없이 화자되는 악몽이었다. 그러면서,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는 피해자의 눈으로 뉴욕의 참담한을 묘사해준다. 이 당시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과 같이 국직한 사건들이 나타나며 정치, 경제, 사회 모두가 혼란에 빠져있었다. 미국인들이 마블에 투영한 심리는 혼돈스러운 세상에서 영웅들이 나타나기를 원했던 바람 때문이다.
한국 사회와 마블
그러면 왜 유독 대한민국에서 마블에 열광하는 것일까? 이는 한국과 미국이 느끼는 불안감과 동질성 때문이다. 캡틴 아메리카는 제2차세계 대전에 탄생한 히어로고 아이언맨은 배트남 전쟁 때 탄생한 히어로다. 캡틴 아메리카의 적은 나치였고 아이언맨의 적은 공산주의자였다. 한국 또한 2차 세계 대전에서 일본의 무자비하고 야만적인 침략을 당했었고, 1960년대에 한국군은 배트남전에 참전했다. 영화에서 과거의 보수주의자였지만 자유주의자가 된 캡틴아메리카와 자유주의자였다 보수주의자로 전향한 아이언맨의 갈등은 우리나라의 보수와 진보의 갈등과 겹쳐보일 때가 있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은 역사적으로 공유하는 가치가 많다. 2008년 이후부터 2019년까지 대한민국은 다이나믹 코리아라고 할 정도로 많은 일을 겪었다. 2007-2008년 리만브라더스 사태, 2016-2017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지금 현재 경제는 어려워지고 남녀갈등은 최고조이며, <어벤저스 : 엔드 게임>이 개봉한 날 정치권에서는 코미디 아닌 코미디 같은 사건을 일으켰다. 특히, 2018년부터 2019년은 남녀갈등, 보수와 진보의 갈등, 세대갈등과 같이 사회는 불안하고 젊은 세대는 경제적 불안 속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인 비록 9.11테러와 같은 사건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는 불안 심리가 한국인들의 기저에 깔려있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해할 수 없는 범죄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인들이 원하는 것은 이런 혼돈과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영웅들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영웅은 기존의 카리스마적이고 강압적인 영웅이 아니다. 자신의 한 행동에 대해 고민하고 신념을 가지며 생각하는 영웅이지 힘으로 모든 것을 이끌어가는 영웅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블이 보여주는 미국의 그늘
마블이 대중문화이고 상업 영화라고는 하지만 마블은 사람을 생각하게 만든다. 페이즈3부터 9.11테러라는 주제에서 벗어나 미국 사회의 그늘을 그려내는데, <닥터 스트레인지>는 서양의 이성주의와 이분법적 사고에 대한 비판을 하고,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미국 내의 경제적 양극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블랙 팬서>는 미국에 거주하는 흑인들의 비애를 보여주며 <캡틴 마블>은 미국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고 하지만 여성에 대한 차별을 그리고 있다. 즉, 마블 영화는 페이즈2까지 개인과 국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페이즈3부터는 미국 내의 갈등 상황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비록, 상업 영화이기 때문에 심도있는 해결책을 내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갈등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는 만든다. 그런데, 이런 미국의 그늘이 미국인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한국 또한 겪고 있다. 그런데, 한국 영화들은 이런 주제에 대해 다룬 적이 있는가. 언제나 깡패, 폭력, B급 감성, 사극, 억지 감동과 같이 정형화된 영화들만 나온다. 같은 오락 영화라고 하여도 보여주는 주제가 다른데... 여하튼 마블의 성공은 미국이 갖고 있는 문제를 보편적으로 잘 끌어냈고, 그 갈등 상황이 한국인들이 느끼는 사회적 문제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