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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겨울을 견디는 법

엄마 인생 가을 편 11월호 - 가을 끝에서 나와 딸에게 켠 작은 불빛

by 치유빛 사빈 작가

시리도록 차가운 겨울에 외로움과 다투지 말라고, 전구 빛의 온기를 나누어주는 12월이 돌아왔다.


아침 햇살은 여름과 다르게 은은하다. 창 너머 비추는 햇살은 차가워, 전구의 온기로 마음을 감싸라고 한다.

창고에서 트리와 장식구를 꺼내 한참 바라보았다. 트리를 꾸미는 일은 힘을 쓰게 하지만, 모든 장식이 제자리를 찾고 불을 켜면 그 아름다움은 말로 다 담을 수 없다. 그저 가슴이 뜨거워지고 만족으로 뿌듯해진다. 외길 인생에서 함께한 겨울이 시작되었다.


깊어진 가을의 끝과 시린 겨울의 앞자락에서 만난, 트리는 외로운 마음에 한 줄기 빛을 더한다. 쓸쓸했던 마음에 온기가 스며들게 한다.


집 곳곳에 놓인 작은 불빛들은 모녀가 사는 공간에 따스함을 채워주고, 쓸쓸했던 마음을 살짝 어루만진다.


크리스마스는 하루이지만, 나에게는 두 달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1월과 12월은 아쉬움과 설렘이 함께하는 시기라, 나는 일찍이 트리를 꺼낸다. 아쉬움을 그대로 흘려보내고, 미련은 남기지 않게, 한 번쯤은 마음을 짚고 가야 한다.


올해 목표는 단 하나, 건강하기이지만 아팠다 좋아졌다 반복하며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살을 빼면서 건강을 더 챙겼던 것이, 몸을 힘들게 했는지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나를 온전히 바라보았다. 봄과 여름, 가을을 지나 맞이한 오늘, 건강하게 돌아온 나를 환영하며, 소소한 성취를 기록해 본다.


건강하게 돌아왔으니 그거면 되는 거다. 이룬 거 없다고 지나온 시간을 아쉬워하며 뒤돌아보려는 나를 발견한다. 곧이어 그 시간은 돌아오지 않음을 알아, 뒤돌아보며 후회하지 않은 올해가 되었다고 말한다.


작년보다 더 깊은 성취감과 아팠던 몸이 되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뿌듯하다.


올해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가장 흥미로웠다. 내 안에서 감정이 충만한 나와 마주하고, 또 때로는 분석적이며, 때로는 직관적인 나를 발견했다. 내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그 순간마다 나는 조금씩 더 나를 이해했다.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무언가를 발견하며, 매일 아침과 밤이 설렘으로 가득 채웠다.


첫사랑을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설렘처럼, 나 자신과의 만남이 지금 나에게 가장 값진 순간이다.


트리는 나에게 희망이자 삶이고, 딸에게는 안온한 온기이며, 믿음의 결실이 될 것이다. 딸이 외롭지 않기를, 홀로 시린 마음을 끌어안지 않기를 바라며, 집 곳곳에 빛으로 채운다.


빛은 새 생명이자 새로운 시작의 온기, 위로와 위안이다. 유난히 힘들어하던 여름을 이겨낸 오늘, 나는 그리고 딸은 그 빛 속에서 포근히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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