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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나는 믹스커피 May 04. 2022

카페일기 #1

어르신들의 주문법



"냉커피 한 잔 주이소"

"나는 저 사진에 있는 거품있는 거."


할머니 세 분이 오셔서 주문을 하신다. 

그중 한 분은 가게 앞에 사는 이웃 할머니였다.


가오픈 때 한 할머니가 밖에서 한참을 쳐다보시길래 나가서 인사를 드리니 

"뭐 파는 가게요?"

라고 물어보셨다. 


전면 유리에 thanks coffee라고 레터링이 여기저기 되어 있지만, 

한글로 된 큰 간판이나  메뉴판을 밖에  걸지 않아서 인지

어르신들은 가게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한참을 쳐다보는 경우가 왕왕 있다. 

카페인지, 식당인지, 술집인지.. 하시는 것이다. 


나 "커피 팔아요, 카페예요. 한 번 드시러 오세요."

할머니 "비싸요?" (부산의 할머니들은 짧고 굵고 직선적이다.)

나 "쌉니다!" (나도 미래의 부산 할머니다. )

할머니 "친구들 놀러 오면 한 번 가야겠네." 

나 "네, 친구분들이랑 같이 오세요."


라고, 인사를 나눈 앞집 할머니가 진짜 친구분들을 데리고 나타나신 것이다. 


(다시, 그분들의 주문 상황으로 돌아가서..)


과연 할머니가 말한 냉커피란 무엇일까?

그나마 거품이 있는 것은 라떼를 말하시는 거겠지?


각종 게시판에 떠도는 어르신들의 대략 난감한 주문 에피소드가 나에게도 생기는 것인가. 


나 " 아이스 아메리카노 말씀하시는 거예요?"

할머니1 "..." 


아.. 아메리카노를 모르시구나.. 

이때부터 스무고개를 잘하는 알바생 모드로 의사소통이 시작됐다. 


나: 블랙으로 냉커피 드릴까요? 우유랑 단거 넣은 냉커피 드릴까요?

할머니1 : 우유랑 단거 넣은 거

나: 거품 있는 커피도 달게 해 드릴까요?

할머니2 : 응, 따시고 달게 해도. 

나: 네 따시고 달고 거품 있는 거 한 잔, 우유랑 단거 들어간 거 차븐거 2잔.. 해드릴게요.


하고 바닐라라떼 따뜻한 것 1잔과 아이스바닐라라떼 2잔을 드렸다. 


할머니1 : 아이고야 맛있다.

할머니2 : 그래, 이 집 맛있네. 


다행히 만족도가 매우 높으셨다. 

음료의 이름이  "바닐라 라떼"인 것을 알려드릴까 했지만, 

별로 알고 싶어 하시지 않을 것 같았다. 


할머니 세 분이 튤립이 놓인 테이블에서 바닐라라떼와 당근케이크를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는 걸로 

뿌듯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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