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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오 Aug 12. 2020

아침형 인간의 시간 개이득 썰

출근길을 서두르면 아침이 행복하더라

 1시간 일찍 출근한 지 약 10개월 정도 지났다. 

 오늘까지 회사에서 가장 빨리 출근한 사람으로 살 고있다. 회사에 충성하고 싶은 마음 단 1도 없는 내가 서둘러 집을 나서는 이유는 시간의 질이 달라져서다. 나는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게 되면서 출근 전・중・후 여정에 만족하고 있다. 전 날 야근 등으로 어쩌다 한 두 번 늦게 일어날 때에 스트레스가 생기는 부작용(?)도 있지만 아침을 만족하게 되니 출근에 대한 공포(?)가 반감되는 효과도 있었다. 건강도 회복되는 느낌을 받는다. 


 출근 후 여유를 즐기는 도시인적인 삶

 내가 사는 연남동 기준으로 아침 6시 30분 - 50분 사이에 지하철을 타고 회사가 있는 학동역에 도착하면 7시 30분에서 8시 사이가 된다. 우리 회사 출근 시간은 9시로 약 한 시간 삼십 분에서 한 시간 가량 빨리 출근하는 것이다. 만약 출근시간이 8시부터라면 아마 6시 30분에서 7시에 도착하고자 생활리듬을 바꿨을 것이다. 출근 시간이 한 시간 빨라지면서 얻는 효과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사무실에서 여유를 즐기는 것은 기본이고 하루 업무를 미리 생각해 보는 것은 9시 신호가 울렸을 때 더 빨리 출발할 수 있는 동력을 모으는 것과 같다. 그리고 지금처럼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도 있다. 주 52시간제 영향으로 야근을 기피하는 문화가 있지만 출근을 일찍 하는 것에 아무도 문제 삼지 않고 있다. 근무 총량을 가지고 탄력 근무제를 하는 회사들도 있는 거 같은데, 출근이 빠르면 일의 능률도 오르고 나중에 퇴근시간도 줄어들어서 꿀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희소가치 있는 지하철 시간대를 누리는 재미

 서두른 아침의 백미는 출근길이다. 나는 사실 회사에 일찍 와서 좋은 점보다 출근길이 행복해지는 효과를 말씀드리고 싶다. 내가 출근길에 보내는 시간은 Door to Door로 하루 약 한 시간 십분, 일주일 5-6시간에 해당한다. 비율로 따지면 적은 부분으로 보이지만 ‘직주근접’이 아파트 가격의 핵심 요건인 이유는 우리 일상을 바꾸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통한 출근길은 시간대에 따라 질적으로 극명한 차이가 있다. 2호선 홍대입구 역을 기준으로 10개월 전 나의 출근길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아침 7시 40-50분경 집을 나와 8시 전후로 지하철을 탈 때는 열차 간격이 조밀했다. 한 열차가 지나면 바로 다음 열차가 왔다. 그만큼 출근러들에게 메인 시간이라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처럼 나는 다른 보통 사람들과 함께 언제나 서있어야 했고 사람들 틈에 껴서 지하철이 나를 옮겨주는데 몸을 맡겨야 했다. 


 그런데 시간을 한 시간 정도 앞당기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더운 여름철엔 더욱 극명한데, 사람들 사이사이에 발생하는 열이 나를 감싸면 굵은 땀줄기가 나오기 일수였던 지난날에서 넓은 공간을 관통하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출근하는 기쁨은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또한 가처분 시간(?)이 늘어나는 점도 큰 장점이다. 꽉 막힌 지하철 안에서 나는 숨통을 틔워야만 했다. 그렇게 나는 넷플릭스의 은혜를 받았고 유튜브의 은혜를 받으며 나를 달랬다. 지금은 나는 한 사람의 고고한 도시인으로 책을 읽으며 출근하고 있다. 꽉 막히고 답답한 지하철에서 애써 노력해도 되지 않던 독서가 이제는 자연스럽게 된다. 그리고 열차를 타는 동안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로 집중하게 된다.


약간 요런 분위기


 이른 아침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상식적이지만 어려운 노력

 처음 이 리듬을 만드는 과정이 1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관건은 상식적으로 당연한 원칙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데 있었다. 가장 근본적이면서 어려웠던 것은 ‘일찍 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참 밤에도 편하게 놀 수 있는 아주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퇴근하고 난 다음에는 묘한 보상심리가 따라온다. 그래서 우리는 필라테스도 하고 악기도 연주한다. 친구를 만나 회포를 풀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늦어지기 쉽다. 나의 컨디션이 충전되고 아침을 맞이하는 선 순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단순히 일찍 일어나는 ‘과제’를 수행하는 것과 같다. 때문에 스트레스만 가중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출근길에 시간 활용 밀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하철 안에서나 회사에서나 졸음이 오는 등 집중이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을 조절하고 하루에 최소 6시간 수면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일단 2주 정도 꾸준히 하다 보면, 처음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 나중에는 할 만한 일로 바뀔 것이다. 그리고 술을 가능하면 마시지 않았다. 원래 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어렵지 않았는데, 술을 마시다 보면 일찍 잠들기 힘들고 다음날 컨디션도 안 좋은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아직 성장을 마구 해야 되는 직장인이지만 내가 바꾼 일상이 각박한 세상에서 작은 행복을 가져다주었기에 이를 공유하고 싶었다. 앞으로 이 아스팔트 정글 위에서 수많은 변수가 있겠지만 꾸준히 균형을 유지하는 법을 시도하고 익혀서 지금 누리고 있는 아침을 계속 지켜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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