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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나는 믹스커피 Aug 26. 2022

코로나 후기 - 첫째날  

내가 코로나에 걸려버리다니... 


<프리퀄>


8월 11일부터 광복절(8월15일.월)까지 5일동안 카페 여름 휴무에 들어간다고 공지를 붙였다. 

가게를 오픈하고 여름휴가로 5일이나 연달아 문을 닫은 적은 처음이었다. 


11일(목)부터 13일(토) 까지 서울에 강연 알바가 있어서 서울을 다녀왔다. 

서울에 있는 동안 친구와 삼겹살을 먹은 것 외에는 대부분 혼자 밥 먹고, 혼자 다녔다. 


부산에 내려와서 14일은 친구와 서면에서 한산을 보고 샤브샤브 칼국수를 먹었다. 

오랜만에 일요일에 시내에서 영화를 보았다. 


15일은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다음날부터 휴가로부터 복귀이니 하루는 집에서 가만히 휴식을 취하자 싶었다. 

15일 저녁부터 목이 좀 잠기기 시작했다. 미열도 나는 것 같다. 

이 정도 컨디션은 자주 있었던 일이었다. 대부분 자고 나면 괜찮았다.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다. 



<코로나 첫째 날- 확진>


잠을 자고 났는데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 

혹시 코로나려나. 올해 초 대유행 때 사놨던 자가검진키트를 처음으로 해보았다. 

'음성'으로 나왔다. 

그러면 그렇지.  그냥 단순한 목감기 인가보다. 했다. 


출근 전, 동네 이비인후과에 갔다.

편도선염이나 인후염에 자주 걸렸었고.

이번에도 그런가 보다 했다. 


이비인후과에 가자마자 증상 물어보더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pcr검사부터 했다. 

의사 선생님이 면봉으로 콧구멍 안을 사정없이 후볐다. 

덕분에 내 콧구멍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간호사가 나를 불렀다. 

간호사 : "코로나 검사 양성 나오셨어요"

나       :  "제가요?" 

내가 '그럴 리가' 한 표정을 지으니 진료실에서 내 검사 키트에 두줄이 나온 걸 보여줬다. 


의사쌤  : "약 일주일치 처방해줄 테니까 약국 가서 약 타고 일주일 동안 격리하셔야 합니다. 

               보건소에서 연락 갈 거예요. 이번 코로나는 전파력이 크니까 꼭 격리하셔야 해요"

나        : 네...


약국에 가서 약을 받고. 휴가 후  오픈했어야 하지만, 오픈할 수 없는 가게로 향했다. 


일주일 동안 가게를 오픈하지 않고, 집에만 있어야 하는 준비를 해야 했다. 

이전에 붙여둔 여름휴가 공지를 때고, 휴가를 연장한다는 재공지를 붙였다. 


빈속이지만 약을 먹었다. 초기라 증상이 빨리 안 좋아질 것 같았다. 

여러 약을 오래 먹어본 결과 기왕 먹을 거면 빨리 먹는 게 

증상이 심해지는 걸 막아줬던 것 같다. 

약봉투에 쓰인 이름과 효능을 보니 목감기와 코감기 때 처방 받았던 약들과 비슷했다. 

항생제, 항히스타민제, 객담제거제. 소염진통제... 


집에 가져갈 만한 것들을 챙겼다. 

병주스, 시리얼,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우유. 집에서 마실 원두 조금. 

집에 생각보다 먹을게 많지 않았고 간편식은 더욱 없었다. 


기기들의 코드를 다 뽑았다. 

평소 며칠 쉴 때도 켜놓았던 제빙기, 온수기도 껐다. 


식물들이 제일 걱정이었다. 

자주 관수해야 하는 아이들은 볼이나 대야에 넣고 물을 채웠다. 


우유 아줌마에게 연락을 했다. 

나 : 오늘 몇 시쯤 오세요?

우유 : 30분쯤 뒤에 갈 것 같은데..

나 : 그럼 우유 그냥 가게 앞에 놔둬 주세요. 그리고 다음 주에는 넣지 말아 주세요.

우유 : 있다 얼굴 보고 얘기해

나 : 저 코로나 걸려서 얼굴 보면 안돼요. 그냥 가게 앞에 놔둬주세요. 

우유 : 아... 그렇구나 알았어. 


가게에서 이것저것 챙기는 사이에 아줌마가 와서 우유를 두고 갔다. 

우리는 통유리 사이로 인사를 나눴다. 아줌마는 서둘러 가버렸다. 


집에 격리되어 있는 동안에도 알바를 해야 할 것들이 있어

노트북과 프린트기도 챙겨야 했다. 가져가야 할 짐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짐을 차에 바리바리 싫었다. 

비가 왔다. 비가 오면 손님이 없다. 

오늘 문을 열었어도 손님은 없었겠다. 싶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집에 가서 가족들과 가까운 친구들에게 내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걸 알렸다. 

나와 마지막으로 밥 먹은 친구에게도 알렸는데, 그 친구는 다행히 아무 증상이 없다고 했다. 

생각보다 가족들과 가까운 친구들 중에 그동안 확진자가 없었다. 

숨을 돌리고. 밥을 먹었다. 목이 아파서 입이 까끌까끌했다. 


쿠팡으로 복숭아, 수박, 갈비탕을 시켰다. 장을 못 보니 푸성귀를 먹을 길이 없고. 

과일로 대체하자 싶었다. 


점심 약을 먹고 나니, 기운이 빠지고 잠이 쏟아졌다. 

비 때문에 날이 컴컴해서 낮인지 밤인지도 모른 채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7시였다. 저녁 약을 먹기 위해 저녁밥을 먹었다. 


일주일 동안 집에서 뭘 할지 써 내려가 보았다. 


청소. 서랍 정리. 말고는 딱히 할 게 없기도 했고 하고 싶은 게 없었다. 

미뤄뒀던 영화나 넷플릭스 시리즈를 봐도 되었을 텐데 왜 이제 그런 게 하나도 안 당기는지. 


약 때문인지 아니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인지 잠이 쏟아졌다. 

일단 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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